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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나로호 발사, 지난주 김 전대통령 빈소에서부터 지켜봤더니...

나로호 발사 지난주부터 지켜봤더니...  

 
 
19일, 김대중 전대통령 임시빈소 서울 세브란스 병원.

김 전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오후 4시경의 일이다. 현장 생중계를 위해 설치된 각 공중파 부스는 아직 스케줄에 여유가 있는 듯 다 비어있었다. 그러나 한 기자는 좌석에 앉아 앞에 설치돼 있던 모니터를 응시한다.

모니터 속 뉴스에선 나로호 발사 속보가 뜨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이 임박해지면서 서거 속보를 잠시 TV에서 밀어낸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뜻하지 않았던 전날의 김 전대통령 서거로 '준비된 속보' 나로호 발사는 묻히게 됐구나 하는 생각. 그러나 이 역시도 한국 우주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답게 발사임계점에 가까워지며 빈소 현장의 시선을 조금씩 모았다.

나는 카운트다운 70여분정도를 확인하다 다시 현장 취재 및 업데이트로 고개를 돌렸다. 정동영 의원, 이소선 여사 등이 거듭 모습을 드러냈고, 이를 바삐 기사등록하다 보니 어느샌가 임박한 카운트다운의 중계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업무에 바빠 깜박 잊어버렸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넷북 대신 병원에 개방된 인터넷 컴퓨터를 한참 두드려대던 어느 순간.

"저기, 발사됐나요?"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기자인지, 조문객인지 모를 검은 정장의 중년남자. 그제사 나는 시간이 발사예정시간인 5시를 살짝 넘겼음을 알았다. 난 잠시 등록창을 내리고 포털뉴스홈을 열었다. 떡 하니 올라와 있는 속보 제목, '발사 중지'

"어라라..."

나도 당황했고 그도 당황했다. 카운트다운 7분을 남기고 전격 발사 중지라니.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이는 비공개에 부친다) 여하튼 아직도 믿기지 않는 서거정국의 충격에 나로호 발사 중지까지 덥치면서 한층 혼란스러워진 순간이었다.

그날 밤 10시께, 나는 다시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취재진 상당수가 철수한 상황, 그러나 실내에 급조된 프레스센터에선 아직도 몇몇 기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침 벽걸이 TV는 이 날의 나로호 발사중지를 보도하는 모 뉴스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화면에선 기자질의에 응답하는 관계자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한 기자가 "이번 중지는 '실패'입니까 '연기'입니까"라고 물어온다. 이에 관계자의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연기입니다"

그 때, 한 기자가 밖을 나서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었다.

"또 말장난 한다."

시니컬한 한마디.

실패인지 연기인지, 여하튼 발사는 한 주 뒤로 미뤄졌고. 말장난인지 진실인지 그 진위는 성패 여부에 달렸으렸다.

25일 나로호는 예정대로 발사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발사 시각을 자각한건 타인을 통해서.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터져나오길래 뭔가 했더니, 웬 노인들이 휴대폰 TV에서 나로호 발사 중계를 보다 터뜨리는 환성이었다. "와 떳다, 떳다, 떳다"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노인들. 그제사 "아아, 이번엔 성공했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발사 자체는 성공. 그런데 말이다. 돌아와보니 '부분 실패'라는 뜨악할 인터넷속보가 뜬다. 궤도 진입 실패?

포털 검색어 순위엔 '나로호 실패'가 올라 넷심을 술렁이게 한다. 이젠 '부분 실패'라는 말을 두고서 논란이 생기게 됐다. 결국, 본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면 또다른 궤도를 돌지 않는 이상 '사실상의 실패'라고.

이제, 다시 곱씹게 됐다. '부분 실패'냐 '실패'냐를 두고서 그 씁쓸한 평가에 나서야 한다. 말장난한다는 비아냥도 피해가진 못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그 진위여부에 대한 자평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자신이 없다. 적어도 내겐 그것이 솔직담백한 고백이다.

많은 것들을 눈부신 발전의 발표장으로 향하게 한 한국이지만, 유독 '우주시대'에 관한 성과만큼은 '스탠바이'에 너무 오래도록 머물렀다. 인간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하는 그 신세계의 영역만큼은 우리에게 있어 언제까지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목마름에 시달리도록 한다. 단 한모금만이라도, 목을 축이고 싶었을지 모른다. 결국 이번에도 그 순간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하는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