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컷으로 보는 '인동초 보내는 날'
국회 광장 앞에서, 민주당의 노란 메시지를 봤다.
염원을 담은, 하지만 실은 실어나르고 싶지 않았을 메시지. 석달만에 다시 꺼내보인 노란 추모 물결이 바람에 살랑인다.
젊은이는 혁명가 체게바라의 티셔츠를 입고, 또다른 한국의 혁명가가 가는 길을 찾아 왔다.
초청장이 없으면 영결식장에 갈 수 없다. 그러나 광장 앞에 차려진 전광판과 또다른 헌화대에서 '초대받지 못한 이들의 만가'가 '허락'된다.
지난 대선 도전 때마다 청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했나. 그 표현이, 이제 마지막 가는 길에도 또 한번 쓰이게 됐다.
이희호 여사의 얼굴이 비치는 전광판에 시민들은 시선을 둔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부부의 이별 순간.
그들의 국민이 모였다. 국회가 국민의 전당이 되길 원하던 그의 바람은 이렇듯 자신의 죽음으로 이뤄진다.
저 멀리 건물에 펼쳐진 추모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은 다가갈 수 없나. 경찰이 냅다 다가와선 나를 밀어낸다. 말로만 해선 알아듣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초청장 없으면 못 갑니다."
다른 한 켠의 횡단보도도 여기가 한계다. 다가가려는 이들의 걸음은 여기서 제지된다.
하늘은 파랗고 티없이 맑다. 이틀간 드리워졌던 구름의 융단은 이 날 이미 걷혀져 있었다.
'썬샤인'.
......
드디어 운구차가 나온다. 시민들은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동초의 마지막 길을 밝히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