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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김대중 전대통령 마지막일기 중 가장 강렬한 파문의 두 줄

김대중 전대통령 마지막일기 중 가장 강렬한 페이지


몹쓸 양반이다.
그 페이지를 읽고선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어제(23일) 국회의사당 앞 영결식에 다녀왔다. 초대장이 없어 들어서지 못했지만 바깥에서 초대받지못한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전광판을 통해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뜻하지 않게 아이템 하나를 입수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마지막 일기를 엮어낸 작은 포켓북이었다.
 


현장에서 훑어보니 순간순간 시선을 붙드는 대목이 여기저기 있다. 이 중 하나.
독재자에 대한 그의 생각이 마침표 두 개로 정리돼 있다.
어떤 독재자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주어가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이미 알려진 "국민들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란 대목. 지난 1월 17일자 일기 중 일부다. 그리고 맞은 편엔 용산참사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앞서 올해 떨어졌던 별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를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본인 역시 올해의 유성 중 하나가 되었다.

한 편에선 그가 평소 아꼈다던 손자 김종대 씨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일기장에서 가장 나의 눈을 오래도록 사로잡은 페이지는 따로 있다.



2월 7일, 저 여백만큼이나 여유로웠을 그의 평화로운 하루.
단 두 줄의 일기였지만 가장 깊게 가슴에 파고드는 파문. 
이 책에서 가장 '일기다웠던 페이지'라고 할까. 자신의, 자기자신을 위한 이야기를 일기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면 말이다. 
저 짧은 글로 하루의 일기를 멋지게 채울 수 있는 점에 감탄한다. 그리고.

참 몹쓸 양반일세 그려. 
저 페이지를 읽는 순간, 그리고 읽을 때마다 남겨진 아내는 매번 얼마나 울어야 할까. 

젖어버린 일기장을 가슴에 파묻듯 품고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