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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예슬이에 나뭇꾼까지... '올레'가 대체 뭐냐고요

예슬이에 나뭇꾼까지... '올레'가 대체 뭐냐고요   
CF 타고 돌기 시작한 올레, 뜻은? 
 

어느날부터다. 예슬이가 윙크에 키스세례를 동반하며 '올레이~'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웬 가족들. 자녀를 캠핑에 보내며 'wow'를 외치는 야속한 부모들. 그런데 엄마까지 같이 딸려보내자 아버지는 'olleh'를 더 크게 외친다.

...뭔 소리야 이게?

약 2주 전쯤부터. 갑자기 '올레'라는 생소한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요새 한참 TV를 두드리는 CF가 근원지. 그것도 한 곳이 아니다.

먼저, 배우 한예슬의 얼굴부터 떠오른다. 도미노피자 광고에서 그 특유의 화술로 "올라? 올라? 올레!"하고 외치는 모습.

그리고 또 하나가 KT의 연작 광고물. '와우'보다 더 큰 감탄사란 소개와 더불어 '올레'를 한참 알리고 있는 중이다.

아마 지금쯤 두 기업의 홍보부는 서로 예민해져 있지 않을까. 기껏 생소한 단어를 들고 나왔는데 기막힌 타이밍에 겹쳐버린 상황, 행여나 다른 쪽에 시선을 완전히 뺏기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말이다.

갑자기 올레가 어디서 나온 감탄사인지 알고 싶어졌다. 해서 처음엔 KT 광고에서 말하는 'olleh'의 스펠링을 고대로 포털 검색대에 올렸는데...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신조어?

사전에선 검색물이 전무하다. 사전에 누락된 단어가 아닌 이상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신조어란 말인가.

우선은 시점을 한예슬의 도미노피자로 옮겼다. 광고에서 그녀는 붉은 드레스차림으로 열정적인 남미, 혹은 남부 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올레'를 외친다. 여기서 곧장 연상되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출처 도미노스토리(http://www.dominostory.co.kr/563) 공개 메이킹 영상


올레, 원어는 투우장의 Ole!

그렇다. 스페인 투우장에서 흔히 듣지 않는가. 투우사가 흥분한 소를 도발할 때 외치는 주문, '올레!'말이다.

그래서 우선 이것의 원어를 찾기로 했다. 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다름아닌 'ole'였다.

뜻은 아주 간략하게 제시되어 있다.

 

'(투우, 플라멩코 춤 등에서의) 올레, 좋아 (찬성 기쁨 격려의 말)'

 - 다음 영어사전 발췌

 

그런데, '올라'는 또 뭐유?

사실, 저 피자 광고에선 올레이에 앞서 '올라'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자 이름도 올라스페인이다.

확인해보니, 올라라는 단어와 그 뜻은 또 따로 존재한다. 영어 스펠링으로는 'Hola'라나. 도미노스토리(http://www.dominostory.co.kr/)에서 이를 알아맞추는 댓글응모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아예 답을 공개해 놨다.

"올라는 스페인어로 안녕이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올레이는 스페인어로 '좋다'라는 의미의 감탄사입니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다른 등록글에선 'ole'를 직접 언급한다. (http://www.dominostory.co.kr/566?srchid=BR1http%3A%2F%2Fwww.dominostory.co.kr%2F566) 뭐... 어쨌거나 여기서의 올레는 그 올레가 맞습니다.

 

그럼 olleh는? 네티즌도 궁금해

원어 그대로 옮겨간 도미노피자야 다이렉트로 이해하는게 어렵지 않다. 그럼 이제 KT의 저 알 수 없는 olleh가 남았는데...

살펴보니 네티즌들도 꽤나 궁금했나 보다. 와우를 능가하는 최상격 감탄사라는 설명 하에 이어지는 광고가 꽤나 많은 시선을 붙든 모양. 여기저기서 대체 뭐냐고 묻는다.

    

  
      
여러가지 설이 있다. all 플러스 eh라는 추측도 있고, 한자 올래(來)를 꺼내는 이도 있다.

한발 앞서 KT 측 답변을 다룬 뉴스기사를 찾아보니 진상은 이렇더라.

 

아이고 형님들, 헬로를 거꾸로 뒤집은 거였어요...

머니투데이에서 올린 이 기사(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716121105099&p=moneytoday)를 살펴보라.

이석채 KT회장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헬로(Hello)를 역순으로 뒤바꾼 콩글리시 감탄사"

뭐여 이거.

그런데 안녕을 뒤집은 것과 최상급 감탄사와 직접적 연관이 있나?

 

갑자기 올레가 조명받는 이유가?

정말 우연인걸까. 한 쪽에선 꽃을 단 여인이 피자를 입에 물고서 외치고 또 한쪽에선 나뭇꾼에(금도끼 시스터즈 3인에 열광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나무질에 멧돼지 잡은 친구도 있다) 캠핑 가족에... 맞다. 우주비행사도 있다. 전자는 스페인의 정취를 그대로 가져온 사례며 후자는 최근 KTF를 합병하며 이미지쇄신을 꽤하는 KT의 새 CI다. 중독성 있는 애니메이션 광고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으니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야 할까.(물론 시간이 흐르며 단어만 남고 기업은 까맣게 잊혀져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여하튼 '올레'는 본 광고에서의 임무를 넘어 유행어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양 쪽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게 정말  별 이유없는, 그저 기막힌 타이밍일 뿐이라면 그 우연이 낳은 향후 결과를 관전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말로 최상급인지, 와우보다 높은 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스페인에서 건너온 저 감탄사는 참신함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 그간 '와우'나 '와', '최고'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던 실정을 생각해 볼 때, 격정적 정서를 머금은 저 이국의 탄성은 꽤 괜찮은 감흥으로 제시어 하나를 추가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