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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택시기사에 요금인상 500원 도움되느냐 물었더니...

택시기사 "요금인상이 도움? 기본요금 손님들 등돌려" 
택시기사와의 이야기 上 -"택시 설 자리 없다...10만원 벌려면 16만원치 뛰어야"


새벽 1시. 취재가 늦게 끝나고 차가 딱 끊겼을 시각, 그렇게 택시를 타게 됐다. 대학로에서 까치산까지.

"저 정도면 장거리 손님 축에 들죠?"

"그렇죠."

몇개월에 한 번. 뜻하지 않게 택시를 타게 되면 꼭 기사와 대화를 나눈다. 이것도 민생 취재의 귀중한 데이터다. 한편으로는 미터기 올라가는 모습서 시선을 돌려 억장 무너지는 가슴을 달래는 진정제 역할도 되고.(--;)

물론, 항시 돌아오는 대답은 '사납금 맞추기 힘들다'지만. 참고로 내가 올랐던 택시의 기사분들은 거의가 내 아버지 뻘의 50~60대 연령이었고 이 날도 그랬다.

할증이 붙어 2880원부터 미터기가 올라간다. 마침 지난달부터 택시요금도 올랐겠다, 속사정이 어떤지 물었다.

"택시요금 올랐죠?"

"그쵸. 500원 올랐어요."

"좀 도움이 되나요?"

"요금은 올랐는데 대신 기본요금 손님이 팍 줄었어요."

 

동전모으던 기본요금 손님들, 이젠 다시 버스로 발길

그는 요금은 올랐어도 손님은 줄어드는 바람에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나아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일명 '뿜빠이'를 해서 오가는 손님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것.

"하루에 스물에서 서른명 정도 태우거든요? 뭐 장거리 손님은 500원 인상에 큰 느낌이 없나본데 단거리 손님은 그렇지 않죠. 왜 여럿이서 마을버스 탈 돈 모아 택시타는 사람들 있잖아요? 마을서 기본요금으로 오가는 손님들이 한 40%, 1만원 이상 거리를 다니는 장거리 손님이 한 30%, 그 사이가 나머지인데 택시요금이 올라버리니까 이중 단거리 손님들은 그냥 버스 타고 다녀요."

결과적으로 요금 인상은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돌아와서 민생 기사를 살폈더니 역시나, 같은 이야기의 보도가 앞서 몇차례 보도됐다.  

그럼 이같은 역효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는 "'인상 효과'가 3개월가량 지나야 풀릴 것"이라며 당분간 지속될거라 전망했다.

"사람들이 인상 사실을 잊어버릴 때쯤 되면, 그 때쯤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겠죠."

 

유류비 급등 이중고, 10만원 쥐려면 16만원치 뛰어야 

한편 그는 유류비로 인한 이중고도 함께 꺼냈다.

"기름 1~3만원 넣고 십몇만원 벌 때가 좋았죠. 헌데, 요즘은 16만원가량 벌어야 10만원을 진짜로 벌어요."

"그럼 십오육만원 벌 때 유류비가 5~6만원이 든단 말씀이세요?"

"하하 워낙에 뛰어서 말이지..."

"차라리 기본요금 인상보단 유류비 지원 쪽이 기사분들 입장에선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그렇죠."

 

"택시 설 자리가 없다"

정책적인 면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건 그래도 카드 결제 정도라고. 그리고 엔콜 등(이 택시는 엔콜 마크를 달고 있었다) 콜택시로서의 기능이 어느정도 숨통을 틔워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서울서 택시몰기 어려워요. 어지간하면 차가(대중교통) 새벽 2시까지도 있잖아요. 그리고 요샌 대리운전도 있죠. 이러니 요새 택시들 설 자리가 어디 있습니까."

택시기사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는 한숨이다. 요금 인상 한달, 이젠 또다른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 하편에 계속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