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영결식장 뒤에선 지하철 끊기고 둘러 막히고..."자유당보다 더해"

영결식 뒤에선 지하철 끊기고 둘러 막히고... 
29일 노 전대통령 영결식장 경복궁 앞 씁쓸한 풍경 

 
 
시민 1 "지하철을 끊어? 이런 거지같은 나라가..."

29일 11시 27분. DMB채널로 흘러나오는 노무현 전대통령 영결식에선 한명숙 전 총리의 슬픔 어린 목소리가 잦아들어가고 있었다.

경복궁역을 나서는 순간, 역무원들과 이용객들의 마찰음이 들렸다.

"지하철이 끊겼다고요? 별 거지같은 나라가 다 있어."

 
    
사연은 이렇다. 지하철이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하기 시작한 것. 지하철을 이용하려 내려가려던 시민들은 역무원에게 "근조 리본은 왜 달았냐"고 소리쳤다. 방송에선 '11시 25분 부로 혼잡을 우려해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하니 안국역으로 돌아가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기자는 딱 막차로 들어온 셈이다. 결국 가는 이 뿐 아니라 오는 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 시간이 지난 뒤 지상에선 "우리도 못 내려 빙 돌아서 이제 왔다"는 불만섞인 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 2 "이건 뭐 전광판도 없고..."

     
  
지상에 나온 시민들은 시종일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복궁은 저 앞인데 사거리에서 딱 막혔다. 장내에 들어설 순 없어도 조금이나마 곁으로 다가가고 싶건만, 경찰병력이 완전히 통제한 것.

한 시민이 "전광판이라도 설치해 모두가 볼 수 있게 해놓던가, 이게 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검은 정장을 한 남자 하나가 한 전경에게 다가가 물었다.

"전광판 어딨어요?"

확실히, 지하철엔 '초청장 없는 추모객은 장내 입장이 불가하니 대신 인도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추도해 달라'는 공고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엔 그나마 없다. 전경의 대답은 '경복궁 내에 있다'였다.

한 순간 벙 쪄 버리는 남자.

"그럼 여기선 확인할 길이 없네?"

 

시민 3 "대통령 가는 길도 못 보게 하는게 대한민국이냐고!"

여기저기서 경찰에 분통을 터뜨리던 시민들. 급기야 한 시민이 울먹이며 욕설을 터뜨렸다.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도 못 보게 하는 게 대한민국이냐"고 현정부에 욕설을 터뜨리는 시민. 이에 박수소리와 '옳소'라며 동조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남자는 "왜 차로 가로막냐"며 이해못하겠다고 한 마디를 보탰다.

 

경찰 "청와대로 시위대가 뛰어들어갈까봐..."


     
한 할머니는 갑갑한 마음에 한 경찰 간부에게 물어봤다. "왜 가로막는지, 언제 전대통령이 영결식장을 떠나는지" 등을.

"어차피 시청으로 향하는 행렬은 동문으로 가지 이 쪽 서문으로는 가지 않기에 여기에선 서 있어도 소용없다"고 설명하는 경찰. 그러자 할머니는 물어본다. "그럼 (어차피 이리로 나갈것도 아닌데) 여기서 이렇게 가로막는 이유가 뭐냐"고.

그의 답은...

"청와대로 시위대가 뛰어들어갈까봐 막고 있는거여요."

"????"

옆에서 듣던 다른 할아버지가 "누가 뛰어든닥고 그래?"라며 그만 실소한다. 할머니는 이해를 못하겠다는듯 한참 갸웃거리다 "오래 서 있느라 욕들 보슈"라며 돌아서고 만다.

 

시민 4 "휴대폰도 끊어 놨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이 터지질 않는다"는 외침이 터졌다. 한 여성이 "뭐가 무서워서 전화도 끊어놨냐"고 외쳤고 이에 다른 시민이 "정말?"이라며 자기 휴대폰을 점검해 본다. 다른 여성은 "혼선이 되더라"며 거들었다.

  


   
기자는 본인의 휴대폰을 점검해 봤다.

"......"

결과를 말하자면 '일단 내 것은 된다'였다. 참고로 기종은 싸이언 KH1400, 이동통신사는 KTF. 그런데 기자에게 말을 걸어오는 한 여성 또한 "전화가 끊겼다고들 그러더라고요"라며 같은 질문을 해 오더니 자기 휴대폰을 계속해 점검해 보는 것이었다. 결국 둘의 잠정 결론은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된다"였다.

 

시민 5 "자유당 시절도 이렇진 않았어"

영결식이 거의 마무리되는 순간까지도 옆에선 계속해 지하철도 끊어졌다, 길도 막혔다, 전화도 끊겼다는 성토가 동시다발로 터진다. 마침 YTN의 한 기자는 안의 동료들과 합류하려고 경찰진을 뚫으려다 막히니 육두문자를 쏟았고 상황이 점차 긴장감을 띤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 노인이 급기야 폭탄 발언은 한다.

"자유당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옆에서 또다른 노인이 맞장구를 친다. "적어도 그땐 이런 식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것. 또다른 시민이 "어찌된게 추모객보다 경찰이 더 많느냐"며 "정부는 그리도 자신이 없느냐"고 비난했다. 봉쇄한 경찰들은 저마다 근조 리본을 달고 있었지만 가로막혀있던 추모객들의 분노를 삭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