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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오아시스] 달력, 어떻게 공짜로 좀 못 구한대요?

[오아시스] 달력, 어떻게 공짜로 좀 못 구한대요?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12월, 새 달력을 장만할 시기.

     
 


  무한도전 2009년판 2월분 캡쳐  
 
어디보자, 공전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무한도전 달력이 얼마? 그리고 며칠 전 샵에서 봤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양장본 달력 값이 얼마였더라? 비싸긴 해도 예쁘던데. 그리고 또...

아니, 이게 아니지.

어디서 공짜로는 좀 구할수 없을까?

 

46. 달력, 어떻게 좀 공짜로 못 구한대요?

 

어렸을 때 이맘쯤 되면 부모님은 커다란 두루마기(?)를 가득 얻어 오셨다. 어머니는 은행에서, 아버지는 거래처에 수금하러 갔다가. 가끔은 옆집에서 나눠 주기도 했다. 12개의 큰 숫자와 365개(오차범위 플러스 1)의 검고 빨갛고 퍼렇던 작은 숫자 알갱이가 가득 담긴 1년치 달력은 매년 풍작이었다. 집 거실엔 큰 걸 달고, 욕실엔 아담한 걸 달고, 알록달록한건 나와 동생이 나눠가지고... 그래도 남아서 부엌과 안방에도 대롱대롱 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달력은 풍요의 상징이었나 보다. 두자리수 성장을 계속하던 80, 90년대의 추억이랄까. 요새야 어림도 없지.

며칠전, 경제지에 실려 온 기사 하나를 봤다. 달력 수주가 없어 충무로가 얼어붙었다던가. 뭐, 벌써 10년 남짓 계속 들려오는 말이지만.

요새 들어 본인도 달력 하나 어떻게 구할까 찾고 있다. 따로 방 하나를 얻어 쓰는 지금, 욕심 버리고 딱 하나면 감지덕지. 어쩜, 하나쯤 아주 쉽게 굴러들어올지도 모르지... 하고도 생각했지만 역시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몰랐나 보다. 공짜 달력 주는 곳이 없더라.

이사 후 단골 삼은 XX바게뜨(힌트는 어느 나라 수도) 매장에서 어느 주부가 말을 꺼내길래 나도 은근슬쩍 계산 중에 물어봤다. 고객 사은품으로 달력 나오지 않느냐고.

"그게 말이죠. 행사일정은 잡혀 있는데 점장 님이 신청을 했는지 어쨌는지 여쭤봐야 할 거 같아요. 사은품 행사는 분명 있어요."

"얼마 이상 구매하면 얻을 수 있죠?"

"아뇨, 그런거 없는걸로 아는데. 그냥 원하는 분들께 선착순. 뭐 그런걸로 알아요."

아싸. 잘하면 공짜로 얻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덕 아래 다른 매장에선 또 '그런거 없다'고 하고. 날짜는 흘러흘러 아직도 손가락만 빨고 있구나.

다른 데도 한번 살펴 봤다. 오오, XX도너츠(힌트, 양담배 중에 이름 비슷한 물건이 있다)에서 뭔가 주나 보다. 바깥에 걸린 현수막을 살펴봤다.

'8000원 이상 고객에게 한정 사은품으로 스케줄 뭐시기 캘린더가 증정된다'는 이야기다.(겉으로 보기엔 달력보단 수첩 비스무리하다) 그런데 혼자서 도넛을 만원 가까이 사 오기는 좀 그렇고... 필요를 못 느끼는데 달력 얻으려고 구매하자니 어째 이건 아니다 싶어 패스. 결국 공짜는 아니란 말이잖아.

TV광고를 보니 소녀시대가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XX치킨(힌트, 튀기네 삶네 찌네...? 하나 더 제시해 봐)에서 한 멤버가 유혹을 한다.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튼 예쁘게 생긴 처자다. 막판에 날려주는 한 마디, "아직 달력 못 받았어?"

인터넷 들여다봤더니 대박이다. 달력 받고 싶어 치킨 주문했다는 분들 왜이렇게 많나. 화보집 마냥 그 분들 사진이 큼지막히 나온 것이 소장 가치를 높인 모양이다.

치킨 안 땡겨서 이것도 포기. 사실 난 SES 이후로는 소녀그룹에서 관심이 식은지라. '효지터'라는 친구는 이유없이 정감이 간다지만. 무엇보다 요새 브랜드치킨값은 너무 비싸다.

XX벅스 커피(힌트, 콩다방의 영원한 라이벌 별다방)에서 멋진 다이어리를 준다더라. 지금껏 딱 두 번(그나마 내 돈주고 마신 적은 없구나) 가 봤던 곳이지만 안면몰수하고 찾아볼까 하며 내용을 살펴봤더니...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커피 열일곱잔 마셔야 파지가 가능하다나.

그 돈이면 쌀이 몇 킬로야. (어느샌가 말만 나오면 쌀을 갖다대는 버릇이 생겼다)

사귀어 놓은 은행원도 없고, 딱히 단골로 들어가는 가게도 없고, 거래처는 천상 있을리 없는 돈벌이고, 난 단지 공짜를 원할 뿐이고.

별 수 있나. 다 포기하고 해탈했다. 그냥 증정품으로 달력이 딸려오던 잡지 XXX 신년호(힌트, 건담 좋아해?) 발매만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것도 공짜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공짜에 연연했던게 돈 때문이 아니더라. 어느새인가 지난 날의 추억을 쫓고 있었다. 공짜 달력이 수북하게 쌓이던 그 시절, 보기만 해도 풍족감을 느끼던 것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