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기사는 아닌 이야기] 나도 이제 카메라 유저다. 소지섭을 흠모하며...

카메라를 드디어 장만했다. 소지섭 때문이다.
맞다. 소니알파의 그. 그래서 난 지금 사이버샷 H50을 쥐고 있다. 소지섭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알파 말고 웬 사이버샷이냐고?

며칠전, 구글 지도 파트너데이 취재길에서의 이야기다.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광장엔 소니 카메라 광고가 크게 열려 있었고 어느 아주머니 둘이서 열심히 이 광고를 카메라로 찍어댔다. 일명 '소간지'로 불리는 광고모델 소지섭 때문인가 보다. 아마도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그의 팬이 된 일본인 관광객들이었으리라.

한류의 바람이 이렇듯 새로운 관광 아이템을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니는 분명 일본 기업이지만 저 나라 사람들은 서울에서 한류 스타의 대형광고에 즐거운 얼굴로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문화와 산업의 역류랄까.

눈이 즐거웠던것이 꼭 그들만은 아니었다. 나 역시 소지섭의 매력에 젖어 있었다. 이국적 풍경에서 야성적인 미남이 검은색 카메라를 들고 뭔가 무언의 호소를 건네는 그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오래 머물진 못했으나 난 그것이 뭔지 깨닫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지름신, 강림'이 되겠다.

카메라를 사고 싶어졌다. 항상 하나 장만하길 원했다. 무엇보다 일할 때마다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하면 일단 당위성은 확보한 셈이다. 바깥 세상 취재 때마다 줌기능이 약한 휴대폰카메라로는 한계를 절감할만치 했으니까.

인터넷을 열고 현재 판매 중인 디카 모델과 시세를 살폈다. 동시에 '소지섭 카메라'도 검색했다. 고백하는데, 성능은 일단 제쳐두고 최우선으로 그가 쥐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가 최우선 사항이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추구하는 모델이 잡힌 것이다. 그 광고 하나 때문에.

소지섭 카메라로 검색하니 소니 알파 시리즈가 나열된다. 처음엔 이것이 소니 것인지 니콘 것인지도 몰랐다. DSRL이 뭔지, 똑딱이는 무엇을 말하는지, 또 하이엔드는 뭔지도 그제서야 대강의 지식을 습득했다. 철저하게 초짜인 주제에 '꼭 이거였으면'이란 기묘한 욕망에 사로잡힌 자신에 놀랐다.

TV광고가 있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다. 설원에서, 또 유럽거리에서. 그리고... 이거다. 내가 광고판에서 봤던 도시. 쿠바에서 찍었던 거구나.




도시는 열정에 불타고, 남자는 도전하는 청춘의 분위기를 발산한다. 여기에 고급스런 카메라는 이 둘을 이어주는 훌륭한 교각이었다. 말하자면 문외한인 내게 있어 "우리 카메라는 이런점이 특출납니다"란 광고가 아니라 카메라 자체에 대한 소유욕을 건드리는 작품이었다. 광고로서 더할나위 없이 제대로 그 역할이 전해져 왔다.

100부터 900까지 나열된 모델 중 그의 것이 350임을 알았다. 그러나 반가움에 이어 좌절감이 밀려온다. 인터넷 시세가 70만원대.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식.

"미안하다. 엄두 못낸다"

렌즈 갈아끼우는 건 번거롭고 추가비용이 크니 무리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일반형, 슬림형, 하이엔드형 등 저렴한 모델들을 살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알파와 비스무리한 디자인'을 되뇌이며 물건을 골랐다. 그리고, 거기서 뜻하지 않은 물건을 봤다.

생김새는 알파와 판박이. 가격은 30만원대. 그게 바로 하이엔드 디카인 사이버샷 DSC-H50이었다.

                                     내 첫번째 카메라 소니 DSC-H50, 넌 내꺼야!(지우 흉내 내봤다)


여기엔 '싸게 잘 나왔다'는 스펙 평도 얹히며 완벽한 다홍치마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다른 기종은 묻지도 않고 선택해 버렸다. 사고 나선 이를 넥스트랩에 달아 목에 걸고 주말 거리에 나섰다. 소지섭처럼 보이고 싶다는 못말릴 바람까지 품고서 말이다. 같은 기종도 아닌 비슷한 카메라로 절대 범접못할 모델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심리라니, 어린 아이같은 소망임을 알지만 그게... 뭐 그렇게 됐다. 아직은 나도 적당히 한심하고 자랑도 내보이고 싶은 20대 청춘인가 보다. 소지섭이 팔에 넥스트랩을 휙휙 감은 걸 보고 '핸드그립처럼 넥스트랩을 손목에 거는' 방법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고, 또 그가 광고에서 무슨 스트랩을, 또 무슨 가방을 맸는지도 찾아본다.

알파 광고 후기를 잘 써서 올려주면 카메라를 주는 이벤트도 이 와중에 알게 됐다. 그리고 이 글도 거기에 응모하는 글이라는거. 카메라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저 스트랩이나 가방 좀 어케 안될까... 하고 눈독을 들인다.

거울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참... 너말이다, 남 따라하기 좋아하는 녀석이었구나?"라고.

이게 다... 소지섭 때문이다.

그래도 카메라에 입문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선 언젠가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사진에 대해 열심히 배워볼 계획이다. 어이없는 발단으로 그 곳의 대가가 된 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이제부턴 글만이 아닌(글재주가 좋다는건 아니지만), 화질좋은 사진으로도 무장한 저널리스트를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