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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없는 100년' 채운 컵스, 저주가 뭐길래...

'우승없는 100년' 채운 컵스, 저주가 뭐길래...

  
21세기 들어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시카고 컵스의 저주는 '우승 없는 역사' 100년을 기어코 채워넣고야 말았다.

시카고 컵스는 한국시각으로 5일, LA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3대 1 패배를 당했다. 단 한번의 승리도 챙기지 못하고 3전 전패로 올해 마감. 시즌 최강을 과시하며 100년만의 우승을 내다봤건만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결과다.

1870년 창단, 무려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컵스는 세월로 점철된 여러 진기록을 보유 중이다. 창단 원년 연고지인 시카고를 한번도 떠나지 않아 '가장 오래도록 한 도시를 지켜온 팀'이란 자랑스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메이저리그 중 가장 열광적이고 극성스런 팬들을 동반한 것 또한 그와 이어지는 자랑스런 역사. 그러나 매년 경신하며 올해로 100년을 꼬박 채워넣은 '가장 오래도록 우승하지 못하는 팀'이란 기록은 머쓱하다. 63년간 월드시리즈 진출에도 실패, '가장 오래도록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팀'으로 남은 불명예 기록은 덤이다. 양키스와 더불어 최고 인기구단이자 만녕 우승 후보라는 수식어를 생각한다면 의아할 수 밖에 없다.

     
  

  ▲ 출처 - 네이버 블로거 타우루스 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metalian71?Redirect=Log&logNo=70035578191)
 


월드시리즈 문턱의 컵스 앞에선 그간 쌓인 우세한 기록도, 흐름도, 예상도 전부 무용지물이 됐다. 200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선 3승2패 상황에서 맞이한 6차전 중 그 유명한 바트만의 저주로 3점차 리드를 못 지키고 거짓말처럼 져버렸다. 지난해와 올해도 기세좋게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건만 애리조나와 다저스에게 연거푸 3전전패로 쓰러졌다. 특히 올해는 상대전적, 전체승률 모두 앞서며 최강을 과시했음에도 지겨운 레퍼토리를 이어갔다.

이쯤하면 염소의 저주를 거론할 수 밖에 없다. 레드삭스, 화이트삭스의 그것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3대저주로 통했지만 이젠 마지막으로 남아버린 저주. 1945년 염소를 끌고 왔던 한 열성팬이 관람 제지를 당하자 "앞으로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없을 것"이란 저주를 발설했고 그 해 우승을 노리던 컵스는 역전패했다. 그리고 이것이 컵스에겐 마지막 월드시리즈였다. 월드시리즈 없는 63년 악몽의 원년이다.

20세기에 걸렸던 저 3대 저주 중 다른 것들은 21세기 들어 앞다투 듯 풀렸다. '신화' 베이브루스를 최강팀의 칭호와 함께 양키스에 넘긴 뒤 수십년간 지속된 '밤비노의 저주'는 2004년 레드삭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해,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일부러 져 주는 부정경기에 8명이 연루된 사건 후 수십년간 지속됐던 '블랙삭스의 저주'는 화이트삭스가 우승으로 풀어버렸다.

실은 컵스에게 저들보다 한발 먼저 저주를 풀 기회가 주어졌었다. 이들에 바로 앞선 2003년,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아웃카운트 5개 너머로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내다봤던 것. '이기면 끝나는' 6차전의 8회 1아웃 상황. 외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파울플라이 볼을 관중석의 한 청년이 건드리는 바람에 놓쳤고 이 때부터 잠자던 저주가 다시 발동했다. 거짓말처럼 내리 8점을 내주며 대패한 것. '바트만의 저주'라는 새로운 저주를 본의 아니게 추가시킨 컵스 팬 '바트만'은 졸지에 살해 협박까지 시달려야 했고 반면 상대편인 플로리다에선 주지사가 자신의 별장을 3개월간 빌려주겠다고 제의하는 등 "여기로 와서 함께 살자"는 러브콜(?)을 플로리다 시민들에게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만일 컵스가 이 때 저주를 풀었다면 메이저리그의 암울한 전설과도 같았던 3개의 저주가 3년연속 잇따라 풀리는 또다른 역사를 썼을지 모른다. 

저주를 풀고자 컵스와 팬들은 여러가지 공을 들였다. 저 '바트만의 저주'에 연루된 '저주의 공'은 다음해 처형식에 처해져 콩가루가 됐다. 컵스의 팬들이 적의 홈구장에 염소와 함께 원정, 고의로 출입거부 당한 뒤 저주가 옮겨왔다고 외친 적도 있었다. '바트만의 저주'가 벌어졌던 2003년엔 염소의 저주를 퍼부었던 팬의 조카와 염소가 경기에 초청되는 일종의 원혼제가 벌어지기도.(이 해는 컵스 뿐 아니라 저주가 풀리기 전 레드삭스도 나란히 챔피언십서 석패, 양대 저주가 동시에 재현되는 광경이 벌어졌다)

컵스의 저주는 본고장이 아닌 국내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우승못한 100년' 기록 달성에 한 네티즌은 "이대로 가다간 200년째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란 끔찍한 말을 꺼내기도.

메이저리그에 얽힌 숱한 저주들, 특히 염소의 저주는 그 오래된 역사로 인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는 1800년대부터 죽 이어진 메이저리그사의 웅장한 역사를 엿보게 하는 발자욱이기도 하다. 물론 해당 팀의 팬들에 있어선 진절머리 나는 기록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것이 "내년엔 꼭"이라며 팀에 대한 팬들의 애착을 더욱 끌어올리는 요소라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팬들에겐 죽어도 싫은 역사겠지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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