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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네가지 시각으로 본 '극장판 사랑과 전쟁'

 
극장판 사랑과 전쟁의 난감한 리뷰 - 네가지 시각으로 보다
D-2 언론시사회에서 밝혀진 것들 

 
 
23일 서울 상암 KBS미디어센터에서 사랑과 전쟁 - 12번째 남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오는 25일 정식개봉을 이틀 앞두고 베일을 벗은 것.

9년간 이어져 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기념할만한 극장 나들이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전반적 감상부터 밝히자면...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 '난감한 리뷰'다. 작품 속에서 꼬이는 인물관계 못지 않게 꺼낼 이야기가 아주 복잡하게 얽혔다.

미리 이 말부터 띄워 둔다.

"시각에 따라 추천과 비추천의 선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작품"

     
  


  포털 다음 영화 포토 자료 중. 이하 작품 내 이미지 모두 출처 같음.   

  
 '비추', '그럭저럭', '강추'까지 시각에 따라 평은 완전히 뒤집힌다

당신이 "이 영화 티켓 끊어? 말어?"란 결정에 참고하고자 이 리뷰를 접하고 있다면... 저마다 느낌이 다를 네가지 시각을 한번에 제시해 보겠다.

첫째. 만일 이 리뷰를 보는 당신이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보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를 원칙으로 삼는다면?

비추천.

"역시, 토요일 정오 옴부즈맨 프로의 단골손님인 '사랑과전쟁'의 극장판이라 그렇고 그런 스토리인거야?"라고 단정하시기엔 이르다. 소재만을 놓고 단정짓는다면 아마 가와지리 요시아키는 "3류 소재로 특A급 작품을 빚어낸다"란 평을 들을 기회도 없이 소멸했을 것이다. 불륜, 금지된 사랑, 육체관계의 표현... 똑같은 이야기를 다뤄도 작품에 따라선 길이남는 걸작으로 남으니, 이것만 놓고 섣부른 평은 금물이다.

'비추천'을 날려버린 것은 '장시간 저장해 둘 메모리'에 담을 프로그램 내용 때문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 '메모리'에 집어넣는 작업에 있어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불편한 게 이유다.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짜임새를 거론함에 있어 이 영화엔 지적할 사항이 하나 둘 나열되기 시작한다. 설정의 과격함이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설정에 응하는 캐릭터들의 결과물 자체가 난감하다. 일반적 사고에 있어선 "어째 저기서 저렇게 반응할 수 있나?" 싶을만치 언행에 설득력을 바랄 수가 없을 정도. 내용 누설을 피하고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주객전도', '적반하장'의 파란만장 스토리가 중반부를 뒤덮는다.

"어찌하여 저 대사 하나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요동칠 수 있는가?"를 놓고 다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이야기는 점점 아스트랄 세계로 빠져든다. 결혼기간 내내 장기간 외도를 한 남편이 '우린 정신적 교감만 했다' 한마디로 맞바람난 아내와 피의자 바톤을 교대할 수 있는지, 관객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도 전에 이미 아내는 '열두번째 남자'까지 섭렵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에 이른다. 결혼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싸대기, 싸가지 여신'으로 강림한 '한수정'(배정아 분)과 그에 장단 맞춰주는 이들의 행각을 보고있자니 이만하면 스토리는 이미 '산으로 갔고 사공은 난데없이 머리를 깎아 불교에 귀의했다' 수준.

하나 더 덧붙이자면 설정에서도 의아한 부분이 많다. "저 집은 주인도 없는데 24시간 내내 아무나 들락날락 거리며 모포까지 깔 수 있나" 부터 의문투성이다.

둘째. 이제부턴 점차 평가가 '추천'으로 전환된다.

만일 당신이 "영화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사람이라면? 아마 처음부터 '적나라한 베드신'에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사람에 따라 염불과 잿밥은 달라지는 법이니까. 굳이 베드신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흥미있게 지켜 볼 수 있는 오락거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역시 섣불리 단평할 순 없어도 최소한 본전에서 잣대를 오르내릴 정도는 되지 않을까. '비추'가 '추천'으로 선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차례 베드신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장면. 오프닝의 말초적 장면보다도 시종일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저 단영, 혁필 부부(이주나, 이정훈 분)의 뜬금없는(?) 반전 베드신이 보는 이에게 있어서도 더한 임팩트를 던진다.    
 

육체관계의 표현수위는 (국내영화치곤) 상당하다. 곽기원 감독이 "해피엔드를 비롯 근간 몇년간의 국내영화 베드신을 죄다 연구했다"며 "이젠 뭘 봤는지조차 모를만큼 참고작이 많다"고 밝힌게 거짓은 아닌 듯 건질 부분이 꽤 된다. (으응?) 평소 TV판을 통해 친숙했던 배우들의 과감한 모습이란 점 또한 자극적 매력에선 플러스 요인. AV로 볼장 다 보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렇듯 가리면서 연출로 승부하는 작품 또한 매력은 여전한 법. 그리 끈적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농도 있는 장면이 밋밋하지 않은 담백함을 전한다.

베드신을 통해 이 작품의 구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건 단순히 자극적 표현만으로 시선을 잡지 않는 사실. 캐릭터의 행복이 수반된 갈등해소의 베드신에선 보는 이에게도 그것이 단절된 앞서의 행위들보다 한단계 높은 자극적 만족감을 전한다. 

이 외에도 TV판의 팬이라면 재미있게 볼 만한 요소가 꽤 있다. 몇번인가에 걸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던 모습은 사랑과전쟁 특유의 코믹함을 잃지 않은 반증.

사람에 따라 평이 갈릴 테지만, 일단은 스피디한 전개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긴 줄줄이 등장하면서 얽히고 섥히는 인물관계의 머릿수를 세어보니 100분간의 런닝타임이 부족할 정도. 오히려 급작스러움이 아쉽다.  

세번째 시선이다. "저 둘 말고 아직도 둘씩이나 남았어?"라 할 법도 한데, 여기서부턴 여러가지 의미로 좀 무서운 이야기다. 예매 의욕을 불살라줄지, 그 반대일지는 본인도 예측이 어렵다.

다소 매니악하긴 한데... 혹 당신, 연예시뮬레이션 좋아하나? 여성향으로. ...그것도 일명 '뽕빨'(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갈때까지 갔다'란 시나리오의 미연시를 이른다. 현실감과 동떨어진 막장 스토리는 작품 완성도에 따라 오히려 걸작 요소가 되기도) 물로 분류되는 작품 말이다. 혹 관심 있다면 추천 한표를 내민다.

 

(매니악한)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인거야?

영화가 종반에 흐르자 갑자기 "혹 시나리오작가가 '미연시 매니아' 아니야?" 하고 갸웃했다. (본래는 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을 뜻하지만 현 시류를 살펴보면 미소녀가 아니라 좀 더 나이있는 층을 다룬다거나 심지어 동성간 작품도 상당하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이 작품은 끈적한 영상을 원하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을 주 타겟으로 다룬게 아닌가 싶었다. 한 네티즌이 "아줌마들 많이 보겠네"라며 네거티브한 어조를 던지던데 그럴 듯 하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러 남자들을 섭렵하는 여성향 게임을 영상물로 옮기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 그리고 장르는 앞서 밝혔듯... 뭐 그런 하드한 영역. (아마도 미연시 고단수들은 이럴 경우 '여성향 + 뽕빨 + 하렘 + 막장'이란 어둠의 표현으로 정의할 듯) 이쯤하면 미연시에서도 비주류 오브 비주류겠지만, 아마 이러한 점에 열광할 수 있는 잠재 팬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본다.

난데없이 이를 떠올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분기루트가 가능한 스토리.

제목부터가 무려 '열두번째 남자'다. 만일 이 작품의 스토리를 멀티 루트의 보다 넓은 확장성을 지닌 게임으로 재구성하고 캐릭터나 시나리오를 (뽕빨로) 이에 맞춰 다시 만든다면 그야말로 다양한 캐릭터와 넓은 공략 범위를 자랑할 법 하다. 중반까지도 어떻게 종결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어떤 분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명암이 엇갈리는 멀티 엔딩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둘째. 공략 캐릭터.

애정이 남은 배우자, 큐트한 청년, 폭력성 다분한 악역 캐릭터와 어눌한 인물서부터 변태적 노인까지. 이 정도면 이쪽 계통에선 상당히 환영받을 법한 인물관계가 아닌가! 어찌된 게 초반 설정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관계가 구비되어 있는 것 조차 딱이다.

    


  
  원조 얼짱 박윤배 아저씨가 저렇게 연기변신을 할 줄이야. 사실 미연시 게임에선 꼭 한명씩 이런 캐릭터가 있다.  
 


셋째. 팜플렛.(?)

프레스킷 속에 포함된 안내 팜플렛을 보니 이같은 생각은 더욱 짙어진다. '그녀의 복잡다단한 인물관계도'를 친절하게 실어줬는데 이건 뭐... 정말로 '노렸구나' 싶을 정도. 리뷰 중인 기자 역시 이 쪽 계통에 대해선 조예가 깊지 않은터라 더이상의 자세한 심화 분석은 생략한다.(정말이다) 여하튼 미연시 팬은 이 작품의 흥행여부에 있어 뜻밖의 숨은 관객일지도 모른다.

    


  

  인물관계도. 미연시 팬은 '달성률' 확인시 친숙하게 접하는 것.   

시각을 달리 하면 작품은 강추가 된다

네번째 시각이다. 앞서의 모든 시각을 버리고, 심지어 이를 당신이 지금껏 '영화'에 투영한 틀마저도 싹 지워버리고, 심지어 마음까지 비워버리고 오로지 당신에게 전달되는 순간순간의 감각에만 집중하겠다면 아래와 같은 평을 조심스레 내민다. 

강추.

사실 작품은 여기저기가 의도적으로 일그러져 있다. 한 가정의 비극을 다룸에도 불구, 코믹한 분위기로 이를 뭉뚱그려 놓는다던지, 아주아주 무거운 배경음악을 베이스로 깔 시점에 도리어 웃음을 유도하는 음악이 흐른다던지 하는 부분은 좋은 의미로 '골 때리는' 연출이다. 암만 봐도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행진과 아무나 막 들어오는 주거장소에서 엿보이는 비정상적인 문단속의 안전 불감증 등 첫번째 시각에선 위화감과 결점이던것들 조차 이런 시점에선 장점으로 탈바꿈한다. 어떤 의미에선 "기존 영화의 틀을 일부러 여기저기에다 부숴버린 시도", "일부러 이렇게 만들고 싶어도 힘들다"란 찬사마저 나올 법 하다. 영화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잠시 접어두고 "이것은 꽁트인가"란 자문을 기분좋게 한다거나, 전동드릴을 협박남 머리에 갖다대는 동창생의 시츄에이션 코미디, 그리고 그가 갑자기 위기상황에서 흑기사로 급상승하는 장면에선 "컬트 개그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시각을 영화 전체에 놓지 말고 부분 부분의 보는 재미에 두면 별점이 두개 정도는 높아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맞바람이라는 극단적 이야기를 유쾌히 지켜보는게 가능한 것이 기묘하다. 

     
 


  시사회의 포토타임. 지난 9년간의 450편 중 80여편에 출연한 안방마님 이시은 씨를 비롯 사랑과 전쟁의 얼굴들이 한데 모였다. 그러나 '진 히어로' 조정위원회가 빠진 것은 허전하다.  
 

 

마치며 - 그들은 없다 

영화로서의 짜임새라던가, 감정 이입하기에 적절한 주인공을 기대한다면 이 작품은 여러 부분에서 곤란하다. 그를 위한 흐름이 여기저기서 단절되고 만다.

그러나 '영화 사랑과 전쟁'이 아니라 '극장판 사랑과 전쟁'을 기대하는 원판의 골수팬이라면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앞서 밝혔듯 '꽁트'를 의식하게 된 건 작품의 뿌리인 50분짜리 옴니버스 연속극의 그것, 그리고 원판 특유의 분위기와 상통하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선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사랑과전쟁의 진정한 주인공이 빠졌다는 점이다. 물론 출연진 모두가 지난 9년간 끊임없이 이 장수 드라마와 함께했던 주인공이지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 상황을 정리해 주던 조정위원회는 그들에게 있어 기념할만한 이 극장판에 초대받지 못했다.

시사 후 간담회에서 곽기원 감독은 이에 대한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언제나 막판 조정위원회를 통해 매 극의 결말과 판단을 시청자에게 맡겼지만 이번 극장판에선 그들을 배제하고 우리 스스로가 결말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극장판 에피소드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부부가 서로에게 원하는게 많을수록 갈등도 많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매번마다 마지막을 장식하던 "8주 후에 뵙겠습니다"란 대사를 대체할 만큼 관객들에게 강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들이 없는 사랑과전쟁은 여러모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 참, 의문점 하나가 남는다. 분명 제목은 열두번째 남자인데, 암만 기억을 되돌려봐도 머릿수가 부족하다. 혹 시사회 판엔 일부러 가려놓은 부분이 있는 걸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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