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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부산에 찾아온 8년만의 봄, 롯데 팬들 축배!

야도 부산에 찾아온 8년만의 봄, 롯데 팬들 축배 들다 

야도 부산에 8년만에 봄이 찾아왔다. 16일 롯데 자이언츠가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으며 팬들의 오랜 응어리를 풀었다.

롯데자이언츠의 공식홈페이지(http://www.lotte-giants.co.kr/) 갈매기 마당에선 자축글이 홍수를 이뤘다. 16일 경기 종료시점부터 자정까지의 몇시간동안 300개가 넘는 글들이 올라왔고 17일 오전께엔 600개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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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야구축하릴레이가 무한대로 증식하는 게시판. 롯데 팬들의 가을야구 축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 박정현 님이 시작한 '축하릴레이' 댓글 퍼레이드는 날짜를 넘겨 223번째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 있다는 한 팬은 사직에 찾아갈 수 없기에 50만원 할부로 최신 DMB폰을 샀다고 말할 정도. "우승한다면 50만원이 아깝겠느냐"고 변함없는 롯데 사랑을 표현했다.

미디어다음 스포츠의 프로야구 토론방은 거의 롯데팬들의 글로 도배됐다. 부산 팬들의 즐거운 아우성으로 점철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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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야도'라 불리는 부산의 팬들이기에 이 날의 이같은 반응은 이상할게 없다. 8년간의 암흑기에도 변함없이 매진사태를 연출, 정상권 팀의 홈에서도 좀체 볼 수 없는 장관을 보여줬던 '부산 갈매기'들이다. 부산 지역민방은 물론 전국방송에서도 사직구장 풍경은 줄곧 시사다큐 프로에 담겼던 아이템. 이상할 수 밖에 없는 열기는 장기간의 최하위 유랑에도 팀을 끝까지 지켜줬다. 4년연속 꼴찌에 8년간 가을진출 실패는 어지간한 팀이었다면 해체 수순을 밟고도 남을 법한 기록. 그렇기에 롯데 자이언츠의 존속은 그 자체가 롯데 팬들이 만들어낸 업적이었다. 그야말로 '신은 부산에 최고의 팬과 최악의 팀을 주셨다'란 말이 과언이 아닐만큼 팀 성적과 팬들의 열광이 반비례한 8년의 암흑기다.

부산에 있어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는 언제나 각별하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조회나 쉬는 시간,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기자 주변 동무들은 어제의 프로야구 이야기로 시작해 '롯데'로 끝냈다. "강병철 감독 돌아왔으니 이젠 꼴찌서 벗어나겠지"가 저학년 때, "박동희 염종석 윤학길 최고"가 고학년 때다.

롯데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롯데의 팬 마케팅 중 기억에 남는게 '롯데 야구왕껌'. 이 일종의 식품완구는 널리 사랑받았다. 롯데, 빙그레, 쌍방울, OB, 태평양의 5개 구단(나머지 3개구단 - 해태, 삼성, LG는 왜 빠졌는지 미스터리)의 톱스타 10인씩, 총 50장의 프로필이 담긴 카드를 200원짜리 제품 안에 2장씩 넣어놨으니 전부 모으려면 1인당 25번은 껌을 씹어야 했다. 당시 5천원은 아이들에게 꽤나 큰 돈, 혹 모두 수집한 컬렉터가 있다면 '돈 많네' 소리부터 절로 나올 법 했다.


출처 -  네이버블로거 썩은자반 님


92년 플레이오프에서 해태 타이거즈와 맞닥뜨렸을 때 사직구장은 '무섭고 재밌었다'로 표현된다. 상대팀 응원한다고 유혈사태로 번지는 모습이나 "마누라 도망가고 홀로 여기 왔다"는 응원팬이나 할 거 없이 어딘가 비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떠올려 보면 그게 바로 롯데를 향한 각별한 정이었고 오늘날까지 롯데를 지탱한 야도의 힘이었다. 지난 8년동안 '8888577'의 악몽같은 순위를 기록할 때도 이는 변함이 없어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지면 더러워서 한잔... 주변의 연탄구이 집이나 야간 택시가 경기시즌엔 결과와 상관없이 성황을 이뤘다는 말을 타 도시 사람들은 납득이나 할 수 있을까. 로이스터 감독이 첫인상으로 '놀라운 구장이다'란 감탄을 터뜨렸던 것도 과장된 게 아니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시간을 언제로 돌려본들 다른게 없는 기이한 부산의 명물이다.

8번의 시즌, 정부가 두번 바뀌어서야 롯데 팬들은 그토록 간절했던 가을 야구장의 초대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내친김에 16년만의 우승까지 내다보며 장밋빛 미래를 고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을의 결과가 어찌되든 로이스터 감독은 부산의 히딩크로 추대받게 됐다. 영화 메이저리그와 같은 극적인 요소 또한 오랜기간의 암흑기를 배경으로 갖춰졌다. 굳이 롯데 팬이 아니더라도 주목되는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이제 부산팬들은 언제나 그랬듯 즐기는 일만 남았다. 모처럼 '꼴데'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진 거인들의 축제가 드디어 막이 올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