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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그 일을 왜 할까? - 우주인, 국회의원 출마, 대통령...

[오아시스] 31. 그 일을 왜 할까?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오늘은 간단하게 답 없이 단문만 몇 개 늘어놓는다. 부질없는 질문이긴한데, 그래도 한번쯤 짚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다 싶어 말이다. 답해 놓고 씁쓸한 것, 또 새삼 뭔가 깨닫게 하는 것... 뭐 어떤거라도 좋다. "쓸데없는 질문한다"란 핀잔에 앞서 "그거야 뭐..."라고 시작되는 응답이 이뤄지면 좋겠다.


31. 왜 할까?

우주로 날아간 이소연 씨. 초파리 1천마리도 함께 데려갔다. 수명이 60일 가량인 초파리가 우주에 다녀오면 가뜩이나 짧은(적어도 인간의 시선에선) 수명이 절반으로 격감, 30일 밖에 못산다고. 이에 착안, 치료제 개발을 연구한다.

초파리 뿐만 아니라 인간의 수명도 위험한 게 사실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혈액순환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얼굴이 붓고 키가 몇센티씩 는다. 당연히 뼈나 근육, 심장 등 내장기관에 좋을리가 없다. 이에 스트레스는 또 오죽할까.

헌데, 왜 갔을까? 그 일을 왜 할까?


18대 총선에서 승리하신 당선자 여러분, 축하의 말씀을 올린다. 헌데, 승패를 떠나 총선에 참여했던 분들의 건강이 심히 염려스럽다.

출구조사를 했던 방송사들이 그 심각한 오차에 사과까지 할만큼 그 어느때보다도 박빙의 싸움이 많았던 총선이다. 강기갑 대 이방호, 김근태 대 신지호 등 초경합 개표를 보면서 정말이지 앞서는 자나 뒤쫓는 자나 할거없이 하루만에 십년 감수하는구나 싶었다. 정말이지 오래 살고 싶다면 할 일은 아니다 싶다. (물론 욕 많이 먹어 장수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있지만)

당선되면 그걸로 끝인가. 또 어떤 분들은 선거법 위반이니 범법이니 해서 자격을 박탈당할까 노심초사해야 하고, 막상 정치를 하시다보면 잘하든 못하든간에 어디에서라도 욕설과 악플 등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달갑지 않은 반응을 좌라락 달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워낙 열정적으로 일하시다보니 상황에 따라선 회의 중 육탄전도 불사, 마음고생에 찰과상도 영광의 상처로 여겨야 한다. 넥타이를 붙잡히고 대신 머리칼을 붙드는 모습, 괜히 여러분더러 國K-1 전사라는 애칭이 붙은 게 아니다. 거기다 배신과 모략까지 적과 아군이 언제 바뀔지 모를 장대한 스케일의 대하드라마가 실시간 진행... 위궤양에, 신체손상에, 정신적 쇼크까지 정말 제 명을 못 채우시겠구나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총선만 되면 공천에 혈안이 되고, 낙천되면 탈당 후 새 둥지를 찾고 또다시 하룻밤 내내 죽을 맛으로 한 표 한 표에 심장 떨리는 스릴을 맛보시길 자청하니 참으로 궁금하다.

출마, 왜 할까. 그 일을 왜 할까.


대통령. 나라의 지도자에 오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의 자리.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 각하들을 봐 왔지만 행복은 잠깐, 고생 시작이라.

선술집에선 가장 애용되는 무료안주가 나랏님 이름이다. 그 씹는 맛이 쫀득쫀득한지 국민적 사랑이란 말에 부족함이 없다. 처신 하나하나에 신경을 놓을 수 없고 야당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비난 논평을 쏟아붓는다. 인재가 벌어지면 나랏님이 정사 돌보는걸 소홀히 해서고, 천재지변이 벌어지면 이것 또한 하늘을 노하게 한 나랏님 탓이라.

덕분에 5년 임기가 끝나고 내려온 대통령의 얼굴은 취임때와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2달 전 노무현 전대통령의 얼굴에선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5년이 아니라 10년은 거뜬히 지나버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오죽하면 "야 기분 좋다"며 홀가분해 했을까. 

한국 뿐만이 아니다. 클린턴 전 미대통령, 그 멋진 미남자가 재선까지 성공, 한 팔구년간 저 자리를 맡고 내려오니 정말 많이도 늙었더라. 섹시하던 미소는 생기를 잃었다. 과연 대통령 자리는 주름살의 지름길이란 말인가.

그런데 앞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의원들, 지치지도 않고 그 고지 넘어 대통령의 꿈까지 품는다. 

퇴임하자마자 "기분 좋다"고 외치게 되는 대통령, 왜 그리도 하려고 할까? 그 일을 왜 할까.


인간은 꿈을 꾼다. 꿈만 먹고 살수는 없다지만, 이를 주식으로 삼는 이들을 보자면 근사해 보이는 건 사실.

헌데 막상 "그 꿈을 왜 먹느냐", "그 짓을 왜 하느냐"라고 물으면 "글쎄요"라고 자신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 "멋있잖아요", "(성공하면)돈 많이 버니까" 등으로 곧장 답변하면 "솔직해서 좋네"라고, "그냥 좋아서"라고 답하면 "멋지네"라는 반응이라도 내보이겠건만.

고생길이 첩첩산중인걸 알면서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왜 그길을 가는가? 그 일을 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