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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총선, 울고 웃은 사람들 - (2) 격전, 승자와 패자

총선, 울고 웃은 사람들 
승자와 패자, 네티즌 지지자들의 4월 9일

2. 격전, 승자와 패자


흑기사, 제왕의 오른팔 꺾다 - 대운하 전쟁 서울 은평 을

빅매치 중 빅매치였던 서울 은평 을.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가 대운하 선봉장 이재오 의원에 도전장을 내면서부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곳이다. 지지자들조차 무모한 도전이라 고개를 저을 만큼 어려운 선택. 상대는 지역 3선의 철옹성이자 이 대통령의 오른팔, 또한 '미친놈 소리 들어도 대운하 판다'고 공언하던 충신이자 대운하의 상징이었다. 문 대표가 곧 창조한국당이었기에 생존을 우선하지 않은 무리수는 악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악수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모으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는 한 수.

여론조사에서는 최대 격전을 예감케 하는 결과가 이어졌다. 네 곳 중 각각 두 곳이 저마다의 손을 들어주며 앞의 한 수를 내다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전의 날, SBS 출구조사는 이재오 의원에 0.3%의 우세를 점했다.

그런데 개표가 진행되면서 정반대 결과로 축이 기울어졌고 환희와 침묵은 뒤집혔다. 결과는 문국현 대표 52%, 이재오 의원 41%. 초박빙의 예상과 달리 10% 이상의 차이를 내며 비교적 여유있는 승리를 거뒀다. 결국 지난 대선도, 이번 총선도 전부 첫경험이었던 흑기사는 제왕의 오른팔을 꺾고 대운하 미궁의 문을 열며 또다른 모험에 나섰다.


별이 지다 - 뉴라이트 대 민주화 투사, 서울 도봉갑

은평 을이 대운하 전쟁의 선봉끼리 맞붙었던 격전장이라면 이 곳은 이념의 전장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달에는 뉴라이트 교과서 파문까지 일며 또 한번 격동했던 장소. 그리고, 명승부가 펼쳐졌다. 개표직후부터 엎치락 뒤치락 주도권을 뺏고 빼앗기던 두 사람은 말미에 1% 초박빙 장기전에 돌입, 승패를 떠나 양측 모두 다 단명을 재촉하는 양상이 됐다. 그리고 밤 11시 쯤, 개표방송의 초접전 지역에서 도봉갑은 사라졌다.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의 승. 여당 대표까지 지냈던 민주화의 큰 별 김근태 후보는 지고 말았다. '업혀서라도 들어가라'던 말은 결국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미녀들의 전투에 남자는 '아웃 오브 안중', 2위는 없고 1, 3위 다툼만... - 서울 중구

나경원 대 신은경. 서울 중구를 두고 매스컴은 줄곧 '미녀 대 미녀'로 축약 소개했다. 여기에 팽개쳐진 남편을 대신하여 전장에 오른 아내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까지 겹쳐지며 사극 내지 주말드라마 분위기까지 연출, 역시 세간의 화제를 모은 전장.

그런데, 여기에는 뜻하지 않은 희생양이 있었으니 바로 통합민주당의 정범구 후보. '미녀 전쟁', '입 대 입'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그의 존재는 어느새인가 희미해졌다. 그리고 개표 당시에도 각 방송사는 그에게 '굴욕'(?)을 선사했다. 실제로는 27%의 득표로 2위, 선전했으나 각 방송사는 주목받는 대결 구도로 소개할 때 그를 빼고 1위 나경원 후보와 3위 신은경 후보의 사진을 내걸었다. 1, 2위가 각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타 지역구와는 달리 중구는 1, 3위는 있고 2위는 없는 꼴이 된 것. 처음부터 1위를 하지 않는 이상, 2위는 그에게 경쟁자로서의 의미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것일까. 미녀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버린 남자의 비애였다.


동작구 전투, 정몽준 승리 - 서울 동작 을

빅매치 중 하나였던 동작을. 정몽준의 승리도, 정동영의 패배도 모두가 뉴스감이었다. 결국 성추행 논란 등에도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대권 후보였던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정몽준 후보는 각 방송사에서 물어오는 당권 도전 질문에 "전당대회 참여를 생각해보겠다"며 응했고 정동영 후보는 "견제 야당에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치 1번지, 손학규 대표 무너지다 - 서울 종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끝내 무너졌다. 한나라당의 박진 후보가 배지를 움켜쥐는 모습을 봐야 했던 그는 결국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밝혀야 했다. 한편 박진 당선자는 "야당 대표를 상대로 싸웠다"며 승리의 의미를 되새겼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강기갑 장수, 한나라 사무총장에 기적의 승리 - 경남 사천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기적으로 남을 경남 사천의 승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분명 민노당 스타다. 이번 배너광고에서도 그는 기마 장수 이미지로 등장, 긴수염을 펄럭였다. 반면 MBC는 그의 수염대신 도포에 포커스, '도포자락 휘날리며'라 소개하기도.

그러나 그의 상대인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객관적으로 분명 절대우세의 거인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란 말은 비슷한 양상의 서울 은평을보다 여기에 더 어울렸는지 모른다. 여론조사는 줄곧 그의 압승을 예측했고 강 의원이 격차를 줄였을 때에도 낙승이 예상됐다. 출구조사 역시 방송사 모두 이방호 후보의 10%이상 낙승을 점쳤다. 이는 개표초반 민노당의 탄식과도 맞물렸다.

그런데 개표가 진행되면서 득표수가 역전되더니 "어어"하는 소리가 연달아 터지게 만드는 초박빙 속의 리드가 벌어졌다. 살얼음판에서 리드를 잡은 것은 강기갑 의원이었다. 한나라당의 텃밭 경남에서, 이재오 의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세가 고전하는 양상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개표현황이 90퍼센트를 넘기자 민노당을 살리는 기적은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 때부터는 한나라당 진영이 기적을 희망해야 할 상황.

개표 완료. 불과 182표의 차이로 강기갑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함께 민노당의 영웅이 됐다.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를 가장 머쓱케 만드는 대이변이었다.


부산에 다시 깃발꽂은 조경태 - 부산 사하을
 

부산 사하을 역시 기적의 장소. 조경태 의원을 기억하는가. 4년전 부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 '100퍼센트 한나라'였던 부산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을 울리는 파란을 연출했다. 그리고 4년 뒤. 그는 또 한번 당선됐다. 한나라의 아성에서 두번 연속 깃발을 꽂은 것. 부산에서의 재선 성공은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그는 당선 후 소감에서 "패러다임을 뒤집는 사건"이라 자축했다.


"귀족과 서민의 싸움이라면 노동귀족과 서민배우 아들의 싸움이었을 것" - 서울 노원병

노원병은 분당에 나선 노회찬 후보의 출사, 그리고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의 맞대결로 주목받은 곳. 진보신당의 해럴드경제 고발 등으로 잡음이 일었던 곳이기도 하다.

노회찬 후보는 분당 전 민노당의 대표적 스타 의원 중 한사람. 진보신당에선 심상정 의원과 함께 반드시 생존해야 할 인물이었으며 진중권 교수가 토론의 달인으로 평한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홍정욱 후보는 화려하다. 신성일, 이정길 등과 함께 왕년의 대표 남우로 꼽히는 명배우 남궁원 씨의 아들이자 베스트셀러 7막7장의 저자, 하버드 졸업에 해럴드경제의 대표까지 지내며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이력을 장식한 70년생, 만 38세의 젊은 기수. '엄마 친구 아들'의 정점 그 자체다.

그간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앞섰고, 이로인해 해럴드경제는 진보신당에 "전 대표 밀어주기"라며 고발당했다. 그러나 TV 출구조사 예측은 반대로 홍 후보의 승리. 결국 3%의 차이로 홍정욱 후보가 승리했다.

MBC와의 당선자 인터뷰. 최일구 앵커는 "귀족과 서민의 대결"이란 말을 꺼냈다. 이에 홍정욱 당선자는 "귀족과 서민의 대결이었다면 노동귀족과 서민배우 아들의 대결이었다"라고 자신이 서민이었다라 답변했다.


아름다운 승자와 패자 - 제주시을

흙탕물과도 같았던 지난날 정당, 후보들간의 싸움. 그러나 멋진 사진 하나가 네티즌들에 청량감을 선사했다. 제주시을에서 경쟁했던 승자와 패자가 승부 후 멋진 축하와 격려를 나눈 것.

김우남 통합민주당 후보는 이 지역에서 부상일 한나라당 후보와 겨뤄 승리했다. 그리고 승부가 나자 '패자' 부상일 후보는 '승자' 김우남 후보를 찾아와 당선을 축하했다. 이에 김우남 후보는 자신의 화환을 부상일 후보에게 걸어줬다. 

네티즌들은 "정말 우리가 보고 싶어하던 정치"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님 좀 짱인듯"을 이런 경우에는 남발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