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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종영, 시청자 "정조가 우리의 대통령이었다면..."

이산 종영, 시청자 "정조가 우리의 대통령이었다면..."
마지막회 촛불정국 여운 남겨... 시청자 게시판 "현 정부의 갈 길 보여줬다" 호평

 
 
화제의 대하드라마 '이산'이 16일 종지부를 찍었다. 정조대왕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들에게 현시대와는 사뭇 다른 잔상을 남기고 떠났다.

마지막 회. 시청자를 놀라게 할 법한 돌발상황이 펼쳐졌다. 거리의 성난 군중과, 이들을 일렬로 서서 방패로 막아내는 군사들의 모습이 그것으로 현재 광화문 사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겹쳐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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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역시 흡사하다. 청전의 수입이 위폐의 부작용으로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대국에서 가져온 것이 백성들의 생활을 어지럽힌 것.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여부를 놓고 초장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 정부,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민심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정약용,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등과의 긴급회의에서 정조는 고심하기에 이른다. 정책을 거둘 것을 권하는 이덕무와 지금껏 들어간 재정, 예정된 수입물량, 대비책이 확실치 않아 앞으로 펼쳐질 어려움을 말하며 그에 반발하는 박제가 사이에서 고뇌하는 정조.

그러나 여기서 정조는 정책을 거두는 결단을 내린다. 박제가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청전을 들여와 큰 누를 끼쳤다" 사죄하고, 정조는 "자네가 아닌, 위폐의 부작용을 생각치 못한 과인의 잘못"이라고 결론내린다. 그는 "앞으로 타개책도 확실치 않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니 자네들 잠도 재우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밝은 웃음을 내보였다. "국민과의 소통을 간과했다"면서도 "이미 내려진 결정이니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현재의 정부 및 여당, 대통령의 모습과는 상반된 결단력이었다. 이는 현재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MBC대하드라마 이산은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였기에 현실과의 대비가 불가피했다. 이는 쇠고기 문제 등으로 삐끗해왔던 지금 모습과 맞물리면서 매번 이뤄져왔다. 범죄자 인도 및 사신단과의 마찰로 청국과 전쟁 직전 상황까지 빚어진 에피소드에선 대국과의 파워게임에서 주눅들지 않는 군주의 담대함이 그려졌고, 이번엔 백성을 위해 오판과 실정을 인정, 다시 정책을 되돌리는 과감한 결단이 나왔다. 그리고, 정조는 쇠약해진 몸으로 이를 위한 타개책을 모색하다 죽음 문턱에 이른다.  

사후, 박대수의 기억을 빌려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이 나라 백성들에게 최고의 것을 베풀고 싶다"란 말은 그간 기득권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정조의 생애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시청자 중 현 시국을 놓고 "우리의 의지가 철저히 무시당했다"라 성토해 왔던 이라면 한순간이나마 갈증을 잊게 하는 카타르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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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자게시판에선 호평이 쏟아졌다. 한편 김상궁과 초비의 "전생에 수랏간에 있었던 것 같다" 대사는 대장금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웃음을 던졌다. 시대적으로 대장금의 중종시대가 정조시대보다 11대 앞선다.   
 


종영 직후 해당 드라마 게시판(http://www.imbc.com/broad/tv/drama/isan/bbs/)에선 시청자들의 이같은 바람이 이어졌다. 이산을 아꼈던 시청자라 밝힌 장아름 님은 "지금 세태와 오버랩된다"며 "정조가 지금의 대통령이면..."이라 희망사항을 이었고 최진호 님은 "치자의 덕목을 간과해선 안된다, 하나도 둘도 도덕성"이라며 "요즘 세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국민을 담보로 치자가 어찌 행동해야 할지를 보여줬다" 평했다. "청전 유통을 정지시킨 정조는 현 사회를 풍자하며 정부의 할 일을 보여줬다"(김준기 님), "청나라동전(청전)은 미국산쇠고기"(박명자 님)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대통령을 향해 "사극 좀 봐라"고.

드라마는 환상이다.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의 것으로 이뤄진 저너머 또다른 현실. 드라마는 비현실성으로 치장하며, 때론 이를 벗고 더할나위 없는 리얼리티에 이상적 현실을 담아 세상의 거울을 지향한다. 향후 이번 쇠고기 파동의 기록에서 이 드라마가 어떠한 영향력의 이야기 문화로 회자될지 주목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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