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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광화문 촛불집회, 비폭력 평화 집회로 종결

6.10 광화문 촛불집회, 비폭력 평화 집회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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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 시민들은 광화문거리에서 전통악기 장단에 맞춰 안무 행진을 펼쳐 외국인들의 플래시 공세를 받기도.  
 


최대규모 결집으로 긴장과 관심의 대상에 올랐던 6.10 촛불집회. 다행히 폭력상황 없이 비폭력 평화 집회로 치뤄졌다.

'명박산성'으로 이름붙여진 초대형 컨테이너 바리케이트 앞에서 촛불집회는 밤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촛불을 밝히거나 자유발언을 진행했고, 춤과 노래로 흥을 돋구는 이들이 축제 분위기를 이끌었다. 야시장을 방불케 하는 먹거리 행상들의 등장 역시 집회 참가자들에 여유를 선사했다. 명박산성 튜닝과 벽화예술 역시 집회답지 않게 웃음소리를 키웠다. 한 남자가 버스 위에 올라가 발언을 하려다 시민들의 "내려와" 구호가 이어지긴 했으나 별 문제 없이 해결됐다. 컨테이너 앞에 스티로폼 탑이 쌓이면서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담을 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유발언대로 쓰여지면서 역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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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로폼 자유발언대. 2시 상황.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역시 해산작전이 임박해진 동이 틀 무렵. 시민들은 4시 50분경 자유발언대에 스티로폼을 몇 개 더 쌓고 디딤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컨테이너 위에 오른 시민들은 뒤에 배치된 전경들과 대립하지 않고, 깃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평화 집회의 분위기를 끝까지 지켜냈다. 태극기가 휘날리자 사람들은 애국가를 제창했고, 하나 둘 깃발 부대가 위에 안착하면서 결속력이 강화됐다. 전경들 앞에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란 초대형 현수막이 걸렸지만 경찰 측은 "안전문제가 있으니 내려오라"는 정도의 주의 방송만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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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5시 명박산성 함락 퍼포먼스(?)  


6시가 되자 예상했던 대로 경찰 측의 해산 요구가 떨어졌다. 그리고 교보생명 인도에 전경들이 배치되면서 다시 긴장감이 조성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느때보다 강경하면서도 또한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방패부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 여학생들은 "드디어 전경 얼굴 보는구나"란 환호와 함께 달려가 일순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기도. 예비군 집회부대는 인계철선으로 양측 경계를 가로막았고, 전경들이 기합을 넣자 질세라 군대구호를 외치며 긴장감을 미묘하게 누그러뜨렸다. 대치하던 이들은 20여분간 마주하고 앉아 휴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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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시 30분, 경찰의 길목 진입을 막고자 예비군은 물론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이 밀고당기는 힘겨루기를 펼쳤다. 일부 시민이 넘어지고 분위기가 순간 악화됐으나 곧바로 경찰 측이 제어에 들어가면서 큰 문제 없이 끝났다.

   
6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경찰 진입이 시도되면서 이날 최대의 긴장감이 조성됐다. 경찰과 예비군은 힘겨루기를 시작했고 예비군 뒤에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이 힘을 보태며 밀고당기는 양상을 보였다. 몇번의 파도타기 끝에 경찰이 강하게 밀고 나오면서 일순간 양측 감정이 격해졌다. 일부 시민이 쓰러지면서 이날 보기드물게 위험한 모습이 연출됐고 한순간 양측에서 욕설이 터졌다. 그러나 광화문 지하도 계단까지 밀린 후방 시민들이 "여기 계속 밀면 여자들도 있는데 위험하다"고 외치자 경찰 측 역시 이를 배려해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시민 한 두명이 전경에 욕설을 꺼냈지만 이번엔 주변의 집회자들이 전경들에 함부로 욕하지마라고 이를 제지하면서 분위기 악화를 막았다. 몇차례에 걸쳐 대화를 나누던 양측은 결국 경찰병력이 지하도 앞 인파는 두고 샛길을 통해 큰 도로에 진출하는걸로 위기를 해소했다.

7시. 세종로 사거리 앞에서 경찰병력은 시민들과 대치했다. 그러나 여기서 더이상의 힘겨루기는 벌어지지 않았다. 7시 20분경 경찰은 5보 뒤로 물러났고 시민들은 박수를 쳐 주며 화답. 한편 뒤에선 컨테이너 박스의 해체가 이뤄지면서 몇차례 굉음을 울려 환호성이 터졌다.

7시 40분이 되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과 마주하던 예비군 부대가 철수하기 시작한 것. 예비군들은 "출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떠나는걸 이해해달라"며 퇴장했고 시민들은 "너무 고마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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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시 40분 직장으로 향하는 예비군들. "수고했다"는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예비군들이 떠나고 집회자 인원수도 간밤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상황. 그러나 곧바로 해산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돗자리를 깔고 사거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남녀가 있어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할머니는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함에도 불구 전경 바로 앞에 주저앉아버리기도. 여기에 출근자들이 하나둘 양 측 사이를 넘나들자 경찰 역시 "출근 시간이 됐으니 해산해달라"는 방송만 거듭할 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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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 우측 컨테이너부터 해체되기 시작했다.  

 8시. 경찰은 뜻밖의 안내방송을 꺼냈다. "안전을 생각해 강제해산 작전을 펼치지 않겠다"는 것. "대신 자진해서 인도를 통해 해산해달라"는 부탁이 이어졌다. 이후 경찰은 끝까지 해산하지 않고 도로를 점거한 20여명을 연행했으나 비교적 큰 충돌없이 상황을 마무리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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