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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투어 갑시다" 풍자 넘어 대규모 현실 되나

"닭장 투어 갑시다" 풍자 넘어 대규모 현실 되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 주장 네티즌 확산, "주말 투어" 청원 호응...경찰 "다 받아 줄 수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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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유머장의 좀비론 님 30일 게시물 중. 원작자는 미상.

"닭장 투어 갑시다."

경찰로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웃지 못할 신조어 '닭장 투어'. 며칠째 계속되는 촛불집회에서 연행자가 계속 나오자 네티즌 사이에서 패러디 풍자물로 등장했다. 닭장은 경찰버스를 뜻하는 말로 차창을 철창살로 폐쇄한 것을 빗댄 것.

그런데 이것이 풍자를 넘어 대규모의 현실로 다가올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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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아고라 청원장 메인을 장식한 것은 '닭장차 투어는 불복종, 평화 시위입니다'란 글귀. 29일 foolish 님이 꺼낸 '이번 주말 불복종 시민 1만으로 닭장차, 경찰서를 채우자' 청원이 그 주인이다. 발의자는 "주말에 가족단위, 연인단위로 닭장차, 경찰서로 소풍을 갑시다"라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찾아가 불복종시위를 밝히고 무저항, 불복종 시민들로 경찰서를 채워버리자"는 것.

'닭장 투어'를 비폭력의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주장한 것에 30일 새벽 3시 현재 30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물론 내용의 위험성 때문에 반발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집회를 놀이 정도로 생각하시느냐"고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했고 "공권력이 우스워보이느냐"는 비난도 보였다. 그러나 서명인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주말 집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Daniel 님은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이 떠오른다"며 높이 평가하기도. 경찰에 "카펫 깔아놓으라"는 요구글까지 나왔고 "어디 모두 한번 잡아넣어보라"며 경찰의 진압을 비난하는 글도 보인다. 행운목 님은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삼만리 님은 토론방에서 "미혼자는 기혼자에 투어를 양보하라"며 "투어 참가자들이 많아 어젠 중단된듯 한데 불안하다"고 말해 네티즌들이 "이런 글로 웃어야 한다니" 등으로 실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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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유머장의 전주 님 게시물 중.


경찰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30일 경찰청 홍보과 측은 "닭장 투어란 말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자진해 오신다니 이런 경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냥 넣어달라고 부탁해 온다 해서 전부 다 받을 수는 없죠. 1만명이면 1만명 다 연행할 수도 없는 일이고. 연행은 그 사유가 있을 경우만 한하고 나머지 분들은 돌려보내야죠."

혹 싫다고 해도 억지로 버스 자리를 잡으려 할 때 공무집행방해 등 여부에 대해서도 "그 역시 상황에 따라 검토해봐야 안다"고 난색을 표했다.

"역시 단정지을수가 없네요. 예를 들어 '물건을 훔쳤다', 이렇게 말만 듣고도 상황 파악 및 결론이 확실한 경우라면야 답이 빠른데, 이런 경우는 그냥 가정만 놓고선 어떻게 하겠다 결론 내릴수가 없는 일이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판단해야겠죠."  

한편 30일 새벽 3시 현재도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프리카 tv 생중계에선 서울 집회에 참여한 군중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경찰에 맞서는 상황. 이미 누적 연행자수가 세자리수를 넘었는데도 불구, 군중들의 기세는 거세다. 이 날 현장에선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와 진중권 교수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서울서의 촛불집회 참석자수를 1만여명으로 추산했으나 한겨레는 관련보도를 통해 5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 행진대열은 2km라 밝혔다. 당일 부산과 광주, 대전 등지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29일 오후 장관고시가 확정된 것에 대한 반발이 대규모 집회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닭장 투어'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폭력 저항 운동 주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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