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바라보던 시각 이주 들어 선회
메이저 신문의 사설 논조가 달라졌다. 광우병 파동에 대해 '좌익 선동'에서 '국민들'로 보는 대상이 달라진 것. 경향과 한겨레에 근접할만큼 180도 선회는 아니라도 45도 정도(?)는 움직인 모습이다. 조중동의 빅3를 비롯, 그간 인터넷 여론과 방송이 무책임하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성토하던 한국일보와 문화일보 등도 이번 주 들어 정부 문책과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먼저 조선일보 살핀다. 14일 사설에서 '쇠고기 오역이 드러낸 한심한 국제협상 맨파워'를 제목으로 뽑고 "이번 오역 파문은 우리 정부의 대외협상력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정부를 탓했다. 8일 "미서 광우병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이면 됐다"를 내걸고 쇠고기 청문회의 야당 발언에 "황당한 문제제기"라 지적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중앙일보는 14일 농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설을 걸었다. 농림부의 지난행보를 "총체적 부실"이라 하며 "청와대도 야당이 해임 건의안을 내기 전 결단을 내리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거듭된 헛발짓을 생각하면 단순 소통부족으로 덮고 가기엔 너무 심각하다"고도 밝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장하며 "불씨를 당긴것은 일부 방송의 무책임한 과장보도", "여파가 커진 것은 선전, 선동에 포털이 무제한 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주장했으나 이번엔 현 상황을 놓고 정부의 부실을 말하는 한편 국민에 대한 예의도 함께 거론한 것. 어느새인가 펜 끝이 방송과 인터넷 여론에서 정부 쪽으로 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촛불집회와 맞물려 "동아 불꺼라"에 지면 게시판 테러까지 당했던 동아일보. 촛불 집회 다음이면 좌익 선동과 반미 시위로 응답하는 한편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모 시사프로를 겨냥했다. 그랬던 동아일보가 14일 사설을 통해 "정부는 자성하고 야당은 수습에 협력해야한다"며 "정부의 협상은 미숙함을 드러냈고 오역 보도 자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타겟을 바꿨다. 물론 한편으로는 "국민도 냉정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과 광우병은 별개"란 주장도 꺼냈다. 그러나 어느새인가 반대 여론을 놓고 반이, 반미 세력에서 '국민'으로 말이 달라졌음은 지난 행보에 비춰볼때 '파격적' 변화다.
지난 3일 '일부 방송'과 인터넷 여론을 탓하는 사설을 꺼냈던 한국일보는 14일 대통령 사과까지 촉구하는 급변화를 보였다. 14일 사설 '광우병 논란 해소할 계기는 마련됐다'로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의 발언을 높게 평가하는 한편 "미국의 양해로 안전조치가 보강됐어도 정부가 협상 실상에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아 키운 불신의 기초가 제거된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해명하길 촉구한다"고 주장한 것. 3일 "공영방송마저 사태 악화에 일조한다", "사이버 공간의 괴담" 등으로 파문의 원인을 반대 언론과 여론으로 규정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9일 '광우병 유언비어 배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라' 사설로 "진실과 거짓을 호도하는 대규모 집회", "이명박 정부의 정통성까지 허물려는 혐의가 노골화되는 배후에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입증할 검찰의 책임이 무겁다"를 강변하던 문화일보는 금주 들어 기세가 확연히 누그러들었다. 14일자 '미 쇠고기협상논란 이젠 일단락지어야'에선 지난번 사설과 비교했을 때 '쇠고기 괴담'이 '쇠고기 대란'으로, '촛불집회'는 '촛불 문화제'로 어감이 달라졌다. 또한 "정부의 책임 몫이 크다"며 오역 파문이 국민 불신을 증폭시켰고 먹거리에 대한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앞서 13일엔 오역 문제를 짚는 동시에 "국민을 위한 차분한 설명에 실기한 채 임기응변으로 일관해 왔다"는 비난을 꺼냈다.
이처럼 촛불집회와 PD수첩 광풍 등이 몰아쳤던 사태 초기 정부 손을 들어주던 메이저 신문들은 금주 들어 화살을 정부에 겨누는 모습이다. 앞서 살폈듯 대개가 영문 오역 문제와 더불어 그간 정부의 대국민 소통 문제를 비난하고 나선 상태. 청문회 후 터져나온 정부의 영문 오역 파문이 이같은 상황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물론 나날이 커져가는 국민들의 반발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부분. 한편 13일 예정대로 '2탄'을 방영, 또 한번 폭풍을 부르고 있는 PD수첩에 대한 '무책임한 방송' 비난이 다음날인 14일 나오지 않은 것 또한 괄목할 부분이다. 여기에 탄핵 발의자 등 네티즌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 새로운 논란으로 두각됨에 따라 그간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성토하기 시작한 이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여부도 차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뉴스보이 권근택
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