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

3년만에 갈채에서 "아웃!" 야유로 뒤바뀐 청계천 물길

3년만에 갈채에서 "아웃!" 야유로 뒤바뀐 청계천 물길
2008년 5월 3일 촛불집회 현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10월, 동아일보 앞 광장에선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리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내외는 쏟아지는 갈채에 미소로 화답했다. 차기 대권 주자의 기운이 감지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선 "이명박 아웃!"을 외치는 함성 소리가 이틀간 진동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갈채로 물꼬를 텄던 청계천, 이제 그 물길 위에서 180도 달라진 민심은 "쇠고기 너 혼자 다 드세요"란 일갈로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고 나섰다. 쇠고기 수입을 성토하는 집회, 그러나 이를 넘어 어느새인가 탄핵 외침까지 함께 번지고 있었다. 2008년 5월 3일, 취임 2개월이 갓 지난 대통령에 불신감을 쏟아내는 이들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으로 남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진짜 살고 싶거든요?"

청계천 소라공원에 운집한 군중 앞에서 차례차례 연사들이 올라섰다. 광주 민주화 운동 현장에 있었다는 61년 소띠부터 공부하다 뛰어 나왔다는 고교 3년생까지, 각자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며 함성을 이끌어냈다.

남양주에서 왔다는 한 가장은 "혹시 이러는 내가 미친 것이 아니냐"며 군중들에 질문하더니 "젊었을적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된 동료들 볼 낯이 없다"고 부르짖었다.

"저 고 3입니다"라며 넉살좋게 운을 뗀 남학생은 "공부하다가 다 던져놓고 이 자리에 나섰다"고 외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여학생은 "이 자리에 나온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그런덴 빨갱이나 가는 곳'이라고 야단쳤다"며 "우리가 정말 빨갱이들이냐"고 질문하기도. 또한 "나 정말 살고 싶다"며 "아직 연애도 한 번 못해봤는데, 정말 이것 저것 하며 즐겁게 살고 싶은데"라고 외쳐 군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작년 뼈쇠고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 주장한 청년에겐 군중들의 탄식하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뼈를 씹었음은 물론이요 자칫했다간 삼켜 목이 찢어질 수도 있었다"며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래 꺼!" 옆자리 문화행사와 마찰 빚기도

이날 소라공원에선 우연찮게 시에서 준비한 문화행사가 집회와 겹쳐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바로 옆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음악 소리가 터져나오자 군중들이 "노래 꺼! 노래 꺼!"라며 항의성 구호를 터뜨린 것. 이에 해당 행사 진행자가 "이 행사는 이미 예전부터 토요일 이 시간마다 선행됐던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현장에서의 서명운동은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것은 불법 집회입니다" 경찰 방송에 "평화 시위" 연호로 대응, 몇 차례 갈등 불거져

촛불이 하나 둘 켜지며 집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대기 중이던 경찰 스피커에서 수위 조절을 위한 방송이 흘러나왔다. "촛불 문화제가 아닌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일순간 찾아온 돌발상황, 군중 사이에선 이에 야유가 터졌다. 그러나 집회 진행자가 재빨리 "우린 평화적인 시위를 위해 나섰다"며 수습에 나서 냉각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이후에도 몇차례에 걸쳐 경찰 측 방송과 군중들의 "평화시위" 연호가 맞물리는 등 갈등 상황이 연출됐지만 충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집회 측은 "경찰들 역시 우리를 위한 이들이지 몇사람을 위한 이들이 아니다"며 박수를 부탁,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린 빨갱이가 아니다" 외침 속 집회는 계속

광장이 곧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동아일보사. 전날 있었던 집회에 대해 그들은 3일 사설을 통해 "반미, 반이로 몰고 가는 촛불시위"라며 참가자들의 뜻이 '불순'한 것이라 규정했다. 이에 네티즌은 민심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그러나 집회 참여자들은 이 나라 신문의 '빅3' 중 하나로 불리는 신문사가 자신들을 내려다보며 반미주의자라 규정했음에도, 그리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임을 짐작함에도 다시 모였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우린 빨갱이가 아니라 그저 생명권을 보장받고 싶은 것"이라며 이것이 민심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집회는 6일 청계천에 예정된 것을 비롯 계속될 예정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