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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생쥐와 인간, 독립투사들은 어디로 갔을까

[리뷰] 연극 생쥐와 인간, 독립투사들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 혜화동 키작은 소나무 소극장에서 상연 중인 연극 생쥐와 인간(연출 정인석)은 존스타인벡의 원작을 광복직후 한국인들에 맞춰 각색한 작품이다. '분노의 포도'를 비롯 빈농과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던 스타인벡은 이 작품에서도 비극으로 치닫고 마는 영혼들의 아메리칸드림을 그렸다. 이것을 연극은 광복 직후 고향으로 돌아갈 돈을 마련하고자 타지에서 노동하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로 배경을 옮겨왔다.

형제 만호와 광우에 초점을 잡은 연극은 독립운동 후 고향으로 돌아갈 돈 마저 스스로 벌어야 하는 이들의 현실을 담았다. 독립군 부대에서 보급물자를 나르던 삼십대 초반의 이 두 청년은 전선에도 나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찾아온 독립으로 귀향을 서두르게 된다. 그러나 수중의 돈은 단 5원. '100원은 되어야 독립된 조선의 고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일주일 품삯이 5전인 일터에서 일하게 된다.

동생 만호는 지적장애를 앓는 형 광우를 보살펴야 한다. 광우는 이름에서 보듯 '미친소'라 불릴만치 힘이 세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다. 비단이나 생쥐, 강아지처럼 보들보들한 감촉에 집착하는 광우의 꿈은 고향에 돌아가 농장을 짓고 토끼를 키우는 것. 평소 유순하지만 강한 힘을 억제하지 못해 싸움 중 상대 팔을 부러뜨리거나 쓰다듬던 강아지를 죽게 하고 한순간 사람의 목마저 부러뜨릴 정도다. 이런 형을 돌보기가 버거운 동생이지만 어느새 형의 그 꿈을 자신이 꿈으로 삼게 됐다.

원작처럼 연극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농지 소유주의 망나니 아들이 데려온 아름다운 아내는 극중에서 종군위안부의 슬픔을 등에 진 여인으로 설정됐다. 그 충격 때문인지 영화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은 일터에서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불행한 여자. 그리고 광우에게 호감을 보이던 그녀는 뜻하지 않게도 부드러운 감촉에 집착하는 광우의 손에 희생되고 만다. 결국 동생은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이 지켜야할 대상이자 꿈의 원천이었던 형제의 운명을 정리한다.





연극은 초반 지리하게 흐르는 듯 하다 본격적인 전개에 닿으며 흥미롭게 진행된다. 짧은 시간내에 광복 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도 다루고자 했다. 조국의 독립에 헌신했음에도 귀향할 차비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청년 지사들의 운명, 중국인이란 이유로 멸시당하는 곱추, 늙은 개 '몽구'처럼 자신도 늙고 병들면 버림받고 죽을 거라 생각하는 노파,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7년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돌팔매질 당했던 여인의 망가져버린 삶. 깊게 들어가기엔 시간이 너무 짧고 종연 후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극 중에 잘못된 용어가 사용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광복 65주년,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스타인벡의 명작을 무관심 속에 방치된 독립운동가들의 광복 후 행적에 맞춰 무대에 올린 것은 의미를 가질 만 하다.  

중국이나 일본 등 타향에서 독립된 조국을 꿈꾸던 이들이 그 조국에 바라던 것은 그저 고향으로 돌아갈 열차와 배삯. 단지 그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린 이에 무관심했고 65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행방을 다 쫓지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 - 키스포토


생쥐와인간
혜화동사거리 키작은소나무 극장
8월 29일까지 공연
일반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1만원)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