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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폐가, 그 정신나간 실험성에 호불호 극명할 것

[리뷰] 폐가, 그 정신나간 실험성에 호불호 극명할 것




좋게 이야기해도 또 나쁘게 이야기해도 동일한 한마디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정신이 나갔다는 거다.

10일, 왕십리 CGV 시사회장에서 일주일 먼저 폐가를 접했다. 5만명이 접속했다는 실제 촬영지의 위령제라던가 제작발표회도 건너뛰어 버린 것까지 영화의 홍보마케팅부터 기존 것의 틀을 다 깨 버린 영화였다. 실은 이 날도 기자간담회 없이 그냥 무대인사만 진행됐는데 신비감을 벗기기 싫어서라고 했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영화 본판도 의외성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실제로 영화는 기존의 것을 모두 무시해버렸으니, 리뷰하는데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아닌 그것이었다.




우선 이 영화는 6인의 출연진이 모두 신예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사실 이것은 괜찮을까라는 우려부터 몰고오는게 사실이다. 다행히도 영화 속의 여섯명은 대체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줘 이 점에 대해선 넘어가도 좋다. '리얼호러'를 표방한 만큼 능숙하지만 낯익고 연출의 느낌이 절로 배어나오는 중견연기자의 모습은 처음부터 배제된 거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실제 존재하는 폐가에서 촬영했다는 이 영화는, 몇가지 픽션을 설정으로 삼는다. 과거 일가족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폐가를 탐험하고자 동호회에서 찾아온 3인, 그리고 이를 다큐로 촬영하는 스태프 3인이 폐가에서 저주로 점철된 심령현상에 마주하게 된다. 결말은 밝힐 수 없으니 넘어가고, 그게 내용의 전부다.





영화를 보면 정말이지 초저예산이란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출연진은 사실상 주인공이라 밝혀진 6인이 거진 전부. 이 밖에는 동네 사람A,B 같은 한 컷 출연진들이다. 물론 신인들이기에 거액의 개런티가 나갔을리도 없고, 촬영된 영상 또한 화려한 CG가 있다거나 수십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었을 그런 결과물은 아니다. 정말로 캠코더 하나로 찍은 게 아닐까 싶을만큼 소박해 보인다. 그러고보면 OST라는 것도 따로 있었나 싶다.

리얼호러를 말하는 이 영화는 과거 블레어윗치를 언급하고 있다. 역시나 저예산으로 수백배의 성과를 냈던 그 작품. 블레어윗치는 피가 난무하는 잔혹한 공포영화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던 당시 철저하게 공포심리만으로 관객을 자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이 영화는 우리도 그것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종반으로 가면 꽤 잔혹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는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오지 싶다. 영화의 틀을 깨버렸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실험적이다 못해 영화를 벗어난 영상물이란 느낌.

본디 어떤 영화라도 배경으로 설정된 것과 진행상의 것은 어느선에서 이어지기 마련. 그런데 이 영화는 미싱링크다. 과거 폐가에서 벌어졌다는 미제 사건의 내용이 전달되면서 관객들은 여기 들어온 이들이 이것과 관계가 있거나, 혹은 무관했다 하더라도 어떤 계기로 인해 그것과 맞서는 내용을 기대했을 텐데 결과는 '아무래도 좋다'. 일가족 살해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설정했다 하더라도 폐가에 담긴 이야기라면 무엇이라도 좋았겠다고 할만큼 연관성은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어떤 공포영화라도 사람을 해하는 데, 또 이것에 맞서 생존하려는 데에는 이유나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사명이 있다. 살인의 주체, 혹은 반대로 반격에 나선 희생양에겐 상대에 대한 복수 내지 뭔가 다른 방법으로 원한을 풀어나가려는 목적이 있는게 정석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말 그대로 현상일 뿐, 눈에 보이는 마땅한 존재도 없고, 여기 들어선 사람들 역시 해를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말 그대로 귀신 들린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흉사를 극단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따라서 뭔가를 상상했던 관객으로선 스스로의 그것에 배신당하는 느낌.   

사실 엔딩은 더 상식의 선을 벗어난다. 13일의금요일에서 그 막강했던 제이슨을 상대로 했어도 마지막 남은 주인공은(대개 연약해 보이는 여자 내지 어린 소년이다) 그것을 물리친 뒤 귀환해 참극의 비밀을 아는 증인으로서 속편을 찍거나 혹은 그 존재만으로도 어던 가치를 지녔다. 어떤 영화도 그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트로 부분의 '전원 실종'이란 설정을 아주 뜻밖의 것으로 결말에 담았다. 영화를 보고나면 무슨 의민지 알게 될 것이다.  




경기도 모처라는 실제 폐가는 촬영 후 위령제때까지도 언론의 접근을 막아선 곳이었다. 현장 취재를 위해 영화사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실은 위령제에 참가한 네티즌들에게도 위치를 비밀에 부친다는 모종의 약속을 서면으로 받았다고 했다. 묘한 방법으로 접근해 온 영화는 역시나 여러모로 관객에게 묘한 영화를 보여준다.

당신이 이 영화를 보고서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거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을 거라 본다. 확실한 것은 어떤 영화와도 다르다는 거다. 심지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과정조차도 여기선 무의미하게 보인다. 신선한 실험의 역작으로 부를지, 아니면 이건 영화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 고개를 젓게 될지 그것부터가 기대된다. 


ⓒ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