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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휠체어 농구도 이렇게 재밌다니

휠체어 농구도 이렇게 재밌다니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결승전 보니




매우 격렬하다. 휠체어 채로 넘어지고 몸싸움 때마다 금속끼리 마찰음을 내는 걸 보며 괜찮겠나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평소 휠체어 장애인을 만나면 길부터 비켜주던 보통 사람의 시선엔 처음 보는 경기가 놀랍기만 했다.

7일, 잠실 학생체육관. 9회째를 맞은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결승전이 벌어졌다. 전통의 강호 무궁화전자와 신흥 서울시청이 맞붙은 한판.

관계자에게 슬쩍 물어봤다. 무궁화전자가 그리 강하냐고. "누가 이 팀을 잡느냐가 공통된 관건으로 불릴 만큼 적수가 없었던 절대강자"라고 했다. 이후 기록을 살펴보니 전 대회 우승팀인 동시에 SK배 3연패 등 타 대회에서도 화려한 성적표가 떠올랐다. 반면 서울시청은 이 대회 첫날 예선에서 무궁화전자에 1패를 안겼던 파란의 팀. 올해 창단했지만 곧장 강렬한 인상으로 신흥강호에 올랐다.




경기 시간은 일반 룰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10분씩 4쿼터. 두 다리 멀쩡한 선수도 힘에 부칠만하건만 이들은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누볐다. 리바운드 직후엔 필사적으로 달리면서 공수전환이 이뤄졌다. 거기서 느껴지는 힘, 속도 모두 스포츠의 그것을 관전자가 만끽하기엔 부족함 없을 정도. 비록 슈터와 수비자 간에 점프 대결은 없지만 밀착해 손을 뻗어 막는 선수와 정확한 궤적을 그려넣는 선수의 1인 대결은 볼만 했다. 대인 마크시엔 한치 양보도 없이 밀착, 때론 함께 엉켜 넘어지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농구보다 미식축구를 연상케 했다.   




아무리 결승이지만 평일 오후. 그러나 학생들이 관전석을 메우며 체육관은 열기를 더했다. 이 경기는 TV생중계가 이뤄진 경기기도 했다. 관심을 요하는 동시에, 이미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대회임을 엿볼 수 있다.




휴식 시간에 등장한 치어리더. 이 밖에도 학생들을 데려다 휠체어를 태우고 릴레이 경주를 시켰다가 방향전환 없이 굴러만 가는 모습에 모두가 박장대소한다던지 볼만한 요소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휠체어로 저렇듯 움직인다는 것에 놀랄 법한 순간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기 속에서 휠체어가 망가지기도 한다. 바퀴 한 짝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선수가 잠시 밖에 나가는 일이 일어난다. 전복된 휠체어에서 튕겨나가듯 바닥을 구르던 선수가 팀플레이를 위해 홀로 재탑승하는 모습이나 넘어진 채 두 손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은 여기서만 볼 수 있을 스포츠맨쉽이다.




아무래도 슈팅은 휠체어에 앉은 키 높이 때문에 골대와의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의 슈팅 성공률은 생각 이상으로 좋다. 3점슛은 보기 힘들었지만 골대 바로 아래서의 레이업슛이나 달려들며 던지는 슛은 위력적이었고 그 때문에 슈팅 직전부터 리바운드까지 이어지는 순간엔 전원이 격렬한 싸움을 펼쳐야만 한다. 5반칙 퇴장도 두번 일어났다.

경기는 2쿼터까지 무궁화전자가 리드를 이어가다 3쿼터 들어 잠깐 서울시청이 역전, 시소게임을 이어갔지만 후반 들어 무궁화전자가 다시 가공할 득점력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결국 4쿼터 들어 스코어는 13점차로 벌어졌고 무궁화전자가 우승을 결정지었다.

아직 일반 스포츠에 비해 가려진 장애인 스포츠지만 현장에서 처음 본 휠체어 농구는 "솔직히 재미없잖아"란 편견을 걷어내기 충분했다. 비록 높이 싸움이나 두 다리를 통해 만들어내는 작품은 없지만 대신 휠체어로만 보여줄 수 있는 투지가 있었고 시종일관 벌어지는 바디체크,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의 땀내는 일반 선수들의 경기와 진배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