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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IBK '붕 떠버린 돈' 입금오류에 대응도 열받아

IBK '붕 떠버린 돈' 입금오류에 대응도 열받아


"입금했다는 내역서까지 제시됐는데 통장에 돈은 안 들어오고..."

돈을 보낸 사람은 분명 인터넷뱅킹으로 입금을 시켜줬다고 한다. 그런데 내 통장으로는 며칠이 지나도 입금내역이 확인되질 않는다. 사람 복창터져 죽이는 은행 입출금 오류를 겪었다. 타인을 취재한 것도 아니고, 본인 이야기다.

돈 받을 일이 있었다. 전화를 넣었더니 돈은 이틀전에 보냈단다. 은행 입출금기서 미입금인걸 확인하며 통화중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난 통장을 손에 쥐고서 받지 못했다고 하며, 저기선 송금내역서까지 떼어 봤다며 정상 처리되었다고 한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은행이 돈을 꿀꺽 삼켰나? 이런 경우는 없었다. 급한 마음에 인터넷 서치를 해 봐도 이같은 예는 나오질 않는다. 가족한테 물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다들 모른단다.

결국 나는 나대로, 입금한 이는 그대로 각자 거래하는 은행으로 동시에 찾아갔다. 양 쪽 모두 진실을 고하고 있다면 돈은 저쪽 거래 은행서 이쪽 거래 은행으로 넘어오던 어느 순간에 증발한 것이렷다.

내 거래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즉, 이 사건에선 입금계좌의 은행이다. 저 쪽 거래 은행은 IBK다. 즉, 출금계좌의 은행이다. 먼저 내가 동네의 국민은행 지점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계원 조차도 뜨악한 표정으로 "전산처리란 건 본디 1이나 0이냐, 둘 중 하나로 처리되기 때문에 정상처리냐 오류실패냐 둘 중 하나지 제 3의 예외란 없다"며 자신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일단 내 계좌엔 입금된 내역이 없음을 확인시켜 준다.

잠시 후 상대 측에서 연락이 온다. 문제는 IBK에 있었단다. 오후 중 까지 처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알린다. 이걸로 문제는 일단 해결된 듯 보였는데... 마감시간 오후 4시가 다 되어서도 감감무소식이다.

급한 마음에 길거리 IBK 지점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전산오류'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권한다. 부장 직함의 담당자가 직접 상담을 해 주더니 일단은 그 송금내역서가 있어야 조치해 줄 수 있단다. 내 계좌로 역추적이 불가능하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타행 통장이라서가 아니라 그래도 상대가 자기 은행 고객인데 내 말만 듣고 손댈수는 없다는 것.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으로 송금자를 찾아갔다. 입출거래내역서를 내어준다.

    
 
    


 


확실하다.

혹시나 내가 계좌번호를 잘못 알려줬나 하는 불안감은 사라졌다. 내 이름, 계좌 모두 정확하다. 결국엔 내 처지를 고려해 우선적으로 다시 한번 돈을 부쳐주는 걸로 내 경제난은 일단 해결됐다.

그러나 난 이걸로 그냥 흘려넘길 위인이 아니다. 배스킨라빈스는 변호사를 잘못 만나 굴욕을 당했다지. IBK는 하필 기자놈을 잘못 만났다. 어마무지막강하게 나를 열받게 한 괘씸죄, 나아가 공익을 위해서라도 진상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본사로 찾아가 면담을 요구했다.

처음부터 사람 빡 돌게 하는 재주를 보여준다. 출입구에서 인터폰으로 통화하는 상대편은 말만 들어서는 모르겠으니 상대 계좌번호까지 다 찾아다가 다시 오시라고 한다. 이래뵈도 한번 발동 걸리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나다. '미친개' 모드로 간만에 들어가 증거도 확보해 왔으니 만나달라고 요구했더니 그제서야 문이 열렸다.

접견실에서 마주한 이의 직함은 고객행복부 차장. 민원처리 담당 부서인 모양이다. 난 거래내역서를 건넨 뒤 내 통장을 연이어 보여줬다. 2월 8일부로 거래된 걸로 나오는 내역서와 달리 내 통장에 8일자 거래일자는 없다. 이만하면 뭔가 중대한 문제라고 받아들일 줄 알았다.

"모르죠 나는."

이거 가지고선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벙 찐 반응이다. "그럼 내역서가 위조나 변조라도 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야 모르죠"라고 한다. 거래내역서엔 출금한 계좌주의 정보나 계좌번호가 일체 없으니 알아 볼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다면 최소한, 출금한 계좌주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당신들 IBK의 고객 중 한사람이 이 시각 내게로 입금한 사실 하나만큼은 이 거래내역서로 입증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비록 송금자가 누구인지는 나와 있지 않은 거래내역서지만 엄연한 IBK의 입출거래내역서인 만큼, 당신네들 은행의 고객 하나가 이 시간에 내 계좌로 입금 처리를 했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이거 하나만큼은 곧장 납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자기는 모르겠단다. 아니 몰라? 엘레강트하게 끝내고 싶었건만 결국 언성이 높아진다. 피해를 본 타행의 고객이 이렇게까지 준비해왔는데도, 제대로 처리해 줄 기색이 안 보인다. 알게 뭐냐는 식이다.

그럼 돈 부친 사람의 계좌번호까지 다 확보해다가 건네줘야 비로소 진상파악에 들어가 줄 거냐고 물어봤다. 그랬다. 실로 화가 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만일 저 쪽에서 '우린 돈도 줬겠다, 더 어쩌란 거냐'며 계좌번호는 커녕 이 내역서조차 주길 거부했다면 그 땐 나같은 사람들을 차장님은 어떻게 대했을 겁니까? 그냥 내보냈을 겁니까?"

세상엔 돈을 주고받는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실로 많다. 사연도 사정도 많다. 돈 때문에 의가 상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다 거래자간 문제가 아니라 은행이 오류로 제 역할을 못해내는 어이없는 상황이 끼면 이건 한마디로 '뭥미?'

돈을 주고 받는 데 있어서 말이다. 당연히 돈을 지불받아야 하는 권리자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체불이라도 되면 '제발 주세요'하고 목을 매다는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돈 줬다는 이에게 "난 못 받았다, 은행 문제가 생겼으니 계좌번호를 달라"고 부탁하는 건 상황에 따라 독촉보다 더 어려운 부탁일 수 있다. 그런데 원론적으로라면 이처럼 민감한 돈거래를 담당하는 은행이, 오류로 제 역할을 못한 것을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에 임해주긴 커녕 도리어 이거 저거 다 가져오라고 고자세다. 모른다고만 한다. 계좌번호든 뭐든 더 없느냐고만 한다. 그 뿐이었다. 이 문제를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낌새도, 항의방문한 타행 고객이 묻는 질문에 속시원한 답변도 없다.

난 확신하고 있었다. 송금자가 IBK 고객임을 증명하며, 타행고객인 내게 이 날짜, 초 단위까지 명기된 이 시간대에 이만큼의 금액을 전달했다는 것과 그리고 받는 사람인 나의 계좌번호가 명확히 담긴 이 내역서. 그리고 그 계좌번호가 분명히 찍힌 내 통장. 이 정도면 송금한 계좌주가 누구인지 몰라도 충분히 은행이 상황을 파악해 줄 수 있음을.

여기까지 오기 전 내가 만난 지점의 사람들 태도는 이렇지 않았다. IBK는 물론이요 아무 잘못 없는 국민은행 측 조차 전산오류, 피해라는 말에 전산부에다 전화를 걸어 상황 파악까지 친절히 해 주었다. 왕십리 지역의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를 두고 '돈이 붕 뜬 것'이라는 표현을 곁들어 설명해 주기도. 은행원간의 은어인가 보다. 그러나 그 역시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암사동의 IBK 지점 사람들은 녹차를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것은, 비록 오류가 누구의 악의도 아닐지언정 여하튼 우리 은행과의 거래에서 피해를 본 타행 고객에 대한 염려와 미안함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짚건대, 이 글은 IBK에 대한 비판글이지만 내가 만난 그 IBK 지점 이들에겐 감사할 따름이다. 지점 방문 때만 해도 도리어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본사 방문에서 그것들은 완전히 날아갔다. 한마디로 본사가 지점보다 훨 못하다.

나는 거듭 항의해 보였다. 안되겠다 싶어 좋지 않은 방법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함부로 직권남용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공익과 관련된 사안이니만큼 다 알려버릴테니 IBK 이름 걸고 확실하게 해명이든 뭐든 다 해보세요."

난 기자증을 꺼내들었고 그는 "이게 본질이 아니잖습니까"하고 대응한다. 난 "누가 누구에게 본질을 말하는거냐"고 거듭 항의했다. 국민은행 지점만 3곳, IBK 지점 한 곳을 돌아 여기까지 왔건만 정작 본사에선 의외의 대처를 하고 있음에 절로 격해졌고 결국 나도 고자세로 똑같이 대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게 먹혔다. 왜 소릴 질러야 해결해 주는건지.

그는 잠시 기다리라며 그제사 전산실과 통화로 진상 확인에 나섰다. 내가 계좌번호를 알아보고자 송금자와 연락을 취하는 그 사이에, 그는 이내 오류가 맞음을 확인하고 알려준다. 역시나, 전화 한통화면 전산실을 통해 진상파악이 곧장 이뤄지는 것이었다. 내 생각대로 이 정도 증거물만 가져오면 충분했다. 난 한마디 툭 던졌다.

"거 봐요, (이것만으로도) 확인 되잖아요?"

"그야 전화를 걸었으니까..."

여기서 그는 "자긴 인터넷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시인했다. 본사 사람이다 보니 인터넷뱅킹 할 일이 없다는 것. 난 이 대목에서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시츄에이션이 상당히 난감해진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전산오류 민원에 나선 것이었다.

그는 "오늘 나도 이런 거(입출금내역서)는 처음 본다"고 한층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럼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던가...'하는 소리가 목안에서 맴돌다 그냥 말았다.

사실 나도 필요이상으로 화를 낸 것이 있어 이에 대해선 사과를 하며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계좌문제 여부로 송금자 측과 통화했을 때, 오류 확인 후 자신들 계좌로 다시 돈이 환급되는 형태로 일단은 문제가 처리됐단다. 솔직히 초반에 화를 냈던 건 수일이 지나도 아무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주효했던 터라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선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나 싶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난 "사과할 건 하지만 여전히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라며 짚어나갔다. 오류발생은 분명한 것이었고 여기서 벌어진 문제는 새로이 따질 것들이었다.  

"여기서 모르겠다고만 일관하는 것에 화가 났다"며 "다른 지점에선 이렇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그도 "자신의 초반대응에 문제있었음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큰 소리를 내야만 확인을 해 주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그나마 이렇게 성질을 내니 뒤늦게 진상파악을 해 주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안 해줬을거 아니냐, 만일 나처럼 다급한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이 빈손으로 왔다면 그냥 돌려보냈을거냐, 그나마 이번 경우는 저 쪽 사람들이 좋아 이래저래 협조해 주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IBK는 아무 것도 안 해주는 은행이냐"고 거듭 질책했다. 아무 반론도 하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봤을 땐 얼마 안 되는 금액일지 모르지만 타행 고객이 이토록 속을 썩는데 이게 무슨 태도냐"고 덧붙였다. 나같은 서민에게 100만원은 매우 크고 피같은 돈이다. 이것이 붕 뜬 것이던 증발을 한 것이던간에 행방이 묘연한 경험은 다신 하기 싫은 악몽이다. 은행에서 미안하단 말한마디 듣는게 이토록 힘든 것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시 한번 오류의 진위여부를 파악한다. 그는 "일단 이 시간에 내 계좌로 입금이 시도됐음을 확인했다"며 내역서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한다. 그 '시도'라는 것이 단순히 시도인지 아님 송금자의 그것이 정상처리까지 다 이뤄진 후 벌어진 명백한 은행의 과오인지 여부를 다시 한번 물었지만 여기에 대해선 역시 답해 주질 못하는 것이었다.

오류의 구체적인 설명을 요했다. 그는 '서버타임 오류'라고 말했다(조금 토씨가 틀릴 수도 있다). 각 은행마다 하루 중 잠깐, 정산 등의 이유로 평소 기능에 제한이 걸리는 시간이 있는데 그 때 뭔가가 걸린것이란다. 보다 자세하게 누구의 책임인가 물었지만 역시 여기까진 답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은행의 전산상 처리에서 문제가 생긴것은 확실히 파악된 순간이다. 차장 역시 "이 부분은 점검해 볼 사안"이라며 확인해보겠다고 알린다.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도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 붙들고 뭘 했나 싶어 도리어 무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우 드물지만 그 때문에 한번 당하면 매우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이를 좋게 말해서는 진위파악 요구에 쉬이 응해주지 않는 것을 겪고 나니 역시나, 알리는 것이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버타임이란 것에 걸리면 이처럼 난감한 상황에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때 여부를 파악하는 것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또 그 은행의 고객이 아니라고 해서 죽을때까지 애태우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권한다. 주저 말고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