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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경기도 '워크 스마트' 운동, 다시 돌아보는 직장인의 로망

경기도 '워크 스마트' 운동, 다시 돌아보는 직장인의 로망


커서 님(http://www.geodaran.com/)은 지난 몇년간 야근과 초과 수당 등 일의 환경, 직장인 삶의 질 문제에 관해 관심이 많았던 블로거다. '일하는사람' 카테고리를 들여다보면 한국 직장생활에 만연화된 야근과, 수당 문제 등에 관해 상당한 글이 올라와 있다. 몇가지만 소개해 볼까. 야근 금지를 선언한 회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한 (http://www.geodaran.com/254), 야근에 대한 직장인들의 한줄 댓글로 이어가는 한탄글 (http://www.geodaran.com/15), 야근수당 청구운동을 다룬 (http://www.geodaran.com/21) 등은 빙산의 일각 되겠다.

직장인의 로망, 칼퇴근. 그리고 야근이 발생하면 수당이 당연시되는 일상. 실상은 요원하기만 한 바람들. 그래서 로망이겠지만.
  
다음 카페 '야근 NO'(http://cafe.daum.net/yageunno)는 이같은 바람을 지니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1천명 남짓한 회원수, 그리고 요새 들어서는 뜸한 게시글들에서 엿볼 수 있듯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자그마하고 한적한 카페다. 그런데 간만에, 16일 새로운 게시물 하나가 등록됐다. 경기도가 전개하는 '워크스마트' 운동 소식에 관한 이야기다.

"경기도에서 이런 운동을 벌인다고 하는데, 이런 운동이 잘 확산되고 건강한 일터로 발전하는데 발판이 되면 좋겠네요" - 저주받은 광인 님

16일 경기도의 '워크 스마트' 운동이 네티즌 이목을 끌었다. (관련보도 연합뉴스 http://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view.html?cateid=1002&newsid=20100316162620123&p=yonhap)

이 기사는 잠깐 미디어다음 뉴스홈 메인에 오르기도 했다. 불필요한 야간과 주말초과근무를 줄인다, 매주 하루는 '홈런데이'로 지정해 6시 정시 퇴근을 시킨다는 것이 골자. 게다가 야간 및 주말 근무가 많은 조직은 수시로 조사한다고. 직장인이라면 업계 불문하고 시선을 빼앗길 만한 뉴스다. 경기도에서 시행한다는 이 운동은, 조금 의미를 확대해 부여한다면 지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바라마지 않던 시범 케이스'. 

네티즌들 반응은 즉각 일었다. 70여개의 댓글이 오르내린 가운데 대개는 이것이 말하는 취지 그대로 이뤄질 것인가 여부에 관한 것들. 사실 워낙 사안 자체가 만만치 않은 것이라 회의적 관점이 상당수다.

이유는 간단하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이 운동을 전개하는 경기도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 이것이 진정 직원들의 근무시간 초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초과수당은 안 주면서 집에서 일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건 '사무실 전화를 개인 전화로 착신전환에 집에서 일을 처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에 대한 의문. 한 네티즌은 "조삼모사"라고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진정으로 급한 업무를 사무실에 굳이 나오지 않아도 처리가능하도록 편의를 돕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초과수당은 안 주면서 집에서 그대로 처리하도록 요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즉, 업무량 자체를 줄여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반대로, 초과근무를 수당을 위해 일부러 만드는 작태에 대한 비난이다. 근무시간에 일하지 않고 일부러 초과근무로 수당을 노리는 경우를 말하며 제 시간에 일만 잘해도 초과근무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 두가지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다. 주간 근무시간의 의미를 공무원들은 상층부나 직원이나 다같이 충실히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 제시간에 처리하는데 있어 과도하지 않은 업무량만 요하고, 또 이를 제 시간에 성실히 처리하는 것을 바라는 것. 바꿔 말하면, 이같은 시범 무대에 오르는 공무원들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간 얼마만큼의 신뢰를 갖고 있었는지를 생각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켠에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조차 '스마트'라고 이름붙여야 하는 현실, 도(道)가 나서서 한 주에 한번은 제 시간 퇴근을 하도록 장려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현실을 말한다. 홈런데이에 대해선 정시퇴근하는걸 두고 베푸는 척 한다며 비웃는 모습도 보인다. 그만큼, 퇴근시간을 제때 지키는 것조차 파격적으로 느껴야 할만큼 한국의 직장문화는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다.

그 취지가 제대로 지켜질지 여부에 의문부호를 달면서 경기도가 시행에 나선 이 제도, 과연 어떤 결실로 이어질까. 여하튼 일반 회사에서던 공무직에서던 선례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겐 의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시도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 또한 야근과 주말 근무 등 초과 근무가 만연화된 세상을 어떻게든 바꿔야 할 필요성은 모두의 동감내역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경기도의 이 운동이 그것을 관통하느냐 아니면 허울좋은 것으로 끝나느냐에 달렸다.
진정으로 일하는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근무시간 감소의 결과, 나아가 상부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성과가 나오고 또 이것이 지속될 수 있다면 이는 사회 전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기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의미있는 시도를 기다려 왔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뉴스가 과연 단비같은 후속 뉴스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늘도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로망이 어디에선가 꽃피는 광경을 희망한다. 그것이 다음엔 자신의 뜰 안에서 피길 기다리면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