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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스타기자 박대기' 탄생이 갖는 의미

'스타기자 박대기'가 갖는 의미


새해 벽두에 혜성처럼 등장한 깜짝 스타가 있다. 연예인도 아니고 스포츠인도 아니다.  KBS 방송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박대기 기자는 4일 내렸던 폭설 속에서 '눈사람 기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인터넷 시대에 스타 탄생의 순간은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지금이 6일 새벽 2시. 이미 그는 포털 인물 사전에 올라 버렸다.

    
 



눈 속에서 방송하는 이미지가 그대로 올라 있는 것이 묘하다. 만일 이 프로필 사진이 차후 다른 것으로 바뀐다면 그것은 그가 반짝 스타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던 롱런한다는 것일테지.

    
 

    
 
최소한 단 하룻만의 신기루는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폭설 상황이 해제되고 날짜가 바뀌었어도 그의 이름은 연일 이슈 키워드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게다가 합성 패러디물이 고개를 들고 있어 당분간은 '국민 눈사람'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지속될 것 같다.

박대기 기자의 스타 입성은 '스타기자 탄생'이라는 점에 있어 색다른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바꿔말하면 그간 한국에는 마땅히 대중적 인기를 지닌 기자가 없었다는 말도 되겠다.

물론 스타 저널리스트는 엄연히 존재한다. 최일구 앵커는 앞으로도 몇년은 더 두고두고 이야기될 명 진행을 남겼고, 백분토론에서 물러났어도 '손석희'는 여전히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현장을 종횡무진 뛰는 저널리스트로는 상당수의 스타블로거를 떠올릴 수 있다. 촛불집회 이후에도 기록을 이어가는 미디어몽구나, 쓰레기시멘트를 비롯 환경 파수꾼으로 명성을 떨치는 최병성 목사가 그 좋은 예다.

그러나 1인 미디어의 블로거가 아닌, 직함 그대로의 언론사 기자 중에서도 대중적 지명도를 지닌 스타가 있는지 살펴보라. 십중팔구는 '있긴 있느냐'고 되물어올 것만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스타 기자라 하면 칼 번스타인... 역시나, 한국 기자 중엔 마땅히 기억하는 사람이 없네.

아차, 깜빡했다. 있구나.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허나 이 역시 '독설닷컴'의 블로거로 먼저 기억한다면 이야기는 또 복잡해진다. 상황이 이쯤 되니,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중요치가 않다. 어떻게 이 나라엔 마땅히 떠올릴 유명 기자가 이토록 변변찮은가 하며 우울함을 느끼게 만든다. 웃자고 손예진, 지진희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한데, 재밌는건 그나마도 2008년 작이라는 거. 스포트라이트 이전엔 마땅한 드라마 속 캐릭터도 없었다.

반면 안티들 많은 기자는 꽤 된다. 스포츠나 연예, 정치 섹션 등에선 '기자 아닌 소설가', '변절자'라는 비난이 쏟아지는걸 심심찮게 본다. 왕년의 대기자도 있고, "지금 이 글이 '아니면 말고'가 아니면 뭐냐"고 지탄받는 작성자도 있고, 펜촉이 휘어 버린 자도 있다.

지금보니 의외로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왜 기자를 두고 '제일 싫은 부류'라는 네티즌이 이리도 많나 했더니, 대중적 인기인은 부재하면서 안티의 대상은 많다. 이러니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허구의 세상 속에선 광범위한 영역에서 우상이 등장한다. 탐정이라는 존재 자체를 찾기 힘든 한국에서 명탐정이 인기를 끄는것은 대표적. 사실 세계적 피겨여왕이나 수영 금메달리스트도 수년전까진 이 땅에서 볼 기약이 없었던 존재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 두사람의 존재감은 더욱 각별한지 모른다.

반면 저널리스트 중 기자로 한정한 분야에선 왜이리도 명기자 찾기가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막말로 '밟히는게 기자'라는 세상이 아니던가. (전문지 시절 편집장께 그 이야기 들었을 땐 그저 수가 많다는 의미로만 알아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 그대로 해석도 가능한 것에 쓴웃음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박대기 기자의 스타탄생기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다. 대중은 물론이요, 동종 업계인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그가 어필한 것은 기자가 지닌 덕목 중 '우직함'이다. 기록적 폭설로 얼마나 일상이 어려웠는지는 사람들 스스로가 출퇴근길, 등하교길, 장보는길에서 겪어 잘 안다. 그 속에 파묻혀 눈사람이 되어가면서까지 임무를 다하는 현장중계 기자의 특성과 애환이 박대기 기자를 통해 제대로 묻어난 것. 간만에 기자에 대한 긍정적 의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사건이다. 그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웨이팅'도 기막힌 조화로 한 몫했다.

자. 이제 또다른 면모로(같은 면모도 좋다, 우직함은 언제 봐도 기분좋다) 새롭게 태어날 스타 기자를 기대할 때다. 탐정 뺨치는 추리력으로 무장한 르포기자나, 시일야방성대곡을 다시 쓸 수 있는 명문의 기자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비춰준 용기있는 기자 내지 인간성 묻어나는 기자. 이들은 실상 대중들부터가 목말라 하며 기다리는 백마 탄 초인이 아닐까. "정론직필하기 정말 힘든 세상이예요, 아유"하며 넉살좋게 하소연 겸 공적을 드러내보일 수 있는 그런 기자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