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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11월 건강보험료 폭증, '가렴주구'를 피터지게 곱씹는 오늘

11월 건강보험료 '가렴주구' 환란에 아찔하다
재산세 부과점수 폭등, 기준이 대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변동 사전안내 통지서 받은 사람?

11월부터 변동한다는 통지서를 받은 어제, 나는 밤새 두통을 앓았다. 대체 이게 뭔가.

3만원 조금 넘던 보험료가 글쎄 곧장 5만4000원대로 오른다. 배에 가까운 급등이다.

두 자로 요약해보라고? 그야말로 '환란'이다. '환장할만한 란'이라고도 할 수 있고 '환상적인 난리'라고도 쓸 수 있으며 '환과 란을 동시에 당했다'고 읽을 수도 있겠다. 실정이 나아진 바 전혀 없건만 대체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있나.

처음엔 뭔가 잘못됏거니 했다. 신문사에서 정규직의 다른 식구 것을 내 이름으로 잘못 신고하거나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좀 있다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다란 결론이 떨어진다. 소득이 제로인 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직 프리랜서다. 이리저리 소일하다 보니 4대보험 등 정규직의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는, 88만원 인생이 오히려 부러운 이 시대의 전형적 약자다. 이번 보험료 변동에 있어서도 이 점은 그대로. 다시말해 소득이 늘어 보험료가 이렇게 고동친 건 아니란 거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인가. 일단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이란 생소한 섹션이 마음에 걸린다. 과거엔 129점, 이번엔 153점. 달라진게 무엇이기에 상승했지? 하지만 이 정도로 우는 소리할 것은 아니지.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재산 목록. 건물, 토지 전월세의 부과점수가... 기가 막히다. 내 명의로 된 재산이라곤 살고 있는 집 하나. 이는 이사온지 1년이 넘은 상태다. 다시 말해 등록된 내 재산내역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란 말씀. 헌데 이게... 이전 것보다 3배가 넘게 널뛰기를 했다.

말이 돼? 

대체 어떡하면 60점대가 200점대에 육박하는 수치로 불어나지? 990만원이던 것이 3177만원? 뭐야 이거? 덕분에 며칠후부터 보험료 하나 때문에 가계부를 완전히 다시 써야 하는 처지다.

토요일 새벽. 갑갑하지만 고객센터는 비어있다. 그렇다고 아침이 밝으면 통화할 수 있느냐. 주5일이라 이틀밤을 더 보내야만 한다. 예약을 걸어놓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그 전까지 분통터져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혹시나 싶어서 검색대를 뒤져봤다. 매년 11월이 되면 이처럼 소득과 재산 변동 사항을 적용한다고. 보험공단 홈페이지 (http://www.nhic.or.kr/) 자유게시판을 봤더니 마침 같은날 동병상련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도대체 기준이 뭔가, 보험료가 7만3000원에서 10만2천원으로 올랐다, 재산은 도리어 줄었는데 재산이 60만원서 3360만원으로 5배가 튀었다, 죽고싶은 심정 뿐인데"라는 글을 보니 나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

어느 카페에선 18일자로 '11월 건강보험료 확인해보라, 대폭 올랐다'는 게시물이 떳다.  다음 카페의 클럽 캠리(http://cafe.daum.net/camryhybrid)에서 kieu 님은 "11월 지역건강보험료가 무료 두자릿수로 인상됐다"며 확인해 볼 것을 말했다. 다시말하지만 본인은 두자리 수 중에서도 8할에 달하는 인상이라 억장이 무너진다.

가렴주구라고 했다. 가정맹어호와 더불어 크리티컬 콤보가 터지면 그야말로 민초들 신음소리가 만방에서 울릴 무서운 사자성어다. 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하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지금 상황을 표현하는 내 솔직한 심정은 이거다. 월요일이 되면 자초지종을 들어봐야 겠으나, 만일 어떠한 오기나 착오도 없는데도 불구, 본래 것이 이같은 과세율로 조정된 것이라면 난 다시 한번 가렴주구라는 네 글자를 곱씹고 곱씹을 수 밖에.

입이 부르트고 터져 피가 흐를 때까지 씹을 것이다. 부디 모든 것이 착오였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후속글을 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