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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100년된 집에 찾아든 한살 낭만고양이, 인간 엄마와 1년

100년된 집에 찾아든 1년생 낭만고양이, 인간 엄마와의 1년





어린 아들과 젊은 엄마의 왈츠. 오후의 뜰 앞에서 거니는 모자의 모습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내 배로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그 빛이 바랠까. 여기, 종을 초월한 새엄마와 수양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지어진지 100년이 넘은 집을 무대로 막은 오른다.


  



"완전 '개냥이'라..."

엄마는 매우 특별한 아들이라고 말한다. 사람들과 전혀 위화감없이 어울리는 고양이. 그래서 뜰고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제 두번째 만나는 내게 다가와 몸을 비벼댄다.

"정에 굶주린거 같아요. 트라우마가 있는거 같애..."

인간 엄마가 부르면 대답한번 하고 스윽 다가온다. 인간의 뜰은 고양이의 숲이기도 했다. 세월의 혼이 스며든 한세기의 건물과, 인간과 교감하는 영물이 함께 어울려 특별한 이야기를 꾸려가는 서울 한복판의 동화.



배경은 21세기 서울 서대문의 고택. 뜰고양이 남아 '나비'와 인간여자 유일영 씨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어느날, 이들을 찾아온 이 인간남자 기자나부랭이의 1인칭 시점을 통해 이야기는 진행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고건물 중 하나인 서대문의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소. 기독교 장로회 선교교육원 건물로 실제 문화재로도 등록돼 있다는 게 유 씨 설명이다. 이들이 세들어 사는 이 건물의 보다 자세한 내력은 곧 이어질 '오래된 건축물 이야기' 연재에서 다루도록 하고.
이 건물에 배어든 세월을 한겹 벗겨 딱 1년의 시간을 되돌려 본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8년 11월.

비 오는 날 유일영 씨는 예정치 않은 손님들을 맞았다. 비에 젖은 코리안 쇼트 헤어의 고양이 한 무리였다. 엄마 고양이와 갓 태어난 새끼 세마리. 

어찌 된 건지 어미는 유 씨에게 한 마리를 맡기고 나머지 두마리와 함께 등을 돌렸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고양이가 자기 자식 중 하나를 버릴 땐 가장 강인한 자식을 선택해 내몬다더라고요."

모르는 일이지. 어쩜 자기 자식이 아니라 죽은 친구의 자식일지도 모른다. 잠시 돌보다 힘에 부쳐 새엄마를 찾아주고 친자식들과 함께 떠난 것일지도. 로드무비 각본이로군. 




진실은 저 안드로메다에. 어디까지나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난 다가와 부비부비를 해달라는 이 가엾은 중생의 청을 들어주며 잠시 여러 생각을 해 봤다.

유 씨 역시 자기 배 아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젊은 엄마다. 감정이 안 생길리 없다. 여잔 약할지 몰라도 엄만 강하다. 여기에다 센티멘털해지면 어디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모른다. 나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은 서대문 나비 엄마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친엄마가 두고 간 고양이에게 대신 인간 엄마가 새로 생겼다.
나비는 이 뜰에서 지내게 됐다. 묶어놓지도 방울을 달지도 않았건만 녀석은 인간의 뜰을 떠나지 않는다. 

처음엔 사무실 내에서도 가족으로 받고싶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33년간 고양이를 매번 키웠다는 유 씨와 달리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뜰 안에 나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제가 공인된 얘 엄마예요. 근데 나 없을 동안 누가 생선 줬니."

나비 엄마는 정말 자식을 버린 걸까. 헌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지난 3월, 어미 고양이가 다시 이 곳을 찾았다. 천륜인지라 나비는 어미를 매우 반겼다고 한다.


"엄마 이제 나 두고 가지 마요"

하지만 나비엄마는 두 달 뒤 쯤 만삭의 배로 나타났다가 이후 어딘가에 출산을 한 듯 배가 홀쭉해진 모습을 몇 번 보여주더니 또 다시 사라졌다.


유 씨의 다이어리 중 - (http://blog.daum.net/iruyong/118)


유 씨의 다음 블로그 (http://blog.daum.net/iruyong) 프로필 사진. 사진 속 '얼룩이'는 이 날 마실 나가고 없었다.


4계절의 바퀴가 한차례 굴러갔다. 유 씨에게 있어 무대가 되는 이 100년된 건물도, 이 태어난지 1년된 고양이도 모두가 특별한 인연이다. 대학 시절 수련회 때 우연히 찾은 이 곳에 다시 적을 두게 되면서 적잖이 놀랐고, 이 오래된 건물은 이렇듯 수양아들까지 데려다 줬다. 이것은 지난 100년 중 최근 1년 사이의 기록이다.

나비는 잘 먹는다. 한달치 통조림 값이 10만원어치. 엄마 등골이 휜다. 공개적으로 후원인을 모집 중이다.
요샌 살이 더 올랐다. 멀리서 보니 마치 토끼같다. 건물과 고양이의 조합을 꾀해 찍어본 사진은 마치 고성 앞의 들토끼를 연상케 했다.



나비는 호기심이 무척 많은 고양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놀랄 정도.

"얘 카메라 되게 좋아해요."

조금 달랐다. 내게 다가와서 맨 먼저 호감을 내보인건 카메라의 렌즈 뚜껑. 흔들거리는 것에 반응해 보인다.

 


"본의 아니게 할퀴어요. 발톱이 날카로워서..."

"덥석덥석 안 물기만 하면 되죠. 전 예전에 '블러드 헬 독그'를 키운적이 있어서리..."

악수를 청하면 냅다 받아준다. 카메라 렌즈 앞에서 썩소를 내보이며...

아닌가. 이건 E.T의 한 장면인데.




"어떤 사람은 그러더라고요. 여자들만 있는 곳에 찾아온 남자아이라고."

헌데 남자도 잘 따른다. 정말 유 씨 말처럼 평소 보던것과는 다르게 생긴 인간이 오니 신기한 건지. 
그게 아니면.

아름다우면 다 좋아하나? (비웃음을 각오하고 진실을 알리는 바다)




뜰에 찾아온 한 커플이 빵을 꺼내니 나도 좀 달라고 찾아간다. 텃세. 이건 뭐 사람 좋아보이지만 실은 세금 받으러 온 공무원 같은 고양이다. 어릴 적 홀로 남겨진 기억이 결국엔 인간과 융합하는 고양이를 탄생시켰다.

이 자슥이 이 자슥이 단거 먹다 이빨 한번 아파봐야 하아아아아아~ 그래서 인간들이 허구헌날 이빨 닦다 그만 수염이 다 닳아버렸구나~ 할끼야.

"고양이 닮았다고들 안 그래요?"

"많이 들어요."

유일영 씨를 고양이가 잘 따르는 이유는 얼굴만 딱 보면 안다. 정말이지 꼭 닮았다.



두 모녀의 샷. 통조림, 엄마 품. 다 가졌네. 행복의 요건 말이다. 이만하면 출세한 고양이다. 

목숨이 아홉개라는 고양이라 했나. 지금은 나비에게 있어 백일몽일지 모른다. 행복하고 그래서 나른할 정도의... 

정말 독립심이 강한 자식이라 그냥 두고 간 걸까. 친정엄마말이다. (맞다 남자였지 너) 그럼 앞으로 또 어디로 진행될지 모르겠군. 이것은 험하고도 매력적인 고양이 낭만담의 서장일 뿐인지도.     

그도 아니면,

부디 앞으로도 깨지 않을 꿈이길. 백일몽 속 영원의 뜰에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