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U-17 축구마저... 너희들 땜에 또 지옥의 불면증 한달 연장이다

U-17 축구마저 대박, 너희들 땜에 또 불면증 연장이다


골대 두번 맞추고도 3골 넣는 거 보며 느꼈다. '느그들땜시 또 불면증 도지겠구나.'

17세 한국 청소년축구팀의 예선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을 보셨는가. 틀자마자 선제골 터뜨리기에 놀랐다. 평소 때 우리나라 레퍼토리는 이게 아닌데. 항상 한 골 먼저 먹고 끌려다니다가 후반에 어떻게... 이거였잖아. 얼라? 두골 더 폭파시켜버리네. 그나마 한골 먹은 것도 페널티킥. 강호 우루과이 대파. 대박일세. 첫 경기서 1승 따내고 시작하는 대회를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이번 경기, 나아가 대회 결과가 중요한 것은 지난 대회, 그리고 앞서 치뤄진 20세 대회와의 연동성 때문이다. 한달 터울로 치뤄지는 금년 두 대회, 그리고 2년전의 두 대회를 함께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한달전 이집트에서 펼쳐진 U-20 대회, 홍명보 감독의 데뷔 무대였지만 그 당시 팀은 '골짜기 세대'라는 불편한 시각을 받고 있었다. 디시인사이드 국내축구갤러리에서 어느 갤러리가 물었었다. "왜 그들더러 골짜기 세대라 불렀었느냐"(이 땐 대회 후라 과거형이었다)고. 이에 답글을 단 갤러리의 답은 간단했다.

"2년전 17세 대회를 봐라"

전 대회였던 한국에서의 17세 대회에서 한국은 2연패를 당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1승을 얻었으나 결국 와일드카드를 얻지 못했다. 홈 대회였고, 오랜시간동안의 합숙훈련, 윤빛가람에 대한 조명 등으로 많은 관심사에 올랐기에 실망은 더 컸다. 그리고 2년 후.
시간상으론 그 때의 세대가 다시 나설 팀이 바로 20세 팀이라는 거였다.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2대0으로 패하자 거봐란 듯 혹평이 쏟아졌다. 이는 20세 대회의 바로 전 대회에서 결과가 좋았던 것과 비교되면서 더욱 불거진 아쉬움. 2년 전 20세 대표는 황금세대고, 이번 대표는 암흑세대라는 질타였다. 그러나 이것은 이후 만회하고도 남을 선전 속에 8강진출까지 이어지면서 또 한번의 '황금세대'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뤄지는 17세 대회. 이 대회에서마저 한국팀이 잭팟을 터뜨려준다면 한국축구의 청사진은 본격적으로 제시될 것이 틀림없다. 이어지는 황금세대의 계보를 이들이 이어간다는 막중한 책임이 어쩌다보니 주어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난 얼마전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7331) 그래. 무려 강백호가 됐다.

후우아아... 저 달이 햇님이 아니로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밤 10시는 한밤중일까 초저녁일까. 당신한테 진중하게 묻고 싶은데.

이것을 한달째 연장시키며 완전히 만성시킨 것은 다름아닌 20세 월드컵임을 확인시킨 바 있다. 한국이 예선 탈락했다면 아마 그 이후엔 굳이 다른 나라간의 경기까지 챙겨보진 않았을 터. 그래도 그 땐 "잠 안 자도 좋으니 결승까지 올라가라"고 기원했다.

이집트하고 나이지리아의 시간차는 거의 없나 보다. 그 대회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열리고 있는 이번 나이지리아 대회. 이... 쉴 틈도 없이 압박해 오는 이 위험한 시나리오는 뭐란 말이오.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붙은 한국. 설령 깨졌다고 해도 20세 대회의 전례를 비춰볼 때 계속해 지켜봤겠지만, 보시다시피 남미 강호를 보란듯 깨버렸다. 스코어 3대1. 이건 기대를 걸만 하다는 정도를 넘어섰다. 금요일 자정에 최대 고비인 이탈리와의 경기가 있고 그다음 알제리와의 경기는 내주 월요일 새벽 3시. 만일 유럽최강 이탈리아까지 넘어서면 또 다시 한달가량 밤잠을 설치겠지.

때문에 이탈리아전은 선전을 해도 고민이다. 지독히도 오래가는 불면증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순간이란 말이다. 이름하야 불면이라는 지옥행 특급열차의 한달 연장 티켓을 끊는 순간. 만일 이겨버리면 화면 자막에 뜰 '조1위 확정'이란 자막이 순간 '니 라이프스타일 한달간 이대로 확정'으로 바뀔 것만 같다. 한창 바쁠 시기에 들어 뭐하는 짓이야.

흑. 흑. 슬프다.

이게 다 공 잘 차는 너희들 축구새싹들 때문이다. 그래도 응원한다. 이왕지사 이래된거 제대로 잠 못자게 불태워봐라. 이 빌어먹을 복덩이들 같으니라구.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