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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오락실에도 손세정제 설치...신종플루 공포에 지금 우리는?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신촌에 주말 나들이를 갔다가 잠깐 멈칫했다.

"여기서 보는가" 하고 말이다.

 

64. 이젠 오락실에서도 보는 '손세정제'... 신종플루 공포에 손씻기 열풍이라더니


얼마전 포털 헤드라인에 오른 기사제목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손씻기 열풍"이라나. 대개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작품, 내지 영웅(스포츠인일수도 있고 연예인일수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정계일수도)을 놓고 포지티브한 느낌으로 꺼내는 단어이거늘, 이런 데서도 '열풍'이 쓰일 수 있구나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지.

하지만 딱히 상황이 와 닿진 않았다. 벌써 세명이나 사망했다는데 너무 여유만만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와중에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은 뭔가 확 닿는 시간이 됐다고 할까.

첫번째는 금요일 서울대입구역에서였다. 민주노동당이 커다란 현수막을 설치해 여당을 정면공격하고 있었다. 신종플루 확산에 정작 대처할 세비는 삭감됐다며 긴급편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뭐 그러려니 했다.

두번째는 중구 지역에서였다. 어느 블로거분과 동업전선(?)에서 철수하던 길에, 어느 보건소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를 봤다. 긴급설치된 듯한 박스 위엔 신종플루 예방접종에 대한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확실히 정국이 급하긴 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세번째가 결정적이었다. 신촌에 나들이 할 때면 꼭 들리는 어느 대형 어뮤즈먼트 게임센터에 들어섰더니 위의 '저것' 두 개가 설치돼 있었다.

"......"

손에 대고 차가운 액체를 문질러 댔다. 이것이 그 소문의 세정제구나 하며. 진한 향이 확 오르다가 곧장 스며들듯 감촉이 사라져간다. "이미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사용했구나"함은 반투명한 박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벌써부터 절반가량 줄어 있었던 것. 하긴, 수많은 동전과 화폐가 오가고 코인박스에 이걸 밀어넣고, 하루에도 족히 수십명의 손이 거쳐가는 레버와 버튼이 가득하니까. 어른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상 도입이 시급했던 공공장소임은 틀림없다.

    


  
  손세정제로 검색하면 증정에서 홈쇼핑 편성, 설치 등 소식이 좌라락 나온다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미 여기저기서 세정제는 관심의 대상에 올라 있었다. "손세정제 뭐가 좋아요?"하는 지식 문답이라던가, "손세정기 싸게 사기", "직접 만들기" 같은 블로거들의 짠돌짠순이 지혜 공유 등이 좌라락 나온다. 뉴스 검색대는 남산 어디 매장에 세정대가 설치됐다라던가, 홈쇼핑에서 긴급편성이 됐다던가, 어떻게 하면 사은품으로 이것을 증정받는다라던가 하는 소식으로 가득하다. 

집에선 가끔 전화가 온다. "손 깨끗하게 씻으라"고. 원고일을 받고 있는 곳에선 "이달 신종플루 땜시 취소되는 스케줄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오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유행단계 시작"이라.

    

 
  
  사람 놀라서 벌떡 일어나게 하는 타이틀이 아니고 뭐란 말이오.  
 
...겁 안 나고 배겨? 이거이거,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했던 것이 과오인가 보오.

시국이 점차 바라지 않던 곳으로 발전하다보니, 이젠 점차 손세정제 보는 장소가 늘어갈 게 자명하다. 도입이 시급한 상황으로 전개, 어디까지 가려나. 극장, 패스트푸드가게, 심지어는 편의점이나 약국 같은 동네 각 가게에도 비치될지 모르지.

정부 당국에 대해 원망할 기사도 떳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02&newsid=20090902135104930&p=segye)

결국은 4대강 이야기로 직행. 적어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현정부는 멀리 내다보는 눈이 너무 부실하다는 거. 덕분에 불안감은 뭉게뭉게.

...말이다. '천재'와 '인재'는 핑퐁 게임과도 같다.

상대편에서 공을 보내온다. 그럼 어쩌겠나. 받아낼 수 밖에. 하늘의 뜻이거니 하며 그냥 서서 포인트를 헌납하면 그건 그 때부터 '인재'라고. 설령 포인트를 뺏긴다 해도 힘은 빼 놔야지.

천재지변이나 돌림병의 발생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일단 공이 넘어오면 그 때부턴 인간 몫이다.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희한하게도 딱 맞아 떨어진다. 나랏일이 미덥지 못하면 일단 우리 스스로부터 몸을(손을) 닦고 가족들도 적극 관리해 보자. 일단 다음 단계는 그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자고.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