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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혈투! skt vs 화승 스타리그 결승 파이널 현장 이야기

(스타도 한 번 못해 본) 나의 부산 e스포츠 페스티벌 답사기 (5)
광안리 혈투 skt vs 화승 스타리그 결승 파이널 현장



이 컵을 놓고 벌인 혈투다. 그리고 누가 이 컵의 주인이 될지를 알기 위해 8일 하루에만 경찰추산 4만명이 몰려들었다. 여기는 4시간에 걸쳐 이어진 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 2차전, skt vs 화승의 현장.

skt 응원석 측 모습

어제 1차전에선 셧아웃, 4대0으로 끝나버린 승부. 그리고 그 흐름은 이날 초반에도 이어졌다. 1차전 김택용 대 김태균의 프로토스 진검승부는 skt 김택용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김태균은 단 1경기의 전적도 없는 신인답지 않게 선전했지만 1차전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2차전은 화승에 있어 더 큰 타격이었다. 믿었던 이제동이었지만 오늘도 덜미를 잡혔다. 박재혁과 벌인 저그 대 저그전에서 다시 고개를 떨궜고 그렇게 스코어는 2대0. 화승에겐 스코어보다도 에이스의 연일된 침몰이 더 뼈 아팠다.

화승 측 응원석.

그러나 3번째 경기에서부터 경기는 장기전을 예고했다. 데스티네이션 맵에서 손찬웅이 고인규를 잡으며 드디어 화승의 1승을 따낸 것. 어제 4대0 스코어까지 합하면 일곱번째만에 기록한 귀중한 승리 포인트였다.
그리고 이어진 4번째 경기. 신의정원 맵에서 만난 박준오와 정영철. 박준오는 3전 2승 1패의 짧은 실전경험에도 불구, 중요한 이 경기를 거두며 2대2, 동점 스코어를 만들었다. 일순간 화승으로 흐름이 바뀌는 순간.


두 팀 감독의 표정을 살펴봤다. 박용운 skt 감독은 더이상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날은 화승 응원단에다 '우리가 지면 skt 고객에 한해 이용료 1만원씩을 자비로 지원해주겠다'란 깜짝 발언을 던진 상황이었다. 전날엔 머리칼을, 이날은 자비를 건 그다. 어제는 4대0으로 완승한 덕에 그냥 넘어간다지만 오늘은 녹록치 않은 상황흐름에 놓였다. 


조정웅 감독의 얼굴은 아직 이렇다할 표정이 읽히질 않는다. 다만, 지금껏 이어진 어두운 기색은 어느덧 걷혀 있었다.
그리고 이날 승패의 기운을 가늠할 운명의 5차전. skt의 믿을맨 정명훈과 화승의 구성훈이 맞붙은 경기에서 정명훈은 전세를 역전시키고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구성훈은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내주며 안타까워했고 스코어는 다시 3대2. 화승의 기세는 움츠러들었고 skt는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둔 상황까지 왔다.

결승2차전의 최대 분수령이자 가장 길었던 멋진 싸움은 6차전. 도재욱과 손주홍의 진검승부. 결판이냐 연장이냐를 가르는 일전에서 두 선수는 서로 주고 받는 혈전을 이어갔다. 위기를 맞았다 싶으면 어느새 이가 해소되고 뭔가 전환점이 있겠다 싶은 순간엔 실수가 나오는 상황이 양 쪽에서 이어지던 경기. 손에 땀을 쥐던 경기는 시간이 흐르자 손주홍의 테란이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하며 조금씩 에이스 결정전을 의식하게 되는 양상으로 변했다. 도재욱도 승부수를 걸었지만 조금 늦은 듯 했다. 도재욱의 얼굴은 땀방울이 맺힌 반면 손주홍의 하얀 얼굴 위로는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결국 승자는 그렇게 결정났다.

손주홍의 천금같은 승리로 화승은 이제동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낼 수 있게 됐다. 화승의 mom에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이었다. 실제로 경기 후엔 조 감독이 선수단을 대표할 인터뷰에 손 선수를 지목하기도.

이쯤하니 현장의 관중석 상황이 궁금해졌다. 원래 내 전공은 이쪽이 아니던가. 곧장 양 측 응원석 중 한 사람씩 골라 아주 짧은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skt 팬들 중 어린 부산 친구. 박민우 씨(?)다.
...그냥 박민우 군이라고 하자.(혹 이름 틀렸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명함 드렸죠?) 박 군(부산 수영동)은 "상대가 3대3 동점 스코어까지 쫓아왔는데 이길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자 "오브 코스"란 반응을 내보인다.

"김택용 나오면 이겨요."
"상대 쪽은 이제동 나올텐데?"
"에이, 김택용이 이겨요."

이번엔 화승 쪽이다. 하필 함성이 터져 소리가 묻힌터라 동영상 인터뷰가 잘 안들린다. 양해 바라며 내용은 기사글을 참조해주시라.


화승이 이길거라는 이준혁 씨(대구 수성구). 그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제동의 승리를 자신하냐고 묻자 역시 '오브코스'다. 

"상대편에선 정명훈이 나온다는데. 이길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번엔 이겨요."

그렇게 에이스 결정전이 시작됐다. 매치포인트. 게임셋이냐, 듀스냐를 놓고 벌이는 막다른 골목의 사투가 예상됐다. 이제동과 정명훈, 두 에이스의 대결. 그러나...

캐스터의 목소리가 고조된다. "GG인가요? GG입니다!"

불과 5분여 만이었다. 선수들이 마련해 준 에이스결정전이었지만, 이번에도 이제동 선수는 지고 말았다. 시작하자 마자 정명훈 선수가 걸었던 올인 승부수가 그대로 먹혀버리고 만 것. 리그 내내 최강이었던 그가, 중요한 결승에서 그만 1,2차전과 에결까지 내리 3경기를 지고 우승컵을 상대에게 내주는 순간이었다. 
 

skt 응원단에선 불꽃 놀이가 시작됐고, 선수단은 환호하며 모여들었다가 모래사장 위에 팀 깃발을 꽂는 세레머니로 응원석 환성에 화답했다. 박용운 감독은 "여기 우리 땅 맞죠?"라며 또 하나의 깃발을 들고 흔들어보이다가 꽂아둔 깃발 옆에다 하나 더 보탠다. 반면 화승의 조정웅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이며 내년을 기약했다. 이제동 선수에 대해선 "넌 여전히 에이스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며 격려했다.
mvp는 기자단 만장일치로 정명훈 선수가 뽑혔다. 한편 박용운 감독이 선수단 대표 인터뷰 마이크를 넘긴  권오혁 주장은 이렇게 우승 소감을 남긴다. 다시 생각해도 멋진 매조지 말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은 않겠습니다. 이미 시작은 됐습니다. 단, 끝은 없을 뿐입니다."

응원단의 환호 속에 그들은 이 날의 승자로 1년간 대장정의 기록을 마무리지었다. 아참, 지난편에서 밉상이었다고 밝힌 캐스터 말인데, 이 날 마무리 멘트는 맘에 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승자와 패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승, 준우승자 모두 축하할 날이다. 준우승자가 눈물 짓지 않고 '우린 준우승한거야, 어깨를 피자'고 당당히 말하는 멋진 스포츠 문화가 이곳, e스포츠에서 꽃 필 것을 기대하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