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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명탐정코난 칠흑의추적자, 전형적 틀을 깨버린 극장판

출처 다음영화 명탐정코난:칠흑의추적자 포토게시판 스틸컷 중 (이하 동일)

[리뷰] 명탐정코난 칠흑의추적자, 전형적 틀을 깨버린 극장판
윌리엄 아이리쉬의 그것을 닮았다

깨버렸어, 그간의 틀을 깨다

28일 용산 CGV, 공식상영을 이틀 앞두고 열린 명탐정코난 극장판 '칠흑의 추적자' 시사회. 지난해 상영된 '베이커가의 망령'과는 수년의 공백을 가지는 작품. 작년 것은 2002년 일본 개봉작을 수년만에 가져온 것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올해 상반기 현지 상영됐던 최신작이다.

명탐정코난이 만화원작과 TV애니메이션으로 이어져온 세월이 벌써 십수년. 극장판만도 십수가지. 한국에서도 2000년 1월 KBS로 처음 소개된 이래 거의 1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방영작이 됐다. 현재는 바톤을 넘겨받은 투니버스가 간판 프로그램으로 밀면서 TV판은 7기까지, 극장판은 초기의 6작품을 방영했다. 다시 말해,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이같은 정황에서 이 작품은 최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로 한국 팬들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직 현지의 것을 따라잡지 못한 시간차를 두고 불쑥 튀어나온 최신작은 명탐정코난이 작품구도에 있어 그간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신선했어, 코난을 깨고 나온 코난

물론 코난은 여전히 그대로다. 당연히 다른 인물들 역시 같은 시간상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작품 '명탐정코난'의 구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다시말해, 그간 짜여졌던 전형적 레퍼토리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대개의 TV판도 그렇거니와 지금껏 투니버스를 통해 소개된 극장판의 기억을 환기해보라. 스토리는 다르지만 작품의 진행은 상당히 닮아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맞다. 처음부터 용의선상과 장소를 한정하는 설정이 그것이다. 먼저 장소. 예를 들어 14번째 표적과 세기말의 마술사,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베이커가의 망령을 생각해보자. 코난을 비롯 유명한탐정과 미란이 누나, 어린이 탐정단, 경찰 쪽에선 골롬보 반장 혹은 백형사 등이 함께 수사현장에 나섰다가 범인의 농간(?)으로 특정장소에 갇혀버린다. (대개는 용의자들과 함께 범인도 무리에 들어있다)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주로 등장하는 무대설정으로 추리극 자체에 중점을 둘 때 이같은 진행이 나온다. 당연히 용의자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사람들로 압축된다.
시한장치의 마천루, 눈동자속의 암살자 등도 '한정'이란 부분에서 동일하다. 비록 활동영역은 비교적 넓다지만 어차피 용의선상은 처음 그대로. 초반에 하나둘 소개된 이들이 수사가 진행될수록 모두 범인 가능성을 갖게 되고 결국은 여기서 범인이 나온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코난의 주변 사람들이 깊숙히 연관되는 점 또한 주로 쓰이는 설정. 눈동자속의 암살자에선 미란이 누나가 적의 표적이 되는데 등장시간만 놓고 보자면 코난과 동일, 혹은 더 많이 차지한다. 당연히 유 탐정과 노애리 변호사 등 주변인물들도 깊이 연관된다. TV판에선 말할것도 없이 대다수의 코스로 쓰이는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판이 이 작품에선 완전히 깨진다. 용의선상은 고사하고 진범의 정체조차 쉽게 추정불가다. 활동영역은 어디로까지 확장될지 알 수없는 여정이 2시간동안 펼쳐진다. 코난의 그간 틀에 식상했던 이들에겐 신선할 부분이다.



마이웨이, 코난의 외로운 여정

작품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하나는 사건 자체의 수사, 그리고 또 하나가 우연찮게 엮여버린 검은 조직과의 사투다. 그리고 어느 작품과 비교해봐도 이 작품은 코난을 위한 독무대에 가깝다. 물론 이번에도 미란이 누나나 하인성을 비롯 든든한 조력자들이 함께 하지만 출연시간만 놓고 보자면 상당히 줄었다. 반대로 코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시간은 상당히 많아졌다. 상황자체도 다른 이를 연루시켜선 안되는 급박한 상황. 일종의 조건부 시간제한까지 걸렸다.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스펜스의 대가 윌리엄 아이리쉬의 작품 스타일과 매우 닮았다.
범인은 커녕 용의자조차 작품 중반까지는 감 잡을 수가 없다. 코난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단독 수사를 벌이면서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는데 처음부터 용의자 명단은 이렇소 하며 들이대던 과거작들과는 완전 딴판.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 염려가 있으니 이 쯤에서 스톱.



강력했어, 액션

수사 자체가 추리극에 정통하다면 검은조직과의 사투 부분은 액션에 치중돼 있다. 광고에선 코난의 최대위기, 검은조직과의 사투 등을 강조하는데 사실 연쇄살인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검은조직과는 별개의 스토리다. 해서 종반까지만 해도 검은조직과 밀고 당기는 긴장의 끈은 생각보다 느슨한 편. 그런데, 라스트 결투신에선 한순간 이것이 극대화된다. 도쿄타워를 초토화시킬듯 벌어지는 파괴의 향연. 이 부분만 떼어놓고 봐도 이 작품은 '물건'이다.
물론 추리극 자체도 나쁘진 않다. 재밌는건 코난과 한발차이로 진상에 근접해 가는 형사들의 추리다. 코난보단 늦지만 이들도 상당히 유능한 재원임을 깨닫게 한다. 유탐정도 우연찮게 단서를 잡는데 운빨하나는 타고난 탐정이다.



컸어, 스케일

지금껏 봐 왔던 어떤 스토리보다도 스케일이 크다. 지금껏 등장한 모든 형사들이 총출동, 검은조직도 마찬가지다.
베르무트와 진을 비롯해 지금껏 투니버스판으로는 본 적없는 멤버들까지 여럿 등장해 주신다. 한편에선 브라운박사와 쉐리, 어린이탐정단이 다른 한 축의 퍼즐을 풀어낸다. 도쿄타워를 뒤흔드는 액션의 틀도 그간의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2시간여의 장시간 런닝타임도.
생각해보면 이번에 투니버스가 개봉 특집으로 선보인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과 상당히 흡사한 서바이벌 액션이 펼쳐진다. 특집에 걸맞는 베스트 초이스라고 할까. 극장 가기전 한 번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벽했어, 최대위기의 긴장감

사실 후반까지도 광고에서 줄곧 말하던 '코난의 최대 위기'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었었다. 그런데 후반에선 정말 최악의 최악으로 상황을 몰고 가며 이를 수긍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검은조직의 아이리쉬는 지금껏 코난이 상대한 적 중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다. (적어도 내가 본 이들 중에선 그렇다) 육탄전에 있어선 적수가 없던 미란이 누나도 철저히 수세로 몰아넣는 강력함. 여기에 코난은 모든 장비를 상실하고 만다. 그러나 그와의 일전 이후엔 팔자에도 없던 대 헬기전을 벌여야 한다. 중화기속에서 일생일대의 도박을 벌이는 코난의 서바이벌 액션은 필견.



맘에 들었어, 미란이 누나의 활약

개인적으로 만에 든 것이 이 부분. 사실 14번째 표적이나 눈동자속의 암살자에선 철저하게 코난에게 의존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담당했는데, 여기선 제대로 활약해 주신다. 저 두작품과 비교해 출연시간은 적은 편이지만 마지막엔 코난을 구하기 위해 제대로 된 여전사 역할을 해 준다. 
프로페셔널과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리면서도 결사항전을 하는 장면은 순간 카우보이비밥의 극장판 '천국의 문'에서 스파이크 스피겔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스파이크조차 감당키 힘들었던 터프한 강적과의 싸움처럼 그녀 역시 엄청난 강적과 필사의 대결을 펼치는데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미안하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더는 알려줄 수 없다.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하라.   


괜찮았어, 반전에 반전

작품은 몇차례 반전을 거듭한다. 진상에 대한 반전도 있지만, 이것 외에 검은조직과의 사투에서도 전세역전과 시추에이션의 급반전 등이 빠르게 이어진다. 예상치못했던 아이리쉬와의 마지막 상황은 꽤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진의 마지막 이 얼굴이 재밌었다. 제대로 한 방 맞은 그의 벙 찐 표정.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추천할만 해, 코난의 이런 모습

마무리짓는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팬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상반기 일본 박스오피스1위, 현재 각 포털의 9점 이상 예상평점 등이 이해가 갈 법 했다.

아참, 깜빡했다. 앞서 나간 티저기사의 해답을 공개한다. 짜잔.



멋지지 아니한가, 티셔츠. 좌석 열을 추첨해 절반에게 이것이 주어지고 나머지에겐 감독 사인이 들어간 포스터가 증정됐는데 아무래도 포스터보단 이 쪽이 더 탐났나보다. 시사 후 부스 앞에서 벌어진 일련의 소동은 낙첨된 이들이 이것의 잔여 분량을 두고 한순간 벌어진 시추에이션이었다. 결국은 포스터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다시 배급이 이뤄졌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