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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이 남긴 열가지 잔상 - 이젠 둘리의 마이콜이 달리보여 外

마이클잭슨, 내게 남겨진 그의 열가지 잔상


현재시각 오전 2시 34분. 이제사 TVN의 마이클잭슨 영결식 실황 생중계가 시작된다. 그를 떠나보내며 앞서 보여지던 생전 콘서트 현황은 다시 한번 지존의 라이브공연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마이클 잭슨. 말이 필요없는 황제와, 그를 흠모했던 세계인 중 한사람이었던 나. 얼굴 한번 직접 마주한 적 없었던 우리 사이엔 과연 어떤 끈이 이어져 있었던 것일까.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이젠 여기 저기 귀퉁이에 내려앉은 뿌연 먼지를 훌훌 털어내며 모처럼 정돈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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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스포츠코리아  
 
 

1. 1년을 기다려 얻은 앨범 히스토리

마이클잭슨 하면 떠올리는 앨범이 무엇인가. 배드? 드릴러?

어디 보자. 그 앨범이 출시된 것이 84년 전후였나? 아쉽게도 그 때 나는 너무 어렸다. 적어도 앨범 발매 소식에 레코드점에 달려갈 나이는 아니었던 것. 84태권브이가 먼저 떠오를만치 진짜 꼬꼬마였으니까.

감수성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 수개월간 기다려 얻은 그의 앨범이라 하면, 이거다. '히스토리'. 발매시점이 96년이었던가? 하지만 그 예정 소식을 너무 일찍 접한 탓에 10여개월이나 애태웠다. 마이클잭슨이 지난 수십여년간을 결산하는 의미로 발매하는 대형 앨범, 그래서 '히스토리'... 이 말에 얼마나 기다렸던가. 언제 발매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줄곧 기다렸다. 그리고 얻은것은 당시 1만 몇천원을 호가하는 2장짜리 시디.

한 장엔 그의 명곡들로 가득찼다. 스릴러, 비트 잇... 그리고 앞서 가졌던 데인저러스 앨범으로 접한 노래들도 여럿.

그것은, 어린 아이가 가진 수집욕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 사이서 유행하는 아이템을 나도 구하고 싶다란, 물질에 대한 선망 말이다. 마이클잭슨이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꺼내드는 앨범을 나도 한번 두근거리는 맘으로 얻고 싶다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그의 영화 '문워커' 때문이었다.

 

2. 문워커, 그 영화

인터넷이 없었고 당연히 유튜브도 블로그도 없던 90년대, '뮤직비디오' 자체가 특이했던 그 시절, 국내 음악과 해외 음악 자체에 뭔가 장벽이 있었던 그 때. KBS의 지구촌 영상 음악은 정말이지 고마웠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불세출의 스타 마이클잭슨은 아예 자기 이름을 걸고 영화까지 선보였다. 앞의 한 시간은 자신의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공연, 자신의 개인 정보가 담긴 일종의 에디트 특전. 그리고 뒤의 한 시간은 나중에 마이클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독특한 SF영화였다. 이게 어느 일요일 오전 KBS로 방영되는데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출처 다음 TV팟 공개 - 카페 최신팝송 뮤직비디오 모음.

 

이후 어렵사리 비디오로도 구해다 봤다. 말로만 듣던 마이클잭슨이 이러한 노래를 부르며 이러한 춤을 췄구나 하고 내내 감탄했다. 중력을 잊은 듯 상체가 45도 이상 앞으로 쏠리는 안무라던지, 달을 걷는 듯 밀려들어가는 문워커, 비트 잇을 열창하며 보여주는 빠른 몸놀림은 그 자체가 외국 퍼포머와 국내 퍼포머의 레벨을 알려주는 것 마냥 느껴질 정도.

이젠 그를 기억할 귀중한 유산이 됐다. 적어도 앞의 특전 영상만큼은 필견.

 

3. 10년전, 내한 공연 마이클잭슨과 친구들 실황 중계

딱 10년전 6월에도 한국엔 마이클잭슨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나돌았다. 그의 내한 공연이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 것. 대학 1학년생이던 99년의 그 날, 나는 금요일 오후 KBS2에 수시간동안 채널을 맞췄다. 실황 생중계엔 광고가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힐 더 월드를 열창할 땐 '미달이'가 특별 출연하기도 했고, 좀 뜻밖이긴 했는데 당대 최고 아이돌 그룹인 HOT가 마이클잭슨 공연 이후에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마이클의 댄스를 본 뒤 그들의 댄스를 보니 뭔가 평소때와는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는 거.

마이클 잭슨만의 공연은 아니었다. 머라이어 캐리, 바네사 메이, 보이즈 투 맨... 게스트로 출연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목이 돋보였다. 따로 따로 내한해 공연을 해도 화제가 됐을 법한 최고의 스타들이었다. 이들을 함께 동반했다는 사실은 정말 그가 팝의 황제임을 실감케 하는 증명. 히어로를 열창하는 머라이어 캐리를 보면서도 마음은 만족스럽지가 못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호사였나. '언제 주인공이 등장할까'하며 설레임과 기다림이 계속됐다.

이제 이런 공연을 언제면 또 볼 수 있을까. 그가 살아있었다면 언제든 가능했을테지만.

 

4. 데인저러스 앨범

히스토리 앨범 이전, 뉴욕에서 거주하던 이모에게 선물받았던 앨범이다. 내가 처음으로 소장한 마이클의 앨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음악이 많이 수록돼 있다. 블랙 오어 화이트, 힐 더 월드, 그리고 프리윌리 사운드트랙이던 윌 유 비 데어... 비록 그의 드릴러나 배드 앨범의 판매고엔 미치지 못할지언정 충분히 명반에 오를 작품이 아니던가.

지금은 한 귀퉁이가 깨어져 나갔다. 테입만 들었지 시디는 잘 간수 못하던 그 시절의 내 과오다.  

 

5. 이상은의 남자, 마이클 잭슨

담다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가수 이상은. 당시 그 꺽다리 선머슴은 진행자가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느냐"고 묻자 입에 두 손을 대고 "마이클 잭슨~!"을 외쳤다.

만나게 되면 한번 묻고 싶다. 왜 그의 이름을 불렀느냐고.

    

 
  
  자료 스포츠코리아  
 
   

6. 1994년 KBS 추석 특집 5부작 마이클잭슨 드라마 기억해?

KBS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15년전, 그의 자서전격인 외화 드라마가 특집 편성됐는데 마지막 편의 제목은 '미국의 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잭슨 파이브 시절 형제와 부모님간의 이야기로 출발, 독립해 팝의 황제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의 인생이 담겼던 작품. 화려한 그의 이력만 살펴보던 이들에겐 그가 아무 것도 없던 유년기에서 출발해 말 못할 고초를 겪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음을 생각케 하는 작품이었다. 특히 촬영 중 불꽃이 머리에 튀어 머리칼이 다 타 버리고 붕대를 맸던 사고는 충격이었다. 그 때 그의 어머니는 위로했다.

"걱정 마,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니까."

혹 그의 추모 프로그램으로 KBS가 다시 꺼내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7.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마이클 잭슨

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그가 정말로 참석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좌석에 앉았지만 카메라가 그 모습을 안 찾아갈 리 없다.

이건 여담인데, 언젠가 김 전대통령이 그에게 영어로 짤막한 인사 한 줄을 건넸을 때.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김 대통령 영어 잘 하는거 맞어?"

너무 정직한(?) 발음이었지.

 

8. 마이클잭슨 공연 반대 운동

내한 공연 말인데, 이전에도 한 번 있었다. 찾아보니 96년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나.

당시 한 켠에선 "우린 마이클이 싫어요"란 피켓구호를 꺼내며 그의 내한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막대한 개런티로 국부를 낭비한다는 주장과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여러 시민단체가 반대했던 것. MBC 뉴스로 기억하는데, 가까운 곳에서 한 편엔 그의 퍼포먼스를 재현해 환영하는 행사가, 한 편엔 앞서 소개한 시위 행사가 함께 열려 대조적인 영상이 연이어졌었다.

학교에선(당시 고교생이었다) 국부 낭비 문제 등으로 이를 반대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선생님들의 시각은 상당히 보수적이었구나 싶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정보 채널이 많아진 지금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9. "나는 마이콜, 그 형씨는 내 종씨죠."

이 대사 기억할 것이다. 아기공룡 둘리 시즌 2에서 등장한 쌍문동의 명가수, 마이콜 잭슨의 충격적 자기소개.

뭐... 결국 그가 꺼내는 노래들, 라면과 구공탄이나 '하품송'은 그의 곡과는 장르가 틀렸지만서도.



출처 다음 TV팟 공개 - 카페 뷰티리스트 성형카페

 

솔직히 외모도 마이클과는 많이 틀리다. 여담이지만 성우는 짱구 아빠로 유명한 오세홍 성우. 마침 리메이크작이 나오고 있는데, 이젠 이를 보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저 사람의 오리지널은 이제 세상에 없어"라고 말해줘야 하게 됐다.

 

10. 오늘, 영결식

영결식 생중계 시작 시각, 검색어 1위에 오른다

마지막 잔상 하나가 추가된다. 예상대로 영결식장에 머라이어 캐리가 나왔고, 부룩 쉴즈도 나왔다. 80년대 라이벌이던 라이오넬 리치도 함께 해 주었다.

딸은 아버지를 향해 울먹이며 안녕을 고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앞으로 그의 딸로서 계속해 주목받을 소녀.

영결식은 말 그대로 또하나의 공연이었다. 화려하던 그의 댄스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로 이뤄졌지만 워낙 영롱한 발라드 넘버가 많았기에 훌륭한 메모리얼 콘서트가 됐다.

그가 참여했던 위 아 더 월드가 잠깐 등장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그가 없으니 허전하다. '월드'에 어울리던 제왕이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또 한번 확실히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