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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AS센터에서 절절히 느낀 "한국말 어렵네"

AS센터에서 절절히 느끼다 "한국말은 어려워"  

 
 
앞서 두번에 걸쳐 아이리버 E100 MP4 펌웨어 버그와의 기나긴 여정을 다뤄봤다.

(서주 http://kwon.newsboy.kr/1333), (해결편 http://kwon.newsboy.kr/1345)

뭐... 결국 AS센터인 아이리버존에서 해결을 봤다. 다행히도 여기엔 과거 펌웨어가 있었으니까. 때론 인류에 있어 진보가 아닌 퇴화가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지난 해결편에서 잠깐 언급했었다. 해결 과정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고. 할 말을 많이 남겨뒀다고 말이다.

실은 말이지, 까딱하면 해결편이 해결 없는 '결말편'이 될 뻔 했다. 상담원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과거 펌웨어 구비여부를 확인조차 못하고 펀딩 당할 뻔 한 것.

새로 옮긴 신촌점에 처음 들렀을 때 일이다. 대기표를 들고 접수 창구에 들어섰을때만 해도, 난 '일이 수월하게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으로는 저 상담원, 바로 석달전에 직접 내 상담을 접수받았던 그 사람이다. 친절히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제의했던 그 사람. 물론 나를 기억할리야 없겠지만, 적어도 상황 설명만큼은 쉽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세상 사는게 그리 쉽지가 않더군.

내 딴엔 명료하게 설명을 하고자 정공화법(?)을 썼다. 시간순대로, 차례대로, 그리고 자세히 일을 설명했다.

"4월 십몇일에 와서 먼지제거 서비스를 받았거든요. 그 때 최신 펌웨어가 나왔다며 '이것도 같이 해드릴까요'라 묻길래 그렇게 했습니다. 헌데 여기에 버그가 있더라고요. 페이드인이 강제실행 돼요. ...네. 페이든인이요. 1.18버전입니다. 헌데 본사 홈페이지는 석달째 이를 해결할 최신 버전을 안 내놓고 있어요. 한달만에 새 것이 나오긴 했는데 이건 해결이 안 됐어요. 이 최신 것이 1.21버전입니다. 저도 받았는데 해결이 안 돼요. 그럼 방법이 딱 하나입니다. 이상이 없던 옛날 버전으로 되돌릴 수 밖에. 과거 펌웨어가 있으면 이걸 좀 받고 싶은데요."

이만하면 상세히 알려준 것이 아닌가. 헌데...

"...페이드인이요?"

뭐, 이건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소한 펌웨어 장애로 인한 다운그레이드 요청이란 상황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지 않겠나 기대했던 것도 무리였을까.

"...펌웨어요?"

그럴리야 없겠지만, 펌웨어가 무엇인지도 당최 모르는 듯한 반응. 갑자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난 다시 한번 1.18, 1.21 등을 알렸고 1.16버전 등으로 회귀하고 싶음을 밝혔다. 그제서야 겨우 받은 답변은 "네, 업그레이드 서비스는 받을 수 있어요"였다.

"업그레이드 말고, 다운 그레이드도 가능하단 말이죠?"

"...다운이요?"

환장하겄네. "다운그레이드, 업그레이드 반대요"라며 "최신 것이 없으면 과거로 돌아가야지요"라고 설명을 다시 했다. 그러나 반응이 너무도 이상하다.

"네. 파일 있으면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다운그레이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거죠?"

"다운이요?"

이분, 나를 넉다운 시키고 싶으신 거다. 결국에 최종적으로 받은 답변은 이거다.

"안에 테크니션한테 가능한지 물어볼게요. 내일 찾으러 오세요."

아니, 그거 확인하는데 내일? 이 정도는 당장 해줄수 있잖아?

마감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오늘은 곤란하다는 답변에 난 다시 오겠다고 밝히고 그 자릴 떳다. 까딱하면 '아이리버존조차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며 미결사건으로 끝낼 뻔 했다.

일단 접수계원은 1.18버전의 문제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홈피에선 난리다", "본사에서도 인정했다"라고 설명하니 처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본사측에서 공문을 통해, 아니면 센터 현장에서 이미 자각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 건 역시 무리였나.

그러나 이틀 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다시 한번 존을 찾았다. 이번엔 처음보는 접수계원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번엔 설명 방법을 바꿨다. 좀 더 간단하고, 확실하게. 딱 두 마디로.

"여기 펌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 되죠?"

"네."

"그럼, 다운 그레이드도 가능한가요?"

"네."

게임 오버.

이게 정답이네. 길게 설명할 거 없이 저 두번의 문답으로 상황이 끝나버렸다. 내 잘못이었나 봐.

"그런데 펌웨어가 원래 버그를 고치고자 업데이트되는거지 문제를 만들려고 업데이트되진 않거든요."

나도 압니다. 헌데 그걸 거스른건 바로 여러분들 본사라고요. 자체결함이라 주장하고픈 모양이었지만 난 다시 한번 이것 때문에 다른 유저들에게서도 원성이 자자함을 알렸다.

이렇게 해서, 1.16버전으로 해달라는 내 요청은 문제없이 수리됐고, 다운그레이드된 내 E100에선 드디어 페이드인 없는 강렬한 도입부가 터지는 것이었다. 석달만의 일이다.

한국말이란게, 정말 참 어렵다는 생각을 새삼 곱씹게 된다. 상황을 정확히 알리는 것보단 저처럼 밑도 끝도 없이 요구상황만 두마디로 축약하는게 더 확실하고 좋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자칫하면 방법이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코앞에서 되돌아설 뻔 했다.

AS센터를 찾는 분들, 혹 창구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곧장 발길을 돌리진 않길 권한다. 상황에 따라 한번 정도 설명법을 바꿔보고, 가능하면 상담원을 바꿔보는것도 밑져야 본전. 별 거 아닌 팁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