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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IT·과학

스낵봉지로 일식 찍어보니...

스낵봉지로 일식 찍어보니...


오전 10시 40분. 일식이 최대치에 이른다는 시간대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봤다. 카메라 외엔 맨몸. 그렇다. 편광필터? 그런거, 없구요. 태양안경?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천하의 바보짓이었다. 몸 상하고 카메라 상한다는데 뭐하는 짓이야?
뭐... 다행히도 잠깐만 있다 왔다. 사진은 열 장정도, 맨눈으로 보는 건 살짝살짝... 어차피 성과가 없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눈 아프고 카메라 메모리만 잡아먹지 환한 빛 말고는 건지는게 없더라. 
카메라 조리개를 최대로 잡아주고(F8.0) 셔터속도는 최대로(4000), 그리고 필터효과는 블루로 설정해 아주 어두컴컴하게 찍어봤지만 결과는 아래와 같다.

  

그냥 태양 사진이다. 쳇.
카메라를 잠시 접고 잠깐잠깐, 살짝살짝 봤을 뿐인데도 눈이 아프다. 오우, 마이 아이즈!
"이건 미친 짓이야"라고 108번을 되뇌이며 일보 후퇴. 

그러나 그냥 포기하진 않았으니... 

 
푸하하, 문방구서 셀로판지 얼마나 한다고. 돈 아끼려 별의 별 짓을 다 한다. 스낵 하나를 뜯어선 봉지만 들고 다시 고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부분으로 보면, 특히 녹색 바탕으로 보면 빛이 번져 소용이 없지만 '칩'이라 적혀진 저 흰색 글자 안을 통해 바라보니 육안으로도 보이는 것이었다. 개가 한 입 덥석 베어문 그 모습이.

카메라 앞에다 이를 가리고 찍어 봤다. 



안 돼. 이래선 안 돼. 무지막지하지만 렌즈 구경 앞에다 감싸듯 막아 쥐고선 촬영 개시. 이 놈의 호기심이 뭔지.
수십번의 시도 중 건져낸 것을 공개한다.




오오!
아래가 확실히 가려져 보인다. 개는 해를 절반 정도 삼키고 있었다.




뭐... 빛이 번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랫부분, 개가 우걱우걱 씹어 버린 모습은 나오지 않았는가.  

"그걸로 보여요?"

아저씨 몇 사람이 내게 물어온다. 찬 물로 세수한듯 젖은 얼굴을 보니 바깥에서 일하는 양반들인가 보다.

"보실래요?"

봉투를 건넸더니 호기심에 두 사람이 이를 살핀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찮다.

"빛이 너무 세..."

"밑에 살짝 가려진거 저거예요? ...에이, 절반은 아닌 것 같은데?"

돌아와선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잠깐이지만 카메라는 괜찮은지. 인터넷서 확인하니 CCD가 탄다고 하던데. 설마, 잠깐인데 괜찮겠지?
맨눈으로 보면 실명률 70%? 아냐, 난 정말 잠깐만 봤다고. 이 통증도 조금 있으면 멎을것이야...

교훈 하나 얻은 것이 있다.
필터, 태양안경... 하다못해 멋쟁이 선글라스라도. 장비는 갖추고 살아야제.
돈은 많이 벌어놓고 볼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옛날 분들은 대체 선글라스도 태양안경도 셀로판지도 없이 저걸 어째 확인하셨다냐. 보시다가 몇 분이나 눈을 버리셨을지 참.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