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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킹콩을 들다... 제목을 너무도 잘 뽑은 영화

[리뷰] 킹콩을 들다... 제목을 너무도 잘 뽑은 영화


시사회장, 옆자리서 연신 훌쩍이던 소리...

지난 2일 더블헤더도 아니고 시사회가 연속으로 겹치는 행운을 얻었다. 하나가 앞서 나간 언노운 우먼이고, 다음 것이 바로 '킹콩을 들다'였다.

앞서의 것이 체온을 확 떨어뜨렸다 다시 따스하게 채웠다를 반복하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연신 뜨겁게 달아오르는 영화다. 가슴에 울림을 시도하고, 때론 눈물샘을 자극한다.

덕분에 클라이맥스에선 옆에 앉았던 여자분의 훌쩍이는 효과음이 추가되는 것이었다... 너무 우시던데.


여자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스포츠영화

홍보사에선 이 작품을 두고 '역도의 소녀시대'라 표현했다. 동메달리스트 선생님과 여자중학교의 아직 마음 여린 소녀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여타의 작품처럼 스포츠에 모든 걸 거는 승부사의 것과 색깔이 다르다. 선망하는 미남 소년에게 두근대거나 유니폼이 이뻐 충동적으로 가입하는 등 사춘기 시절의 갈대같은 마음이 잘 표현됐다. 물론 몸매에 대한 관심도 빠지지 않는다. 잘 먹어 좋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마늘만 씹어대는 모습, 이럴 땐 다들 천상 소녀다.

이들을 지탱하는 건 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같은게 아니다. 서로가 어린 삶에서 받은 상처를 역도와 동료들을 통해 치유받고 당당한 어른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다른 의미의 성장 영화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스포츠인이자 교사로서 더할나위 없이 완벽에 가까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지봉 선생의 덕이다. 

무엇보다 역도라는 스포츠 자체가 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이해를 원하는 종목이 아니다 보니, 평소 (남성들에 비해) 관심이 없던 여성들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박건용 감독에게 나는 물었다. '해외 대작이 쏟아지는 시기에 여름이 시즌철인 공포영화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불리하지 않겠느냐,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한다"며 '우생순'을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성들의 감동 스포츠 스토리라는 공통점에 있어 우생순의 성공 선례는 흥행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선악 구도가 명확해 이해하기 쉬워

작품의 이해는 어렵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선수 박영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작품은 간결한 캐릭터 제시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지봉 선생과 조력자들, 수능당으로 흘러들어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선량한 이들인 반면 그에게 열등감을 가진 채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후배나 앞뒤사정 가리지 않고 조작된 투서에 놀아나는 교육자들은 전형적 악인 내지 반동인물을 그린다.

복잡한 설정을 원하는 관객에겐 마이너스일지 모르나 반대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킹콩을 들다... 킹콩을 들다? 킹콩을 들다...

제목 '킹콩을 들다'는 영화 감상을 완료한 후에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처음 관객을 끌어들이고자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을 뽑았다기 보다는 작품을 선택해 감상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잘 선택한 제목이라 평한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킹콩을 두 번 든다. 여기서 킹콩은 이지봉 선생이다.

       

영화 포스터에서의 장면은 환희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킹콩을 들다'지만,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실상은 이와 다른 감흥으로 당신을 기다린다. 글쎄? 여기서 누설할 수야 없지 않은가. 직접 감상하면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동메달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인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동메달.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은 1등만 기억하는 우리 세태에 어떤 울림을 전하는 것일까. 세계 3등으로 당당히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나중에 그는 그 메달을 버린다. 그런데 영자가 이를 어떠한 깨침과 함께 다시 돌려준다.

이후 영자도 같은 상황에 처한다. 동메달에 만족하느냐, 아님 금메달을 거느냐...

결말은 관객의 몫이다. 어쩜 작품은 그 결과가 뭐가 중요하느냐고 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황을 봐선 동메달을 목에 거는 편이 전체의 흐름에 더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함께 던지기도 하고...

그에 앞서 철저한 비인기종목에 대한 우리들의 자성부터 바라는 것일까.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길을 택한 '천치 바보'들을 이지봉 선생은 웃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맞이한다. 진정한 챔피언이 무엇인지,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전반에 걸친 코믹터치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진지하게 물어오는 영화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