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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러드', 이상한 나라의 전지현... 난 맘에 들었다

[리뷰] '블러드' 이상한 나라의 전지현... 난 맘에 들었다

    


  
  출처 - 다음 영화 '블러드'(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2584)의 포토게시판 스틸컷. (이하 사진 모두)   
 


11일, 영화 '블러드' 개봉. 그리고 이 사람, 개막 첫날에 이 따끈따끈 신작을 먼저 뜯어볼 수 있었다. 지난번 밝힌 훼미리마트 도시락 100%당첨 이벤트(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132)로 얻은 예매권이다. 열심히 먹은 보람이 있군.

선택할 수 있었던 작품 중엔 터미네이터 신작, 여고괴담 5 등도 있었지만 난 전지현... 아니, 블러드를 택했다. 터미네이터엔 더 이상 아놀드 형이 없었고 여고괴담 시리즈에선 1편의 신선함을 더 이상 기대치 않고 있기에. 반면 블러드에선 여러모로 신선한 첫 인상을 얻었다. 본 적은 없지만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토대로 한 점은 '아니메'의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로서 별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고, 전지현의 해외 진출작이란 점도 호감이 갔다. 다만 며칠전 시사회 후 다음 뷰에서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가 나오는 걸 보고 불안하긴 했는데...

 

전반전은 만족, 후반전은 아쉽다   

오히려 '미리 큰 기대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 만족도를 높여줬나 보다.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작품의 전반부는 '흡족하다'란 평가다. 이를 강팀과 맞닥뜨린 한국 축구로 따지자면(그러고 보니 런닝타임도 조금 못미치는 90분이다) 전반전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페이스를 완전히 장악, 선제골까지 밀어넣으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는 이미지다. 꽤 괜찮은 몰입도였다.

하지만 너무 신나게 놀아서일까(?), 후반전은 호흡이 거칠어진 듯 빈틈이 노출되고 상대의 위협적 공격을 허용하며 팽팽한 긴장감에 놓이는 이미지. 순간순간 지키느라 급급한 수세적 국면도 나온다. 뭔가 생략된 듯한 급전개가 근사했던 몰입도를 깨버린다.

해서 비교적 짧은 90여분 남짓한 런닝타임이 못내 아쉽다. 로스타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보다 깔끔한 끝맛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30분 정도 더 추가돼 2시간 분량의 대작이 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다. 물론, 전개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채 추가 스토리와 보완점으로 꽉 채워서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전지현'

     
   
'이상한 나라의 전지현'. 블러드를 감상하며 느낀 나만의 '부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지오다노 CF 등으로 친숙한 '한국의 그녀'가 해외에서 외국인 배우들과 함께 섞여 있는 모습도 그렇고, 그녀가 예상 이상의 영어 실력(처음엔 더빙이 아닐까 했으나 그녀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으로 '솰라솰라' 대사를 하는 것도 그렇다. (나중엔 일어도 한다. 한국어가 없음이 못내 아쉬울 뿐) 게다가 뱀파이어 사냥이라는 호러 판타지로 채색된 작품 속 세계 역시 이상한 나라에 빨려 들어간 전지현의 서바이벌 활극이란 감흥에 들도록 한다. 결정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실사판에 한국의 전지현이 주인공 사야로 캐스팅된 자체가 그렇다.

재밌는건, 공동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앨리슨 밀러의 배역 이름이 '앨리스'란 점. 그녀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스피디한 전개, 왜 갑자기 '스피드'가 떠올랐지?

이 영화의 강점은 동양과 서양의 정서가 복합된 점에 있다. 신선하면서도 친숙하고,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다. 프랑스, 홍콩, 일본의 합작이란 말에 '역시나' 했다. 홍콩의 느와르와 무협, 프랑스 특유의 액션감각, 일본의 정적인 구도 모두 작품 내내 코스요리처럼 제시된다. 다만, '헐리웃'의 냄새를 함께 맡은 것은 내 후각에 문제가 있는 건가.

이 영화를 보면 여러 영화가 떠오른다. 장검으로 고어 액션을 펼쳐드는 전지현은 마치 킬빌의 노란 트레이닝복 우마 서먼을 연상케 하고 빗 속의 시가전은 어째 영웅본색의 느와르를 떠올리게 한다. 시종일관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엔 총성 대신 칼부림이 난무하는 레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악역을 맡은 고유키는 라스트 사무라이를 환기하게 하고 파웰 사범의 얼굴은 결국 레지던트이블에서의 그를 되새기게 한다. 아마 여기까진 다른 관객들도 엇비슷하지 싶다.

그런데 정말 뜻밖의 작품이 찰나 스쳐갔다. 키아누리브스의 스피드다. 추락 엘리베이터, 멈출수 없는 버스, 통제불능 지하철까지 여러 탈것의 스피드와 끊기지 않는 시간적 흐름, 숨막히는 전개 속도(심지어 산드라 블록과의 애정전선마저 순식간에 구성되지 않았나)를 한데 모아 속도감을 극대화했던 그 작품 말이다.

블러드의 전개 속도는 예상 이상이었다. 두 소녀가 한 배를 탄(?) 하룻밤 동안 연속되는 사투는 그 중 클라이막스.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주요 요소다.

 

아쉬운 '빈틈'

이번엔 단점을 꼽는다. 블러드에 대해 맨먼저 꺼낼 '태그 키워드'는 '미완' , '잠재', 그리고 '아쉬움'이다. 하나같이 이중성을 갖는 단어. 가능성과 더불어 불안감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특히 '아쉬움'은 여러모로 애매모호한 단어다.

'밉다'는 것이 실은 애정을 전제한 감정이듯, '아쉽다' 역시 '호감'을 전제로 토로하게 되는 지적의 서곡이다.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지'란 아쉬움이 중간중간 묻어나오는 작품인 것.

시사회 직후 터져나온 혹평에선 무엇보다 특수효과에 대한 비판이 우선이었는데, 확실히 순간순간 완성도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컴퓨터그래픽 처리된 바위가 실제의 묵직한 무게감과 위협적인 물리적 에너지를 느낄 수 없는 '그림'으로만 느껴질 때, 변신한 중간보스급 몬스터를 보다가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골룸 급의 완성도만 나와준다면...'하고 부족함을 느낄 때, 와이어 액션에서 위화감을 느낄 때가 그렇다. 마무리가 약하다는게 나의 평가다.

아까 전반에 비해 후반이 미흡하다고 했는데, 무엇보다 매력적인 조역 인물들이 연거푸 하차하는 것이 아쉽다. 좀 더 남아 작품을 함께 이끌어주면 어땠을까 할만큼 아까운 인물들이 여럿 된다. 그리고 이들이 퇴장하기 전 조금 더 주역들과의 인물관계가 충실히 그려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해 남는다.

너무 급전개로 인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다. 뺄건 빼더라도 충실하게 남겨놓을 것은 남겨놨다면.

결정적인 것은 이거다. 아무래도 주인공의 싸움이라는 것이, 앞서 '잡어'들과의 전투보다는 이후 나서는 강적들과의 그것이 좀 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해 줘야 실망이나 뒤 끝이 없는데... 정작 초반과 중반의 전투는 상당한 몰입도를 선사해 줬지만 이것이 도리어 약발 안 받게 만들었는지 이후 보스들과의 전투에선 '좀 더 강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출처 - 다음 영화 블러드 동영상 게시판


종족간 전쟁 뒤에 감춰진 또 하나의 테마, 부모와 자식의 사랑

이 작품에선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딸의 정이 묻어나온다. 주목할 점이자, 아쉬운 점이다. 먼저 앨리스와 아버지. 갈등구조를 이루다 마지막에 극적인 화해 무드로 종결된다. 주인공 사야 역시 검과 스승을 통해 아버지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한다. 스포일러라 자세한건 밝힐 수 없지만 어머니와의 미묘한 감정 교차도 있다. 협회의 요원 마이클과 사야 사이에서 유지되던 인간 관계 역시 어쩜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것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다는 것. 너무 뜬금없이 '워프'해 버려 좀 더 시간을 두고 충실하게 그려졌으면 좋았겠다는 소감이다.

 

추천, 비추, 각자의 성향... 난 맘에 들었다 

만일 당신이 꼼꼼하게 작품의 짜임새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감점포인트를 찾고 완벽한 구성을 추구하는 영화팬이라면 난 이 작품을 추천하지 못하겠다. 액션 중에 감점포인트가 있고, 이야기 전개 중에 감점포인트가 있고, 컴퓨터 그래픽 처리에서도 매끄럽지 못해 감점포인트가 있다.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는 생각되는데, 배우 연기에 있어서도 순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건 배우 연기의 문제인지, 내용 전개의 문제인지, 극적 상황의 연출에서 나온 티인지, 그도 아니면 그 신에서 그 연기를 해석할 여유 없이 그냥 후루룩 넘어간 감독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반대로 당신이 '영화란 즐기려고 있는거지...'라며 그저 머리 비우고 시원시원한 영상을 즐기려는 또다른 의미의 영화팬이라면? 헌데 이런 조건에서도 난 '비추'를 던진다. 확실히 내용 이해는 어렵지 않은 편인데, 킬링 타임용으로 즐기기엔 또 나름 노력이 필요하다. 썰고 자르는 정육점 액션에만 치중했다면 '날로 먹는' 감상이 용이할 수 있었겠지만, 작품의 서사 구도나 각 캐릭터의 인간 관계 및 갈등에 대해선 보다 확실히 이해해야 좀 더 나은 감상을 뽑아낼 수 있다.

당신이 순간순간 전해지는 아쉬운 점은 그냥 감안해 주면서, 그러면서도 어려울 거 없이 뭔가에 몰입해 들어가려는 사람이라면? 이제사 추천의 말을 남긴다. 전지현의 사야가 공중을 날 때 '순간 와이어가 보인 거 같은데 그냥 내 착각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갈 줄도 알며, 눈에 보이는 것만 덥석 물고 끝내기엔 아쉬워 이것저것 들춰보고 탐구해 보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작품은 꽤 괜찮은 몰입도와 흡입력으로 당신을 이끌어 줄 것이다. 뱀파이어물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9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아쉽지만 그런대로 뽑아냈다는 게 내 감흥이다. 원작은 보지 못했지만 그 캐릭터와 전지현은 잘 어울렸다는 게 내 소견이다. '뭔가 아쉽다'는 전제는 붙지만, 그렇다고 혹평에 등돌리기는 또 '아깝다'고 할까. 일단 나는 맘에 들었다.


추신 - 한 살 차이 나는 전지현이 소녀로 돌아온 것에 묘한 기분이다. 어떻게 관리를 해야 저렇듯 어려 보이는 거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