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제3기 지하철' 9호선 시승 및 리뷰 (하-전동차 편)

'제3기 지하철' 9호선 시승 및 리뷰 (하-전동차 편) 
두더지버스, 코너링, 내부공간, 차량공급 등 미리보기 

 
 

     
  
  조종실에서 보이는 바깥풍경. 지하철에서도 아지랑이가 필 줄이야.  
 


#플랫폼 리뷰에 이어 이번엔 전동차 시승기를 풀어본다.

 

'제3기 지하철' 9호선 시승 및 리뷰 (하 - 전동차 편)

객차와 객차는 열린 공간

      


     
객차와 객차 사이에 이런 변화가 있음을 왜 늦게서야 깨달았을까. 개인적으로는 '변혁'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큰 변화점이다. 첫째, 튜브식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으며 둘째, 통문이 없다. 게다가 공간도 넓다. 객차와 객차 사이를 활보하는데 있어 완전 오픈 상태인 것.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열차라기보다 거대한 하나의 버스랄까. '두더지버스'란 애칭은... 별론가?

이날 입수한 브리핑 자료에도 이부분은 안전적 변화점에 명시돼 있다. 확대된 통로폭은 기존 810mm에서 1200mm로 기록, 1.5배가량 넓어진 수치다.

과거라면 열차사이로 흘러드는 바람이 문제였겠지만 이번엔 튜브식으로 밀착돼 있어 이런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엔 블로거데이 초대 블로거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30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사진은 "우리 좀 찍어줘요"라 요청해 온 이옥주 씨(강서구 현대어린이집 원장)와 에에 그리고... '유쾌한 친구들'이 되겠다.  
 


넓어진 차량 내부공간

좌우 너비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얻지 못해 아쉽지만 관계자(아래 사진) 말로는 확실히 기존노선보다 넓어졌다는 객차 내부. 참고로 객차 길이는 20미터. 옆면을 보면 비스듬한 곡선으로 아래부분이 위보다 넓은 모양새다. 이 때문인지 입석자들이 발디딜 공간이 보다 넓어진 듯한 기분을 가져온다.

    


  
승객정원은 제어차가 145명(좌석 45명) 동력차가 158명(54명).

한편 브리핑자료에 따르면 국제수준 화재규격을 만족하는 난연재를 적용했다며 화재사고에 대비한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정확한 발화점은 기재돼 있지 않다. 3년전 1500도에 견디는 불연재를 개발연구하던 섬유업체 관계자는 "800도 이상에 버티면 난연재, 1200도를 넘기면 불연재"라는 업계정설을 기자에 피력했었는데 대구지하철참사 등 끔찍했던 전례를 생각할 경우 보다 명확한 공개가 시민들의 신뢰감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표준속도 일반 30KM이상, 급행 45KM이상... 최고운행속도는 80KM




9호선은 1호선처럼 급행열차가 존재한다. 러시아워시 일반과 3대1비율로 4대당 1대꼴, 평상시엔 2대1비율로 3대당 1대꼴로 운행된다.(평상시간대 비율이 더 높아 의아할 수 있겠으나 일반차량의 대수를 통근시보다 줄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납득이 수월하다)

브리핑자료를 보면 표준시속이 일반 30km 이상, 급행 45km 이상으로 소개돼 있다.  다만 이 날 조종실에서, 또 객차에서 느낀 체감속도는 그 이상이었는데 상당수 정차역을 무정차로 지나치는 관계로 속력을 표준수준보다 올린 것일까. 스톱워치로 동작역을 출발해 여의도역에 닿을때까지 시간을 재어보니 2분 10초가 걸렸다.(다시 명기하는데 그 사이 역은 무정차통과)

    


  
참고로 표준속도와 아울러 명기된 최고운행속도는 80km. 그리고 성능 최고속도는 100km다. 현재 9호선은 '김포공항에서 강남권까지 30분, 공항철도 직결연계가 이뤄지면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남권까지 1시간'을 내세워 신속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19인치 디지털안내모니터 모양새

 


     
새삼 특별히 와 닿을 건 없겠으나 9호선도 '당연히' 디지털 모니터가 존재한다. 객차당 8개씩 마련된 19인치 LCD모니터가 열차 측면, 출입구 인근 상단에 붙어 입석자의 시선을 배려하고 있다. 틈틈이 광고영상을 내비치면서 현재 열차의 위치, 접근하는 역의 지역별 이정표 등을 알리며 편의를 돕고 있다. 아울러 위 사진처럼 자리양보 캠페인도 함께 선보인다.

 

10센티미터 낮아진 손잡이와 기존 손잡이 공존

    


  
길고 짧고. 손잡이의 길이가 하나 건너 다르다. 기존에 1700mm 하나였던 손잡이규격이 이번엔 기존것과 더불어 10센티 낮아진 1600mm를 함께 선보였다. 관계자는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자기 신장에 맞게 자리를 잡도록 편의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워마다 콩나무시루가 되는 서울 열차 내에서 이같은 배려가 실용적으로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여유가 있을 땐 자기 키에 따라 양자택일이 가능해진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  

 

코너링의 감각을 선사하는 지하철(?)

한글로 님은 "9호선의 경우 과거 열차와 다른 코너링을 선보인다"고 귀띰해 주었다. 과거 열차가 곡선코스 진입시 덜커덩대며 좌우로 흔들렸다면 이번 열차는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원만하게 나아간다는 설명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법한 이야기다.

실제로 고속터미널에서 가양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염창역 부근에서 좌측으로 기울어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순간 객차와 내부에 걸린 손잡이의 기울기를 포착한 것으로 이를 가늠하도록 돕고자 했다.

    


  
  확연히 기울었다. 이걸 주행 전문용어로 드리프트라 해야 하나 그립이라 해야 하나...   

   

마치며 - 아쉬운 점과 기대점의 교차

시승 일정 종료 후 1시간 가량의 블로거간담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선 현 서울시의 자전거 활성정책과 연계되는 시스템 확보, "열차당 객차수가 4량인데 너무 적지 않느냐"는 지적 등이 나왔다. 현재로선 "자전거와의 연계 루트 배려에 공감하지만 기본계획 및 설계가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 시차적 차이로 당장 이를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는 입장"이란 대답과, "추후 수요량이 보다 확실해지면 공급량 추가확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한편 9호선 관리자 측에선 "열차배차간격이 혼잡시 4분30초에서 5분, 비혼잡시 6분40초로 타 라인보다 1분가량 긴데 환승객 입장에선 체감하는 시간과 불만감이 그 이상일 수 있다"며 "아직 승객의 수요가 불확실한 현재로선 이같은 불편을 양해바라는 점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블로거들에 내놓기도 했다. 이 중 자전거 정책과 관련한 이야기는 차후 후속기사에서 다뤄본다.

간담회에서 나온 질의응답 하나하나의 소요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개인 질문을 꺼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브리핑자료에서 '운영혁신'의 예로 든 5無 시스템에 대한 우려점이다.

관계자 측은 무 역장, 무 역무실 등의 실현으로 고객안전과 서비스중심의 역사관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받아들이는데 있어 역을 지키는 사람이 사라지고 무인관리시스템에 의존한다는 것이 도리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기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0과 1만을 아는 융통성 제로의 우직함이 만일의 사태엔 인간의 결정을 필요로 할 수도 있기에. 특히 9호선의 경우 앞서 플랫폼 편에서 밝혔듯 스테이션 자체가 매우 깊어 안전적인 측면에 있어 한층 더 조심스런 접근을 요하고 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부분이다.

플랫폼 편에서 밝혔던 장애인 배려에 대한 평가여부는 시각장애인 점자표기 등의 전문가인 한글로 님이 정리할 계획이다.(http://media.hangulo.net/) 다만 현장에서도 한글로 님은 점자로 시각장애인의 탑승 및 하차를 유도하는 부분이 역마다 어긋나는 오류 등을 곧장 지적하며 아쉬움으로 밝혔다. 아울러 점자표기 추가가 절실한 부분이 있음을 어필해 보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약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플랫폼 승강장에 설치된 보호 개폐문의 확대 배려다.

    


  
  플랫폼 승강장의 개폐문은 넓게 설계됐다. 하지만 전동차 자체의 개폐문의 규격이 이에 맞춰지지 않았다면?  
 

이 부분은 또다른 한 블로거도 물음표를 긋던 부분인데, 사진에서 보듯 각 플랫폼에 설치된 보호 개폐문의 폭은 상당히 넓게 확보돼 있다.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해 보다 넓은 공간을 필요로하는 장애인이 승강장을 오가는 걸 돕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정작 전동차 자체의 개폐문은 이와 맞춰져 있지 않기에 상당한 갭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넓게 확보한 플랫폼의 이중 개폐문의 특징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9호선은 '3기 지하철'의 시대를 여는 주자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존 1~4호선이 1기, 5~8호선이 2기의 역사를 이어왔고 9호선은 한때 백지화됐다 다시 추진된 새 기수다. 여러모로 기대를 모으는 지하철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날 관계자는 가양역을 시승역으로 선정한데 대해 "비교적 교통이 불편했던 지역이기에 이곳에서 지하철 시대가 열린다는 것은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간 서울지역에서 교통이 불충분했던 곳의 갈증을 해갈한다는 면에서 교통수단의 본질적 의미와 기대할 점을 찾을 수 있다.

지하철 자체의 개선이 크게 이뤄진다면 또다른 의미에서도 '제3기'라는 간판이 조명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9호선은 두루 밝혔듯 '형님'들에게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요소가 많다. 이들의 호불호 여부는 승객 수요라는 결과적 측면을 떠나서 따로 평가해볼 만한 부분이다. 이달말 개통예정인 9호선의 초반 성적표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