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돼지독감에 삼겹살값 떨어져 좋아하는 세상이라니

돼지독감에 삼겹살값 떨어져 좋아하는 세상이라니 
세계적 공포마저 금겹살 앞에 희화화, 얼어붙은 민생 

  
본인은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다. 취향 탓도 있거니와 돼지고기 주제에 너무 몸값이 귀하시다. 삼겹살이 서민의 대표음식이란 옛말이 거짓말처럼만 들리는 지금, 100그램당 400원 가량 하는 뒷다리를 사다가 끓여먹고 삶아먹고 하며 감지덕지한다.

사실 400원도 눈깜짝할 새 100원이나 오른 폭등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그램당 300원, 1800원이면 한근(600그램)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것이 근당 2400원으로 올랐으니 체감가격은 실로 크다. 그런데 봄이 되면서 이마저도 보기 힘들어졌다. 갑자기 인근시장에선 2800원대를 최저가로 올렸다. 삼겹살이야 말할게 있겠는가. 금겹살 시대라는 말을 몸소 체감한다.

정말 인간적으로 실토하는건데, 현재는 SI(혹은 신종플루)로 불려지는, 하지만 여전히 '돼지독감'이란 단어가 공용되는 현 사태가 일파만파 번질 때에도 생각이 절로 정육점 판매대에 닿더라. "혹 가격 좀 저렴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말이다. 울상짓고 있을 육류업자나 돼지농가에겐 미안하지만.

확실히 돼지독감이 무섭긴 무서웠다. 계속 치고 올라갈것만 같던 뒷다리 가격은 곧장 '보섭살'이란 다소 럭셔리한 느낌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도(사실 그게 그거다) 2500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삼겹살 특가, 삼겹살 데이 등으로 특별세일을 외치며 유혹하는 가게도 여럿 봤다. 삼겹살 가격이야 눈여겨보진 않았으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리 밖으로 상인들이 나와 손님을 끌어오려 경쟁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다. 역시나.

     
  
  돼지독감과 삼겹살로 검색한 결과.   
 


"난 강력한 위액으로 (바이러스를)녹여먹을 자신있다"는 한 블로거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동병상련이다. 이름에서 '돼지'가 빠지고 국내상황도 소강 국면에 들며 차츰 안정을 찾는 모습은 실로 다행이지만 저 무서운 병에도 불구 물가폭등에 가격 특수부터 생각해보던 서민 입장에선 심경이 조금 복잡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뭐 막가자는 거지요...   
 


한편에선 "돼지독감은 돼지값 폭등을 막기 위한 하나님 배려로 대통령께서 기도하신 결과"라는 웃지못할 블랙유머까지 나왔다.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바이러스조차 절박한 민생경제 앞에선 저렇게 받아들여질수도 있는구나라는 생각에 공허한 웃음이 터져나온다. 사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못하는 시대라는 금겹살 시대의 한숨은 서민들에 있어 공감할 법 하지 않은가.

갑갑하다. 지난해말 세계경제 위기와 주가폭락, 사이드카 발동과 환율폭등을 아우성치던 경제섹션 기사들은 어느샌가 환율도, 주가도 점차 안정세에 들고 있음을 알리며 경제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통에서 서민들이 저마다 천원짜리 주고 받으며 당장 체감하는 경제한파는 이 정도인 것을.

농담으로라도 "돼지독감에 삼겹살값 폭등이 멈췄다"고 좋아하는 민심은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오늘의 서글픈 시대유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