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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칼럼

아이리스 제작발표회, '가뭄에 콩나듯' 기자질문 아쉬웠다

[오아시스]'가뭄에 콩나듯' 기자질문 아쉽던 아이리스 제작발표회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질문하실 기자 분, 없습니까?"

박지윤 아나운서가 장내를 둘러본다. 손 든 사람이 없다.

"없나요?"

"......"

"그럼, 제가 자체 질문을..."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아니잖아...'

      


  
  취재진은 넘쳐나는데 이에 비해 이벤트홀은 비좁았다. 뒤에 늘어선 카메라 라인이 장관이었다. 그런데...  
 


56. '가뭄에 콩나듯' 기자질문 아쉽던 아이리스 제작발표회

13일, 몽구 님의 긴급호출로 서울 구로의 나인스애비뉴로 냅다 달려갔다. "김태희 보러 안 갈래요?"라는 말에 혹했다...기 보단, "이병헌도 온대요"에 더 끌렸다. 개인적으로 이 날 가장 '그림이 되는' 배우를 고르자면 이병헌이다. 그 잘록한 허리하며 날카롭고 이지적인 얼굴의 선이라니. 딱 내 스타일.

    

 
  
  이 날 밤 지인이 "김태희 예뻤어요?"라기에 "가장 예뻤던 것은 이병헌"이라 답했다가 이상한 놈 취급당했다. 여하튼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던 그 분.   
 


KBS의 액션멜로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발표회장은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세자리수를 가볍게 넘길 규모. 그도 그럴것이, 캐스팅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 작품이던 것. 드라마는 물론이요 그간 영화나 CF 등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렵던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들, 그리고 빅뱅의 탑까지 6인의 화려한 라인업이었다.

뿐만아니라 이 날 발표에서 아이리스는 제작비만 2백억,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드는 대형 로케이션임을 어필했다. 규모나 외형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고, 취재 열기와 일본에서 온 한류팬들의 열기는 무리가 아니었다.

기자는 연예 전담이 아니지만, 이런 장소에 오면 개인적으로 즐겁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포지티브한 분위기를 취재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신선해서일까.(전쟁같은 집회 거리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시대의 관찰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쏟아지는 플래시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스타들의 미소,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 등은 개인적으로 '아, 여기선 기자가 환영받는 손님이구나'란 생각에 맘이 편하다. 집회현장에선 경찰들에, 고발기사에선 전화 통화 중 공직자들에 불청객 취급 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말이다.

그런데 막상 제작발표회가 시작되면서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 날 발표회장은 기자들에 있어 상당히 '프렌들리'한(적어도 행사 순간만큼은) 장소였다. 사회자로 나선 박지윤 아나운서는 자유롭게 기자들의 질의응답시간을 이어가겠다고 알렸고, 6인의 주연급 배우와 연출을 맡은 김규태, 양윤호 감독 역시 성실하게 문답에 응해 주었다. 최소한 무대에 나선 이들에겐 아쉬울 것이 없었다.

문제는 이 쪽이었다. 녹취 기록을 보니 발표회 중 박 아나운서의 저 말로부터 마무리되기까지 질의응답시간에 할애된 것은 50여분. 길다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 날, 기자들이 물어왔던 질문분량은 어느정도였을까.

기자가 기억하기로는 질문을 던진 기자의 머릿수가 본인 까지 합쳐서 불과 여닐곱 명에 불과하다. 내용은 액션신에서 어려웠던 점이라던가 이병헌 씨에 물었던 한류팬들의 일본촬영시 호응도, 정준호 씨와 김승우 씨가 응했던 '물을 많이 마시는 이유', 각 배우들에 이성 배우의 매력도를 묻는 것 등이었다. 감독에 대한 기획의도라던가 김승우 씨에 대한 북한인 캐릭터의 전형성의 타파 등 보다 심도있게(그저 개인 소견이고, 이 글 또한 내용이 아닌 질량적인 아쉬움을 밝힐 뿐이다) 작품 자체를 묻는 질문은 박지윤 아나운서에게서 더 많이 나왔다고 할까. 그나마도 함께 자리한 양 측 감독(연출)은 기자들에 다이렉트로 나오는 질문이 없어 '섭섭할'(?) 상황이었다.

최소한 질량적 측면에선 시간적으로도 그렇거니와 비중 면에서도 박지윤 아나운서가 자체적으로 꺼낸 질문이 더 많았다. 아까도 말했듯, 집결한 취재진의 숫자를 생각해본다면 납득키 어려울만치 질문이 적었다. 여기만큼은 질문공세가 부담될 것 없는 자리일 텐데.

     
 


     
 
이 많은 취재진은 사실 사진, 영상 전담 기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라서 그런 것일까? 허나 그렇다 해도 납득키가 어렵다. 독자들이 묻고 싶었던, 또 궁금해 할만한 질문을 대신 하고 얻으려는 것 또한 그들 모습을 화면에 담는 것 못지 않은 이날 취재의 본질일텐데.

물론 너무 많이, 혹은 곤란한 질문을 던져 당혹케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나름 저마다 준비한 답변이나 '이건 꼭 물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을 텐데. 너무 없는 것도 아쉽지 않은가.

그나마 시간이 흐르며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손을 드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그러나 초반엔 두어차례 박지윤 아나운서가 난색을 표할 상황이 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것이 이 때였다.

해서, 연예 쪽은 '비전문가'인 기자도 질문 하나를 보태고자 손을 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질문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기자가 발언권을 가진 것은 손들고 세번째만이었던가. (이는 우연히도 기자 중에선 마지막 질문이 됐다) 기자가 물었던 것은 그간 박 아나운서의 질문에만 답하던 감독을 지목한 것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 충분한 작품인데 이 때문에 도리어 감독과 제작진에겐 부담되는 부분이 없느냐, 각오 한 말씀 해달라'는 간략한 질문이었다. 김규태 감독은 "도리어 한사람 한사람 워낙 뛰어난 분들이다 보니 이렇다 할 주문 없이도 철저한 준비를 해 줘 어려운 점이 없었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 좋았다"고 답변해 주었다.

         


  
 어림짐작으로도 세자리수를 가뿐히 넘기는 취재진들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플래시 세례와 달리 질문은 가물었다.   

 
사실 기자가 처음 생각했던 질문은 이거였다. "나름 질문공세를 예상도 하고, 또 '다른 건 몰라도 이거만큼은 기자분들이 먼저 물어봐 주면 좋겠는데'하며 답변을 준비한 내용이 있을 텐데 아직 나오지 않아 아쉽던 이야기가 있으면 먼저 들려줄 수 있겠느냐"는 것. 그러나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까딱 했다간 본의아니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 도리어 민폐가 아닐까 싶어 무난하다 싶었던 저 질문을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된(?) 감독에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끝난 뒤엔 후회했다. 발표회가 끝난 뒤 몽구 님이 "그런 질문을 왜 하냐"며 질책한 것. 원래 연예 쪽에선 다른 기자들이 앞서 물었던 것처럼 가볍고 재미있는 질문들을 독자들은 원한다는 거였다. 그에 비해 내 것은 너무 재미없었다나.(옆에 있던 취재진 반응도 '어우' 하며 싸했단다. 연예기자 자질 없는 것을 그대로 들통낸 셈이다) 그제사 "괜한 짓 했네"라 자성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팬들이 좋아하고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를 고민해 대신 물어봐 줄걸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보다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질문세례'를 취재의 본질이라 생각했기에 아쉽게도 생각했고 그래서 부족하나마 질문 하나를 보탰던 건데. 개인적으로 팬인 이병헌 씨와 눈을 마주하며 뭔가 팬심 가득한 질문을 해볼 걸 하고 또다른 후회를 해본다. 확실히, 팬들은 이 쪽 질문을 원했을 듯 하다.

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눈치없고, 나서기 싫어하고, 연예가 쪽은 완전 젬병인 기자 조차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이크 없는 상황에서 큰 소리로 외쳤는데(정말 부끄러웠던 건 녹음된 내 목소리였다. 기자같지도 않은 화술 주제에 잘 안들릴까봐 외쳐댄 것에 아주 오그라든다) 말이다. 평소 이런 대형스타들을 한번에 만나 물을 기회도 없지 않은가. 기자분들의 질문공세가 이날 만큼은 많이 아쉬웠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