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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초짜의 와인리뷰] 다빈치 끼안티 - 도도한 그녀와의 한달

[와인, 무대포로 즐겨봅시다]3. 다빈치 - 도도한 그녀와의 한달
서민 초짜의 와인 탐험기 - 다빈치 끼안티(이탈리아)


3. 다빈치 끼안티 (이탈리아)

   
 
  다빈치 끼안티 2006년  
 

중고가 와인 납시오!

세번째 주자는 '외전'격이다. 서민을 위한 1만원 미만대 와인을 소개하는 것이 이 연재의 본질이지만, 이번만큼은 부르주아의 와인인 것.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먼저 와인의 간략소개부터.

 

다빈치 끼안티 - 이탈리아산 레드와인

LG상사 자회사 트윈와인 수입

가격 - 4만원대

 

자아, 무려 4만원대다. 내 돈주고 샀다면 눈이 튀어나오고 간이 배 밖으로 가출했을 터. 그러나 그런 일 없구요. 선물받았답니다.

이전에 엑스노트 신제품 런칭 파티에 초대되어 나간 적이 있었다. 관련기사 - (http://kwon.newsboy.kr/1105)

황송하게도 여기서 선물로 받은 와인이다. 여담이지만 LG 측은 와인 선물을 선호한다. 3년전 LG패션에서도 브랜드 런칭시 괜찮은 와인을 한통 안겨준적이 있었다.

한동안 열지도 않고 고이 모셔뒀다. 그러다 지난달, 이순신 장군께서 특종상을 안겨 주셨던(http://kwon.newsboy.kr/1162) 기쁨을 기념하고자 열었던거 아니겠습니까. 장군님의 눈동자에 건배.

   
 
  오오, 신성하다. 마징가제트가 격납고에서 출동하듯 스스스스 열린다.  
 

한달간 고급와인과의 동침, 새침한 여인의 마음을 열 듯 조심조심

개봉하고 나서야 이 와인이 '다빈치'란 이름의 작품임을 알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야 4만원대를 호가하는 중고가(기자에겐 그렇다) 와인임을 알았다. 사실 한달간 오래오래 두고 마시는 이유엔 차마 벌컥벌컥 마실 수 없다는 점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이 와인이 진정한 맛을 내게 쉽게 보여주지 않아서다. 사실상 처음으로 맛보는 고급와인이라서일까, 약간의 노력으로 친해질 수 있었던 지난 와인과는 달리 이 친구는 쉽게 마음을 열질 않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열고 나서 시간이 좀 흘러야 맛있어진다는 와인이라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 '여인'이 냉정하진 않다 

말 그대로. 예술적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다 빈치'라는 이름에 온화한 여성의 얼굴이 새겨져서인지 이 와인은 처음부터 '여인'과 같이 다가왔다. (실제로 시중의 평을 보면 여성스런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열었을때, 기자는 마침 무척 배가 고팠다. 해서 식사에 곁들일 와인으로 시음하게 됐다. 주말을 자축하는 저녁 특식은 닭고기.

   
 
   
 

간장소스로 맛을 낸 치킨과 함께 와인을 마리아주 삼았다. 시장이 반찬이라서일까, 처음 만난 이 여인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허기진 나를 잘 달래주었다. 이전 와인들처럼 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위티함이 전혀 없는 건 또 아니다. 적절히 떫은 맛은 '씹을거리'를 향한 입맛을 한층 돋우게 한다.

육류와 잘 맞는 와인이라고 생각했고, 고급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즐기는데 있어 까다롭지는 않다는게 첫인상이었다. 허기지고, 축하연도 자신만의 자축으로 열어야 하는 고학생에게 고맙고 상냥하게도 그 허전함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어머니와 같은 모성애였다. 

생각보다 쉽게 즐길 수 있겠다고 순간 생각했다. 하지만, '쉬운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다음날 밤, 다시 한 잔을 입에 댔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거리감 없이 대해 준 것은 어제 하루에 한한 것이었음을.

어제보다 단 맛이 한층 더 엷어짐에 따라 떫다 못해 쓴 맛이 느껴졌다. 난 아직 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몸에 좋고 쓴디쓴 탕약을 들이킬 때 처럼 괴로움을 수반하는 게 주법은 아님을 알기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전의 나폴레옹이나, 생뱅상이 '내가 널 좋아한다'는 뜻을 어필하면 별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다빈치는 내게 좀 더 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도도하고 쉽게 맘을 주지 않는 여인의 상을 그리게 한다. 이전 생뱅상도 그랬었지만 이번엔 그것보다 한차원 더 어려운 난코스. 해서 시간을 두고 관찰하기로 했다.

 

열흘 후 '고급 안주' 대령이오 

열흘 후 다시 와인마개를 열었을 때, 곁들일 음식에 신경 좀 썼다. 프리미엄 치즈를 대령한 것. 6000원대의 통조림 치즈는 꽤 무리한 거라고.

   
 
  서울우유의 치즈 중 프리미엄 라인. 통조림에 치즈가 담긴 건 또 처음봤다.  
 

한 조각 잘라 입에 넣고 와인과 우물거렸다. 그 때 이 다빈치의 여인이 내게 흘깃 한번 시선을 준다. 말하자면 "그래도 신경 좀 쓰네" 정도. 물론 이걸로는 부족한 듯 여전히 쌉싸름하게 톡 한번 튕겨주고는 이내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발상의 전환으로 내게 친숙한 음식을 준비해 어울려보게 했다. 찌개에 넣으려고 사 왔던 소시지를 구워다가 와인과 함께 밤 요깃거리로 식탁에 놨다.(부대찌개랍시고 잡탕을 만든다)

그녀는 귀족까진 안되더라도 신흥 부르주아 집안의 여식 정도는 되는 여인이다. 하지만 꽉 막힌 여성은 아니다. 조금 때묻은 블루컬러라도 일거에 관심을 내리진 않는다. 내가 굴뚝청소부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선을 긋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호기심을 거두진 않는단 말이다. 조금씩, 여전히 떫고 쓰지만 그래도 처음 느꼈던 달콤한 향을 허락했다. 어쩜 확실히, 육류와 잘 맞는 와인일지도.

그리고, 20일이 지났다.

   
 
  검붉은 색깔이 고혹적이다. 도도하고 고전적 미인, 잉글리트 버그만이 떠오른다.   
 
 

한달간의 동거, 최종 결과는? 

지금부터는 실시간 확인이다.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다. 지금 다시, 발코니에 모셔뒀던 와인을 한잔 따랐다. 혹 시간이 너무 흘러 맛이 이상하게 변하진 않았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향을 맡아보고 조금 놀랐다. 이번에도 첫 느낌과 다음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맛도 향도 달라진다니,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처음엔 걱정스러웠는데, 잔에 따라 두고 위에서 킁킁대니 천천히 특유의 향이 피어오른다.

이번엔 확실히 결론을 내야 한다. 당신이 나를 여전히 거부한다면 그대로 기록할 것이고 받아들인다면 역시 환희에 차 기록할 것이다. 그럼 한모금...

아아.

   
 
   
 

편안해졌다. 한달이란 시간동안 오래도록 바라봐 준 남정네에게 드디어 손을 내밀어 준다.

맛은 달콤하거나 떫은 맛에 앞서 우선 짭짤하다는 인상이 와닿는다. 내가 좋아하던 바다의 그윽한 소금기를 느끼게 한다. 두번째 맛을 보니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게 알콜이 흡수되고 있음을 알려온다. 뛰어난 밸런스다.    

어렵게 설명할게 뭐 있겠나. 맛있다. 드디어 여인의 품이 열렸다.

 

도도하지만 온화하고, 기품있는 중고가 와인

첫 와인인 나폴레옹은 너무나 짙고 붉은 드레스와 입술로 유혹하듯 다가왔다. 나는 그냥 앉아서 호기심 어린 눈빛만 내비쳐도 먼저 다가와 주었다. 두번째의 생뱅상은 내가 먼저 다가가야 했지만 진지하게 대하면 친구가 되어주는데 인색하지 않은 활동적 스타일.

이에 비해 다빈치는 한층 도도했다. 기품있고 예의바르지만 함부로 손을 내밀었다간 퇴짜다. 보다 많이 이해해주길 바라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오픈하기 앞서 먼저 상대가 오픈해 주길 요구한다.

조예가 깊다면 나와 같은 어려움없이 부담없고 좋은 와인으로 항시 즐길수 있을 것이다. 다만 초짜에겐 어느 정도의 인내와 와인애호가로서의 가능성을 요구하는 와인이다. 물론 이를 감내한다면 한층 즐거운 수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빈치 끼안티 (이탈리아) 2006년산

구입처 미확인, 가격 4만원대 (트윈와인 홈피 소개)

초짜평점 85점

한줄요약 - 심오하다, 그래서 멋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