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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이런 목걸이, 기내반입 안돼요' 비행기서 지닐 수 없는 것

'이런 목걸인 기내반입 안돼요' 비행기서 지닐 수 없는 것


"이예~! 공항이다! 비행기 탄다! 우와~ 신난다!"

기자는 비행기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얼마만에 타는 비행기야. 6년전 졸업여행 이후 처음이었다. 

   
 
  공항에 오면 기분이 좋다. 여행의 설레이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하도 오랜만이다 보니 조금 실수를 했다. 전광판에서 수속중이란 안내가 뜨면 여유있게 들어갈 것을, 15분전 탑승중이 뜰 때를 기다렸으니. 15분 전에 입장 가능한 기차역 플랫폼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서야 떠올렸다. 맞다, 공항은 검열이 엄격하지. 가방은 엑스레이를 찍고 몸에 지닌 금속품도 다 확인받아야 한다.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카메라도 빼요?"

"다 빼셔야 합니다."

"지갑도?"

"주머니의 것 다 빼세요."

열쇠, 휴대폰, 지갑, 카메라, MP3플레이어, 초크, 목걸이...가진게 뭐가 이리도 많았냐. 

'삐삐삐삐~'

"다 뺀 거 맞아요?"

"아! 동전이 있군요."

다른건 다 통과됐다. 그런데... 수속담당자가 계속해서 꺼내 놓은 것 중 목걸이를 하늘위로 들어올리고선 계속해 물끄러미 바라보네. 그래, 쟤가 좀 이쁘긴 하죠.

으응? 다른 사람을 불러오더니 두사람이서 주거니받거니... 심지어는 음료수마개 열 듯 이음새를 돌려보기도 한다. 그제서야 난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먼저 떠오른 것은 붓두껍 속의 목화씨였다. 내가 문익점도 아니고... 어느샌가 서너사람의 손을 거쳐가는 목걸이.

"이거... 반입 안 됩니다."

돌발상황.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이 살암들은 무엇때문에 적색등을 켠 것일까. 혹 안에 백색가루라도 들었다 의심하시나...

"이런 디자인은 곤란해서요."

공개하죠. 곤란하다는 디자인의 정체는 바로 이겁니다.

   
 
  ??!???!?  
 

생각도 못했다. 아항,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실물이 아닌 디자인품이라 문제가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어디서 구하셨어요?"

뭐요? 내가 예비군 훈련장에서 주워오기라도 했다는거야? 내가 본의아니게 반출한 거라곤 영점사격 할 때 깜빡하고 반납 안 한 바둑알(백색, A급) 뿐이라고!

"동대문시장에서 오천원 주고 샀는디요..."  

바깥에서 '사제'로 파는 물건임을 알렸다. 그러나 수속담당자는 설명한다.

"아아, 이게 악세사리긴 한데, 진짜가 아니라도 혹 다른 승객 분들이 '오해'를 하실 수도 있거든요. 해서..."

설명 중엔 이거 외에도 반입이 불가한 리스트가 나온다.

"총알, 그리고 뾰족하게 생긴 디자인의 악세사리는 다 안됩니다."

또 하나 배웠네요. 둥글게 생기지 아니하고 날카롭게 생긴 디자인의 목걸이는 전부 제지대상입니다.

시간은 없고, 헌데 물품반입은 안 된다 하고... 마음만 가빠온다. 그럼 방법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다만...

"2층으로 내려가 화물칸에 실어가시도록 수속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문제는 시간이 10여분 남짓하다는 거지.

"아아, 1시30분 비행기세요? 그럼 놓칠 수도 있으니까, 제가 해드리죠."

그는 자신에게 맡겨줄 것을 말했다. 앞에서 뭔가 뚝딱뚝딱 포장을 하더니 내게 내밀었다.

   
 
  완성, 위험물(?) 봉인 신공. 목걸이 하나에 거창한 포장이 이뤄졌다.  
 

"시간이 급하시니까, 이거 들고 가셔서 내밀면 알아서 해줄 겁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걸로 해결은 됐단 말이군. 뜻밖에 시간을 잡아먹은 관계로 급한 마음으로 냅다 질주했다. 쿵쾅쿵쾅. 이 소리는 내 뛰는 발소리인가요, 아니면 심장소리인가요.(어느 영화 대사를 떠올린 당신은 센스쟁이) 이럴 줄 알았으면 기차나 탈 걸. 비싼 비행기값 물고 이게 뭐하는 짓이래요.(저가항공이지만)

다행히도, 정말 그의 말대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었다. 탑승장 앞에서 이걸 내미니 "도착 후 가장 먼저 화물출납구에서 나올 것"이라고 알려주는데 아아, 그분들의 여신같은 미소가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어. 그렇게 나도 목걸이도 무사히 세이프.

   
 
  날개가 푸른하늘과 구름 사이를 슬라이스한다.  
 

하늘 궤도에 올라서서야 잠깐 긴박했었던 마음이 평온히 가라앉았다.

자아, 오늘의 수업을 정리해 봅시다. 첫째. 실제 총알은 물론이요, 흉내낸 모조 목걸이도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반입은 불가하다. 문제는 경험자로서 느낀 바, '엄연히 시중에 도는 물건'이란 생각이 미처 생각을 저기까지 닿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둘째. 굳이 총알이 아니더라도, 끝이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는 악세사리 역시 위험의 소지가 있는 바 기내반입은 곤란하다. 다시 한번 공항 검열의 디테일함을 깨닫는 부분. 문제는 뾰족하고 각진 악세사리가 워낙 많은 바, 상당수 분들이 제지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셋째. 그러나 화물칸으로 유입 후 찾아가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거. 시간을 좀 넉넉히 잡을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내게 이 목걸이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의 징표다

이왕 이야기 나온거, 이 목걸이에 대한 소개도 해볼까. 이 목걸이에 내가 부여한 의미는 '마지막 희망'이다. 히트가이제이의 패리스가 은빛 총알에 담았던 것과 이어지는 공감대랄까.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무기와 에너지가 소진되어도, 지치고 모든 게 절망으로 물들었어도 그 순간, 그 모든 것을 일발역전시킬 희망을 향해 쏠 수 있는 마지막 한 발이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의 징표다. 위험한 취재현장에서도 이것은 기묘한 자신감으로 날 채워줬고 일상에 치어 잠시 쉬고 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만지작거리며 위로 받는 나를 발견했다. 일종의 소울 파트너랄까. 모처럼 들어선 비행기 안에서 함께 하지 못했음에 미안할 뿐이다.

만일 '화물로도 실지 못하는 물건이니 비행기 탈 생각이면 버리라'고 했다면 난 과감히 뒤돌아섰을테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