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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물과 기름' 친노 대 반노 격돌 - 노 전대통령 소환 대검찰청 현장

'물과 기름' 친노 대 반노 격돌
노 전대통령 소환 대검찰청 현장 스케치


   
 
   
 

역시,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인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30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앞. 섞이기만 하면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대로를 마주하고 노란풍선의 친노 단체와 붉은 베레모 등의 반노 단체가 서로에 저주 섞인 욕설을 퍼부어댔다. 노 전대통령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반대편에 "친일파 새끼들이 득실거린다"고 저주했고 노 전대통령 구속을 요구하는 이들은 반대편에다 "빨갱이 새끼들이 모였다"며 경찰에 해산시키라고 닥달했다.

반노 측 노인들은 "여기가 서울대공원인줄 아느냐"며 풍선에 욕설을 퍼붓는다. "그간 빨갱이는 다 죽은줄 알고 살았다"며 "가르치는 놈들이 빨갱이", "젊은 놈들이 뭘 모른다"고 저주한다. "북한으로 가서 살라"는 말도 서슴없이 꺼냈다. 

이에 반대편에서 건너온 친노 측 여성은 "일본에나 가라"며 대꾸한다. 반노 측이 확성기로 외칠 때마다 길 건너 친노 단체에선 줄곧 "일당 얼마 받고 모였냐"며 "매국노"들이라고 욕을 쏟아낸다. 

   
 
   
 

   
 
   
 

노무현 전대통령에 응원차 나온 노란풍선부대는 카메라 앞에서 "당신과 함께 한다"는 애정어린 메시지와 "정치검찰" 등 증오어린 메시지를 교차시킨다. 반면 길 건너 보수단체에선 "구속하라", "징역 9~12년" 등 서슬퍼런 플랜카드가 오간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지지자들에 그는 여전히 '前' 자가 없는 그냥 '대통령'이고 캡틴이었다. 담장 안으로 곧잘 '사랑합니다!'를 외쳐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욕설을 퍼붓는 노인들은 그들이 달아놓은 현수막을 찢어버리고 풍선을 터뜨려버렸다.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찢는데 그냥 두느냐"며 경찰에 계속 항의했지만 이미 한장은 뜯겨나갔다. 풍선이 터져나가자 한 지지자(흰색 셔츠 남성)가 몸으로 막아서며 홀로 남아 나머지 풍선을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떨어져 버린 지지줄을 다시 수습하던 이 남자는 이후 혼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언론에 대해 이들은 서로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친노 측은 YTN, KBS, MBC 등 방송사를 비롯 각 인터넷 매체 등에 호의적으로 대하며 인터뷰에도 줄곧 응했다.

"여러분 YTN에 응원을 실어 줍시다!"

"우와!"

박수로 환대하며 취재를 환영한다. 특히 죽은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명대사 '캡틴 오 마이 캡틴' 문구를 지고 나온 초로의 지지자(위 사진 참조)는 익살스런 제스처로 무드메이커 역할을 자처한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꺼이 미소로 응했다.

반면 반노 측에선 현수막이 망가진다며 당기지 말라고 취재진을 밀어내다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다. 기자 포함해 한번에 서너명을 밀어젖히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노인도 있었다. 그러나 곧장 반발에 부딪힌다.

"어이, 당기지마! 밀지 말라니까!"

한 카메라맨이 강하게 항의한다.

"내가 언제 밀었어?"

"...반말 하지 마!"

"반말은 누가 먼저 했는데?"

한 여성도 "왜 그래요?"라며 소프라노로 맞선다.

친노 측과의 충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에 경찰도 바쁘게 움직였다. 한편에선 몸싸움을 하다 넘어진듯 반노 측 노인이 대자로 거리에 누웠다. 그러나 격하게 반응하는 반노 측과 달리 친노 측은 무고함을 주장함과 동시에 "혼자서 쇼한다"며 비아냥댔다. 한 남자는 전화기를 대더니만 앰뷸런스 대신 '벽제 화장터'를 큰소리로 수소문하는 등 면박을 줬다. 결국 서로에 울화통을 터뜨리는 사람들.

감정은 양측이 극으로 치달아 욕설이 난무한다. "나이 더럽게 처먹었다"와 "젊은 것들이 못돼 먹었다"는 육두문자가 끝없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물과 기름 같은 양 측. 정작 수습에 나선 나이 어린 의경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생이다.

반노 단체는 계속해 '노무현 구속'을 검찰에 요구했다.

 

범법자를 옹호한다며 '노사모'를 언급, "난동 세력"이라 반대편 이들에게도 비난을 꺼냈다. 연설자에 동조하는 이들에게선 "빨갱이"란 비난이 계속됐다. 그러나 친노단체 역시 "친일파"라며 대응한다. "이명박이나 잡아가라"며 현정부에 독설하는 이도 보였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도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응원의 목소리를 계속 모았다.

상반되는 반응의 연속이었다. 건너편에선 "청문회 스타가 결국은 매한가지"란 조소를 담는 반면 지지자들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여전히 노란 풍선을 흔들었다.

   
 
   
 

반노 단체는 여전히 성원을 보내는 이들에 정신이 나갔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그러나 친노 단체는 도리어 "청량리로 가라"며 똑같이 반박한다. 그들에게 노무현 전대통령은 지금도 여전히 '큰 선물'이자 고마운 사람이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노 전대통령이 검찰청에 들어선 이후에도 수시간동안 계속 이어졌다. 수사 결과여부를 떠나 끝없이 반복될 물과 기름같은 이들의 갈등은 과연 어디까지 이처럼 팽배히 이어질 것인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