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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애특강'의 신예 유리가면 5인을 만나다

'연애특강'의 신예 유리가면 5인을 만나다

 - 연극 '2009 연애특강' 임재호, 한예나, 김은아, 김윤식, 김다희 인터뷰


연극인의 열정을 다룬 걸작 '유리가면'의 명성은 이미 많은 이들에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중, 작품 속에서 밝히는 '유리가면'의 뜻까지 정확히 알고(혹은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어느 정도 될까.

기자가 기억하기로는 아오키 레이가 주인공 키타지마 마야(오유경)에게 들려준 내용이다. '연기자는 천개의 가면을 쓰고 벗지만 그것은 언제라도 몰입도와 함께, 유리와 같이 쉽게 깨어지는 비애를 짊어지고 있다'는 게 대략의 이야기.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젊은이라면, 그 '언젠가'의 불안에도 주저않고 기꺼이 유리가면을 집어들어 갖다댈 줄 아는 그 역량만으로라도 '기대주'로 주목할 법 하지 않은가. 설령 깨어지는 실패를 거듭해도 절대 포기 않는다란 전제하에서 말이다. 

만난지 불과 40여일. 본모습과는 전혀 다른 가면을 겁없이 자유자재로 쓰고 벗는 연극무대의 젊은 유리가면 5인을 만났다. 

 
 
좌측부터 한예나, 김윤식, 김은아, 임재호, 김다희. 김선정 대표가 꺼내들었다는 '도박성' 카드들.  
 
 

'연애특강'의 신예 유리가면 5인을 만나다

 - 연극 '2009 연애특강' 임재호, 한예나, 김은아, 김윤석, 김다희 인터뷰

 

22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인아소극장. 지난주 막을 연 '2009 연애특강'의 15회차 공연을 앞둔 오후, 출연진 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전원이라고는 해도 모두 합쳐 5인. 100분간의 무대를 이들이 모두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니 '소수정예의 베테랑들이려나' 했다.

그래서 놀랐다. 전부 한달반 전 오디션을 통과한 신인들이라고. 프로필을 살피니 연기 경력이 아예 전무하거나 연극무대는 첫 데뷔, 혹은 경험이 있다 해도 사실상 신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나이는 80년생에서 88년생 사이. 가장 연배가 이제 한국나이 갓 서른이니 그냥 듣기만 해도 불안하다. 실제로 김선정 극장 및 극단 대표도 "도박성으로 뽑아놓고 첫공연 당시까지도 대사 소화못할까 불안했다"고 고백하는데다, 본인들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니 말 다했다.

그래서 4시간 후 공연 관람에서의 만족감은 한층 강했다. 권오성 연출가가 오늘 공연을 두고 '무난했다'는 평점을 매긴 것에 좀 더 추가점을 준다해도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인터뷰 시의 모습과 무대 위 변신의 갭이 호감을 느끼게 했다. (관련보도 - 공연리뷰 참조)

그럼 다시 시계바늘을 4시간 전으로 돌려서. 극단이 가능성 하나만 놓고 선택한 이들 신예는 어떤 얼굴들이었는가.

 

임재호(터프남 임재호 역) - 수줍게 야수의 가면을 쓰는 남자(www.cyworld.com/moviestajk)

 
 
 
  작품 속 의상을 그대로 갖췄음에도 전혀 다르다. 그의 본래 마스크와 집어든 유리가면의 성격은 선비와 마초남의 180도 다른 것이었다.    
 

이 작품은 극중 인물 이름이 배우 본명과 일치한다. 그러나 자신 그대로를 보여 줄리는 만무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저는 80년생이고요...'로 시작하는 현실의 임재호와 '지랄하네'를 입에 거침없이 담는 작품 속 임재호는 전혀 다른 인물. 다섯명 중 가장 캐릭터 변신이 극적이었던 배우였다.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이색적이다. 해외에서의 학창시절, 골프 선수로 주니어 클래스서 활약했다. '잔재주'라며 꺼내는 연주가능 악기는 다양하다. 드럼과 기타, 여기에 피아노까지.  

원래는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다고도 밝힌다. 우연한 동기로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고 이것이 자신을 지금으로 이끌었다. 참이슬과 삼성하우젠 등 CF무대서의 경력이 그가 가진 것 중 상당수. MBC 밤이면밤마다 등에도 얼굴을 비춘 적 있다. 그러나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

자기 스스로 본인과 극중 인물의 차이가 극명함을 밝힌다. 자신은 과묵하고 진지하며 강아지 키우는 것이 취미라는 임재호 씨. 반면 극중의 자신은 속은 여리면서 겉으론 강한척 하는 과시남에 사랑을 진지하게 해 본 적 없는 남자라고. 게다가 '깨는' 모습도 서슴없이 보이는 남자라 이 부분에서 가장 애를 먹었다.

먼저 작품을 보고 인터뷰 영상을 접했다면 그것이 얼마나 다른 변신이었는지 실감할 듯. 선비와 마초남의 극을 넘나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예나(멋진선배 한예나 역) - 배역은 항상 어려운 법, 그래도 즐길 줄 안다(genie0826@yahoo.com)

연상연하 커플에서 선남같은 선배로 구애를 받는 역할을 맡게 된 한예나. 자신의 분신 '한예나'를 만드는데 있어 주안점이 무엇이었는가 물어 봤다.  

차별화된 캐릭터를 말하는 그녀 역시 작품 속과 바깥의 모습에 있어 다른 점을 말한다. "난 작품 속 나보다 한층 여성스럽다"는 것이 대답. "지금도 실은 극 중 느낌을 살리려 저음으로 말하지만 사실은 저 친구와 꼭 맞거나 하진 않다"고. 작품에선 연애 경험이 전무하면서 상처받기가 무서워 자기 감정에 흔들리는 여성을 연기한다.

한예나 씨는 미국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영어회화를 특기로 밝히는 재원이기도 하다. 현지서 4년, 그리고 한국으로 와 다시 시작했다는 그녀의 연기 경력은 총 7년. 독립영화 비롯 '나의 친애하는 라일락' 등 여러 단편영화에선 심심찮게 주연을 맡았고 '퍼즐', '미녀는괴로워' 등 장편영화에서도 간간이 얼굴을 비췄다. 이 중 연극을 시작한건 1년째로 창작극 '하녀들'과 '신방자전'(춘향 역)에 출연했다. 여기선 연극 비롯 현지경험이 가장 풍부한 편이다.   

그녀의 자기 소개를 들으면 겸손한 듯 당돌하다. "난 항상 실력이 모자란 걸 인정하지만 지금도 '겸손'이란 말은 안 하는 성격"이라고. "난 언제나 잘하고 싶기에 포기를 한 적 없고, 언제나 배역에 충실했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결과엔 만족 못하고 후회한다"며 이것이 항상 반복됐음을 고백한다.

"이제 개막 일주일인데, 하루하루가 틀려요. 마지막 공연 땐 만족하려나.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점이 좋네요."


광고, 단편 영화, 장편영화 등 두루 섭렵하며 연극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작품 속 분신을 소화하는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예나는 "배역이야 맡으면 언제나 어려운 법이지만 지금 나는 재밌게 이를 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실제 자신의 연애 경험을 묻자 "물론 있다"고.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도 상처받길 겁내는 건 마찬가지인 듯 하네요."

 

김은아(연애강사 김은아 역) - 팔색조 꿈꾸는 예비스타(www.cyworld.com/agnusdei1031)

상당히 뜬금없는, '도깨비'같은 그녀. 그 무슨 말인가 하니... 백문이 불여일견.

내가 물어본 건 딱 하나. '자기소개 좀...' 이었다. 어제 '미네르바 대담 요약'에 진땀을 흘렸다면(본인도 장황한 말솜씨를 인정했다) 이 양반은 식은땀에 젖도록 만든다. 이야긴 많은데 정리해주기 참 어렵다.

김은아 씨는 "내 이름이 첫 무대에서 딱 한번만 나오기에 관객들이 나중엔 '러브 코치'라고만 불러준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런데 곧이어 "이름보단 러브코치가 있어 보이지 않느냐"고 흡족해한다. (우짜라고)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그녀는 "보시듯 단아한 모습으로 객석과 줄곧 대화하는 강사"라 밝혔다. 아울러 "사람이 어딜가도 또박또박 말하면 재수없는데 이 강사는 재미있고 할말은 하는 호감형 캐릭터"라 평했다. 다만 "지적 이미지 속의 개그가 연기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처음엔 개그에 애먹었어요. 그러나 15회차까지 와보니 처음엔 강사를 '만들려'했던 것이 이젠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황으로 변했어요."

"...자기와 닮았다는 거예요, 안 닮았다는 거예요?"

"그게 없다곤 말 못하고 또 있다고도 좀 그렇고..."

'4차원이냐' 물었더니 "친구들은 17차원이라고 해요 깔깔깔"이라 답해왔다.

 
 
 
  뮤지컬 바리, 헨젤과 그레텔, 명랑소녀 심청 등 뮤지컬에 다수 출연했다. 타칭 '17차원의 그녀'는 이 중 가장 본연과 작품 속의 모습이 비슷한 케이스.  
 

극장의 김효진 팀장 등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그래도' 오디션 당시 만장일치로 통과된 끼 있는 신인이라고. 캐릭터파악에 영리하고 특이함을 겸비한 만능연기자라 팔색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자신이 좋아하는 김해숙 씨와 함께 모녀 연기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연애에 '강사'냐"고 묻자 "절대 아니다"라는 그녀. "연애는 사실 강론이 불가능한 부분이며 특히 자기자신의 문제라면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마찬가지 아니냐"고 소감을 밝혔다.

"그래도 이 나이(84년생)에 남들 만큼은 연애 해봤어요."

"난 이 나이껏 손도 한번 못 잡아 봤지요."

"어머, 제 손 잡아요."

난 기꺼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2009년 4월 22일은 연애특강 15회 공연이자 기자가 인생에 위대한 한발을 내딛은 날로 기록됐다.

 

김윤식(연하남 김윤식 역) -  연기도 인생도 즐기며 살고 싶다는 막내(www.cyworld.com/sik88)

 
 
 
  드라마 프라하의연인으로 연기데뷔, 이번 작품이 두번째 경험. 눈웃음에 객석 여성들이 '쏟아지고' 말았다.   
 

약관 스물둘, 학교를 휴학하고 들어온 막내, 김윤식 씨는 '행복하다'를 연발했다. 자신이 연기를 즐기고 있는 점도 행복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협업하는 것도 행복하고 며칠전엔 싸인 선물도 해주고 이 모든것에 난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즐긴다'는 말도 즐겨 쓴다. "태권도 10년에 보드도 8년동안 탔고, 다만 공부는 즐기다 말았다"고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그리고, 이번엔 연기가 즐길 대상이다. 다만, 지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연기를 시작한 건 고3때. 당시 어머니는 공부를 멀리하고 연기를 잡으려는 아들에 섭섭해 하셨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지난주 첫 공연 때 떨려서 못 보러 오겠다던 어머니는 공연 끝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연기인생에 있어 그에겐 해피엔딩의 한 막이 빨리 찾아온 셈이다.

그 역시 김은아 씨와 더불어 평소 모습과 작품 속 모습이 상당히 잘 매치되는 편이었다. 그가 말하는 극 중 김윤식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의 고3때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그가 호흡을 맞춘 상대는 누나인 한예나 씨. 그런데 나이차로 인해 호흡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88올림픽때 저는 태어났고 누나는 그 때 굴렁쇠 돌리던 아이와 동갑내기였잖아요. 연배다 보니 같이 연기할 때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했어요. 그래도 연기의 경험자로서 나를 이끌어주기에 고맙죠."

지금은 끝났지만 연애는 한 번 해봤다고 밝혔다. 여담이지만 연상에 대해선 자신도 끌리는 바가 있다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출연한 바 있는 그에게 TV와 연극 연기의 차이점을 느끼느냐고 묻자 그는 "연극은 호흡"이라 축약한다. "연극무대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이 있기에 내 실력이 느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경험에 흡족해했다.  

"앞으로 한결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겸손하고, 미움 받지 않는 편안한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김다희(애교녀 김다희 역) - 무대공포 일찌감치 졸업한 새내기 (www.cyworld.com/rlaekgml0908)


연기경력 전무, 현재 영상 및 연기학도로 주경야독 중, 왕자님 모집 중

김다희 씨는 올해 대학 신입생이다. 간호보건 쪽을 선택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 공허했다는 그녀는 영화영상과로 진로를 변경, 학업과 공연을 병행하며 강행군 중이다. 이날도 공연 준비에 시험 준비까지 겹쳐 "둘 다 할려니 죽을 것 같다"고. 그래도 현재의 공부엔 만족스러워 했다. 연기는 물론 제작 쪽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연기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 연기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피아노 콩쿨 등을 경험한 덕에 무대 공포감은 없다고 자신했다.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아 합기도를 배우다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젊었을 때 하고싶은 것을 모두 다해보고 무대에서 노는 것에 거리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유명해지진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덧붙여 가능하다면 스물다섯에 결혼도 하고 싶다고. 실제 연애경험에 대해 묻자 "소개팅은 많이 했어도 나만의 왕자님은 없었다"며 아직 사랑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린다.

"극중 다희 역시 사랑을 한번도 못해 본 친구예요. 그런데 오빠(임재호)가 절로 내 마음에 들어왔지요. 사실 남자를 전혀 모르는 아이는 아녜요."

본인과 극중의 다희는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과 성격이 맞는 캐릭터는 아니다"라며 "난 저토록 코맹맹이 소리고 애교를 부리진 않는다 "고 요약했다.  

 

 
 
  공연 후엔 의상이 상당히 달라진 이들이 다수. 캐릭터 변화와 결말을 예고한다.  

공연 후 물었더니 지금 현재 실제로 연애 전선에 선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도리어 공연을 통해 자신들도 한 수 배우고 있다고.

연애특강에 나선 이들이 실은 모두 예비군이란게 어째 사기 당한 기분이기도 한데. 허나 이 또한 현실과의 재미있는 차이를 몰입도로 극복하고 있는 점에서 유리가면의 줄타기를 보는 묘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