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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미네르바 "말솜씨는 부족한 부분 있어, 이해 바란다" - 오마이TV 대담 요약

미네르바 "말솜씨는 부족한 부분 있어, 이해 바란다"
21일 오마이TV 생중계 대담서 "미네르바란 익명의 시기는 끝났다" 등 밝혀


20일 무죄 판결로 석방된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21일 오마이TV 생중계 대담에 출연해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와의 대화로 진행된 1시간여의 생중계에서 자신의 소감과 향후 논객으로서의 계획, 현 한국경제에 대한 생각 등을 꺼낸 박 씨는 "글에 비해 말은 좀 장황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말에 "내가 구두로 대화하는 점에 있어선 연습이 덜 된 부분이 있어 그러니 이해를 바란다"고 스스로 인정해 댓글란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박 씨는 유 사회자가 석방에 대해 "축하"를 언급하자 "축하 받을 상황이 아니다. 아직 재판이(항소심) 남았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100퍼센트 무죄를 예상하진 못해 마음의 대비를 했다"는 박씨는 "최소 집행유예만 나와도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아울러 "구치소는 커녕 그간 경찰서에도 가본적 없었기에 구치소 생활은 부담이 됐다"며 "왜 내가 여기 와야 하고 왜 이런 일을 겪어야 되는가에 대한 의문에 짜증부터 났다"고 심경을 밝혔다.

1.97평 되는 좁은 독방에서 마인드 트레이닝하며 보냈다는 박 씨는 그러나 "너무 일을 크게 만든것 아닌가란 후회를 했느냐"는 질문에 "후회했다면 죄를 인정했겠지만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이번 일에 대해 후회가 없음을 알렸다. "내게 의무는 지우면서 왜 발전적인 부분은 생각치 않고 법리적 해석만 하느냐"며 검찰 및 정부에 불만을 표하기도. 그러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던 피해보상 요구 등에 대해선 의사가 없다고 알렸다. "피해보상 요구는 할 생각 없다. 요구하게 되면 무제한적으로 대상이 늘어난다. 그걸 감수하느니 차라리 않겠다"는 게 그의 이유.

미네르바 신드롬에 대해선 지난 IMF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주효했음을 지적했다. 박 씨는 "문제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먼저 97년에 대한 학습효과에 대한 반증 때문"이라며 "정부만 믿으면 된다는 설득은 힘이 떨어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반면 "글을 쓴데 대한 목적이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엔 "뭔가를 작정하고 쓴 것은 아니며 그저 돈의 강탈은 범죄지만 자산가치 하락은 범죄가 아니지 않느냐, 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다소 기묘한 뉘앙스를 남기기도.

"유명세를 탄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느냐"란 질문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익명성에 의존해 글을 쓰면서 뭔가 내게도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인정한다"며 "그간 인터넷에선 익명으로 글을 썼지만 이젠 여러모로 달라져야 겠다"는 점도 들었다.

"앞으론 '미네르바'로 글을 쓸 것이냐 '박대성'으로 쓸 것이냐"에 대한 질문엔 "이제 익명성의 단계는 끝나지 않았는가, 이제 그 부분은 이야기가 끝난 것이라 본다"며 이제 '공인'으로 세상에 나온 것을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덧붙여 "쓰고 싶은대로, 주관적으로 판단한대로 쓰는게 중요하다"며 "익명성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지금부터는 보다 언어 순화 등 부분에 대해 신경쓰겠다"고 답변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인터넷논객으로의 계획은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그는 "아고라에서 계속 글을 쓸것인지 자기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개설해 쓸 것이냐"는 질문자에게 "아직은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미네르바 특채 이야기를 꺼낸 적 있는데 아느냐"며 언론사에서 러브콜을 했던 화제를 꺼내자 "그 땐 정신없어 한참 후에야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웃었다.

경제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 관점을 보였다. 그는 "경제에 대한 시각에 있어 잠깐 시선의 흐름이 끊겼기에 말하기 좀 그렇지만 현 경제 단계는 아직 침체기를 벗어날 신호가 켜진 단계가 아니다."란 소견을 냈다. 또 "붙잡힌 후 한국경제에 대해 써 보라고 했을 땐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기적으로 단절된 상황이라 곤란하다"며 당장 경제 이야기를 꺼내기엔 어려움이 있음을 드러냈다.

"다시 자유의 몸으로 아고라 등에 글을 쓴다면 어떤 글부터 쓰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생활적 측면을 우선으로 들었다. "해외선진국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그나마 있는 한국의 복지정책, 인프라 등도 몰라 사용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실생활 부분 등을 예시로 든 것.

정치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대선 때 투표안했다는데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 씨는 내 권리 자체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부분에 대해 뒤늦게 통감한다며 그 땐 방관자적인 성격이 있었다고 답했다. 개인적 정치 성향에 대해선 "사실주의적 관점을 가진 중도적 인간이다"라고 요약했다.

"평소 글 쓸 때 도움된 책, 학자가 있느냐"는 질문은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그에 있어 많은 이가 궁금했을 부분. 그러나 그는 "여러가지라 딱히 규정하긴 어렵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폴크루먼 등의 글을 많이 보긴 했다"고. 한편 "국내에는 공감할 만한 사람이 없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교도소생활 중 TV에서 본 이외수 선생의 '마음을 비워라'라는 말에 공감했다"고 말해 생중계 댓글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편 중계 내내 댓글란에 글을 올린 네티즌시청자들 사이에선 "글솜씨에 비해 말솜씨는 너무 어눌하지 않느냐"며 또한번 '본인 맞느냐'란 의혹이 제기되기도. 이를 모니터한 듯 유창선 진행자가 "말이 장황하다는 평이 있다"는 말을 꺼내자 박 씨 본인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직 구두로 생각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선 연습이 덜 된 부분이 있으니 이해를 바란다"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