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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그 날' 촛불스타 블로거들이 농림부장관 만난 이유는?

촛불스타 블로거들이 '그 날' 농림부장관 만난 이유는?
'메이드인 블로거'의 '농어민 CF', 그리고 '소통' 현장


   
 
  농민 CF에 참여한 농민CEO들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촛불스타 블로거들, 왜 모였나

18일, 충남 금산에 블로거 12인이 모였다. 이 중 상당수의 면면이 이목을 끈다. 독설의 왕도 고재열 독설닷컴 기자, 대표적 1인 미디어의(고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블로거계의 조선일보'라고) 미디어몽구, 아프리카TV의 아마데우스 라쿤, 테터앤미디어 정운현 대표 등 촛불정국 때, 혹은 그 이후 이어지는 논란마다 이름을 떨쳐온 명실상부한 파워블로거 정예군단이다.

당일은 이들이 모인 것 자체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날짜였다. 4월 18일은 지난해 촛불정국의 공식적 서막이라 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고 딱 1년이 되는 날. 그 날 이후 이들은 각자 촛불집회 현장에서 활약했고, 또 현재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훼손건에 대한 PD수첩 체포 논란의 시국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 날 모인 그들은 현재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났다. 정황을 놓고 보자면 껄끄러울 수도 있는 자리. 헌데 이들은 어떤 연유로 조우한 것일까.

당일 아침,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고재열 독설닷컴 기자는 '내가 오늘의 원흉이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로 이 중엔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그저 '그가 농민CF라는 재미있는 이벤트거리를 준비했으니 시간 비느냐'는 말에 '오케이'한 이들도 있었다. 취재겸 참석한 기자가 그 예인데, 몽구 님의 이야기만 듣고선(본인도 자세한 정황을 몰랐다고) 두루뭉술 "아, 독설닷컴 쟁탈배 요리경연이라도 하는가보다"하고 덥석 물어버린(?) 케이스다. 해서 그날 농림수산식품부 사람들의 명함을 받아들고선 제대로 '식겁'했다. 전날 기사도 그렇거니와 내 지난 기사 보면(현재도 그렇다) 분명 '겁나게 좋아할텐데' 말이다.

요약컨대 진상은 이렇다. 지난 쇠고기 파문 당시 정운천 전 장관이 물러나고 '수습하는 시국'에서 자리를 맡게 된 장태평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희망하는 농어민들과 함께 '메이드 인 블로거'의 현장 CF를 찍는 자리를 고 기자가 주선했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실은 또다른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농어민 CF, '처절한 마음으로 모인 자리'

한국벤처농업대학 앞에서 '농어민 CF'가 진행된 것은 석양이 질 무렵이었다. 농부(어부), 농업인(어업인)에 이어 이젠 '농어민CEO'란 새 이름으로 불리는 십수명의 농민들이 블로거들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수확물 내지 생산품을 소개하고, 또 장태평 장관이 이를 하나하나 맛보는 모습을 각 블로거가 동영상으로, 또 한 컷 한 컷의 사진으로 담았다.

   
 
   
 

   
 
   
 

광고모델로 나선 장 장관은 카메라 앞에서 선보여지는 하나하나마다 맛보며 시연 장면을 연출했다. 가끔은 고춧가루 등 시식이 곤혹스런 물품이 등장하기도. 한편 이날 자리엔 고재열 기자와 친분이 있는 연기자 유가영 씨가 1일 모델로 함께 나섰다.

   
 
  '들뫼수 파프리카'의 생산자 문성근 씨.     
 

   

   
 
   
 

   
 
   
 

   

   
 
   
 
   
 
   
 
   
 
   
 
   
 
   
 
   
 
   
 

농어민CF가 종료된 후, 이들과 친분이 있던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블로거들이 이번 이벤트를 인터넷으로 담아간다는 소식에 이곳저곳에서 모인 사람들"이라며 "겉으론 웃고있고 또 정장을 갖춰 왔지만 실은 생계가 불안한 현 실정에서 각각 처절한 마음과 함께 작업복을 벗고 채비를 갖춘 것"이라 대신 하소연했다.

 

협상타결 1년, 전 장관의 PD수첩 명예훼손 논란...  블로거 간담회의 키워드는 '소통'

메인 이벤트가 끝난 뒤, 장태평 장관은 같은날 졸업 및 입학식이 있었던 한국벤처농업대학 학생들과의 심야특강일정(관련기사 http://kwon.newsboy.kr/1193)을 약간 늦추며 2시간 남짓 '블로거와의 간담회' 자리에 나섰다. 장관인 동시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사람의 블로거로서 이 날 모였던 블로거들과 '소통'을 전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

여러가지 질의가 나왔지만 역시 가장 몰입도를 높인 부분은 쇠고기파문과 촛불집회, 그리고 다시 불거진 전임자와 PD수첩 간의 고소 및 체포 현안이었다. 이 부분은 몽구 님이 '올인원'으로 질문을 던졌고 고재열 기자가 보충했다. 시간적, 상황적 정황 모두에 있어 이 점은 '예상된 것'을 넘어 불가피한 부분이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날짜를 1년째 되는 날로 잡고 이 상황을 끌어낸 것은 고재열 기자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이런 질문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으로 꺼낸 질문에 장 장관은 "하지 못할 말이 어디있겠느냐"고 흔쾌히 받았다. 그리고 이 부분만 30여분 이상이 소요됐다. (관련기사 http://kwon.newsboy.kr/1192)

조심스런 접근도 있었고 또 소신성 발언도 있었다. 그리고 블로거들에 발언대가 옮겨가자 정운현 테터앤미디어 대표는 뭔가 부족하다 싶은 점을 받아 자기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야기 진행을 보충해 갔다. 

촛불이 타오르고 책무자가 교체되는 등 정부가 수습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 곳에 들어왔다는 장 장관과의 대화에 블로거들은 일단 '소통부재'가 줄곧 지적되는 현 정부에서 장관이 직접 블로거 앞에 나서 소통을 거론하는 것에 만족한 것일까, "내겐 소중한 자리였고 앞으로도 계속 창구를 열어놓고 싶다"는 현 장관의 마지막 마무리 발언이 끝나자 기꺼이 박수로 응대해 주었다. 

장 장관은 지난 촛불집회의 평가를 해달라는 말에 "정부의 소통소홀, 인터넷 시대에 젊은이들의 변화점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정부의 과오, 정부의 반성할 부분"을 논하며 "먹거리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과 소통이 절실한 세상을 일깨운 점에 있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라 평했다. 촛불의 서막이었던 쇠고기협상타결 1년째 되는 날 이뤄진 블로거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만남은 이렇듯 '소통'의 필요성을 논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계속'이란 기약을 뒤로 하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