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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뮤지컬 위대한 쇼,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프리뷰] 뮤지컬 위대한 쇼,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뮤지컬 '위대한 쇼'가 19일부터 일산 고양아람누리에서 정식 막을 올린다. 앞서 17, 18일 양일간 프리뷰 공연이 펼쳐져 관심을 끌었다. 더블캐스트 시스템 중 성민, 김진수 콤비가 등장한 18일 프리뷰를 통해 미리 작품을 살펴봤다. (사진 촬영이 불가한 관계로 지난달 제작발표회 무대 사진을 사용)

   
 
   
 

조금 각도로 봤더니... 1. 주효 타겟층은 복고풍의 맛을 아는 사람 

사실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젊다. 출연진을 살펴보면 모두가 20~30대의 젊은이들. 수십년 관록의 베테랑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점이 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심지어 막 돼먹은 기획사 사장과 나이트클럽 업소주 조차 담당배우 얼굴을 살피면 의외다. 언뜻 보면 사장이 아니라 속된 말로 '삐끼'라 불리는 종업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젊은 것. 아직 마흔이 안 된 김진수, 성민, 김지훈 등 주역급이 고령 1순위를 다툴 정도.

그러나 작품 분위기에서 묻어나는 느낌은 옛스럽다. 연출, 음악, 진행... 너나 할 거 없이 복고풍인 것.

대중가요 작곡가 송시현 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내놓은 곡들은 '일부러 노린' 작품들. 러브 테마에선 언플러그드와 전자사운드가 융합됐던 90년대 국내가요 발라드곡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앞부분은 현대적 느낌으로 출발하다 중간부터 컨트리한 곡조로 전환되는 곡도 있다. 북쪽 배경의 곡들은 '인민의 락'이다 보니 뮤지컬과 군가와 대중가요가 버무려져 기묘하게 뭉뚱그려졌다. 적어도 2009년도 시각에서 보면 시간차가 두드러진다.

연출과 진행도 20세기의 느낌을 간직했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나비소녀'라던가, 극적 분위기를 바깥에서 겉도는 주변인물의 움직임으로 전하려 한다던지 하는 것들은 근래 보기 드문 모습들.

심지어 무대 변형시엔 '감출 것 없이 서두르는 느낌'을 그냥 뒀다. 갑작스런 라이트 오프에 '드르륵'하고 울려퍼지는 롤러 소리, 그리고 잽싸게 조명이 재개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은 "이 무대, 여러분은 지금 연극을 보시고 계십니다'하고 환기시켜주는 듯 하다. 불문율을 건드린 과감한 진행이다.     

장소팔과 럭시의 2인 무대에선 순간 어쩐지 그리운 무엇인가가 찾아온다. 80년대 한국영화에서 느꼈을 법한 향수가 스쳐지나가는 건 왜일까. '위대한 쇼' 장면에서 세팅된 조명 연출이나 배치 등도 7080 세대에 친숙할 법한 느낌 그대로.

그리고 스토리라인. 여기선 남북 간의 무거운 이해관계는 흐르지 않는다. 복고풍 멜로물의 정취가 주된 재료. 당시의 반공 분위기에선 곤란했을테지만, 만일 이 작품이 소재 그대로 80년대에 한국영화로 제작됐다면 어땠을까 싶다. 위화감이 전혀 없었을 것만 같다.

결국 젊은 층에 어필하는 듯 싶으면서도 실은 80년대를 잘 아는 30~40대 층이 더 좋아할 법한 작품이다. 혹 '어게인스트 20th'를 외치며 20~30대를 겨냥한 시도라면 이건 이거대로 결과에 주목된다.  

  

   
 
   
 

조금 다른 각도로 봤더니... 2. 현 가요계 그릇된 실상 꼬집는 풍자극

이 작품의 연출가는 요덕스토리의 정성산 감독. 정 감독은 그간 북한의 '상'을 영화 및 연극에 꾸준히 담아내 왔다. 작품 역시 요덕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발표회 당시부터 '전작(요덕스토리)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느냐'가 언론 초미의 관심이었다. 스토리도 '남녀북남'의 사랑 이야기로 북한과 대한민국을 넘나든다.

그러나 조금 다른 각도로 살피면 작품은 전혀 다른 주제를 내재한다. 폐쇄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북한 쪽은 일단 차치하고, 한국 쪽을 들여다보면 내용의 상당수가 가창력으로 성공하고픈 가수 럭시의 사정 이야기다. 자세한 스토리라인은 스포일러를 염려해 삼가고 대략적 이야기만 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정작 가수는 '가슴으로 노래하고 싶다'고 외치는데 소속사 사장은 섹시컨셉에 성인 컨텐츠를 강요하며 줄곧 방황케 만든다. 가수 본인의 사정을 알리 없는 대중은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추락'을 성토한다.  

말초적인 영상으로 주객이 전도된 음악계의 부조리함, 그리고 연예계의 말 못할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이는 마침 한 연예인의 자살 후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 중인 것들의 시류와 맞물려 한층 더 생각할 거리를 무겁게 제시한다. 

작품의 평가는 주제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색깔부터 달라질 법 하다. 확실한 것은, 어디다 초점을 잡느냐에 따라 동일한 작품임에도 다른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독특한 메리트다.  

기회가 되면 이날 공연과는 출연진이 다른 또 다른 더블캐스트 일정의 본 공연을 보고 '리뷰'를 내고자 한다. 주역이 다른 '위대한쇼' A와 B는 어떤 차이와 각자의 강점이 있는지 살펴 둘 중 하나를 고르고자 하는 이들에 선별 가이드를 제시하고 싶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