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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드라마 제목 같은 WBC의 기막힐 진행 "역시 희한한 대회야"

기막히게 진행되는 WBC 대진표, "역시 희한한 대회야"
'보고 또 보고'에 '누구세요?' 이상한 경우의 수



   
 
   
 

다음 프로야구 토론방에서 터져버린 폭소탄. 닉네임 '사쿠타로' 님의 짤막한 글(16일 '멕시코 실시간 반응')에 줄줄이 달리는 웃음들.

그런가 하면 이런 반응도 있다.

"이러다 정들게 생겼다" - 서울신문 17일자 '또 너냐? 한일야구 3차대전 관전 포인트' 기사 서두.

기사의 "또 너냐? 이러다 정들게 생겼다"에 댓글 게시판에선 "징글징글하다", "일본애들도 지겹겠다"는 반응이 터졌다. 다음유저 절대카리스마상수 님은 "이상하게 대진표를 짜 놨다"고, cla 님은 "다른 나라하고 좀 해보자"고 불평했다.

'혹시나' 한대로, '우려하던대로'(?) 일이 벌어졌다. 1회 대회 때가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형적 대진운으로 비난에 올랐다면 이번엔 드라마 제목을 연상케하는 진행과 경우의 수가 한바탕 말썽이다.

 

보고 또 보고... 3년만에 재연된 '한일 클래식' 5번 만날 가능성도 있다.

'보고 또 보고'. 과거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 딱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바라보는 네티즌 사이에서 '한일 클래식'이란 웃지못할 유행어가 번졌다. 지난 대회에서도 '삼세판'이 됐던 한일전이, 이번에도 성사(?)된 것에 나온 말.

18일, 한국과 일본은 운명의 2라운드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미 조별예선에서 두번을 맞붙었던 양팀의 세번째 대결이다. 그러나 내일 승자가 어떻게 갈리더라도 두 팀은 또 만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패자가 쿠바와의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하면 두 팀은 또 다시 2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4번째 승부를 펼치는 것.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이게 마지막 승부니 후회없이 싸우자'란 기약은 할 수 없다. 어차피 순위결정전에 오르게 되면 양 팀 모두 결승 토너먼트 진출, 두 팀 모두 준결승을 통과할 경우 결승에서 또다시 5번째로 만날 수 있다. 그나마 같은 조의 진출 팀끼리 준결승서 곧장 만나던 1회 대회 토너먼트에 비하면 양반이랄까.(당시 한국과 일본은 예선과 2라운드에 이어 결승토너먼트에서도 준결승서 곧바로 만나 논란이 일었다)

1라운드서부터 결승까지 오르는 팀이 치루는 전체 경기 수는 최소 8번, 최대 10번이다.(1,2라운드에서 패자부활전을 치르느냐에 따라 1경기씩 차이가 있다) 이 중 5경기를 똑같은 팀하고만 치루는 시나리오가 '네버엔딩 한일전'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 한국이 내일 일본에 승리하고, 결승까지 올라 일본을 다시 만난다면 9경기 중 5경기를, 패배한 후 한경기 더 치뤄 10경기째 결승서 만나도 대회 중 절반을 일본하고만 치루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진다.

반면 일본 입장에서 봤을 때 내일 한국을 이기고 결승서 한국을 다시 만날시엔? 이건 더욱 가관이다. 일본은 대회 통틀어 딱 8경기만 치룬게 되는데 이 중 5경기를 한국하고만 싸운게 된다. 한국을 제외하고 만난 팀이라곤 딱 한번씩 싸운 중국, 쿠바, 아직 모를 준결승 상대 이상 3팀이 전부. 기형적 토너먼트란 것에 이견을 달 수가 없을 노릇이다.

월드컵 축구 등 종별을 막론하고 세계 토너먼트 대회를 통틀어 살펴도 찾기가 드물 상황이다. 패배부활전이 겨듭되는 더블일레미네이션이란 독특한 시스템, 그리고 1라운드의 같은 조 파트너가 2라운드에서도 같은 조에 나란히 배속되는 점 등이 이같은 기형적 대진표를 만들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한번도 못 겨루는 팀들도 부지기수 

한 편에선 작년 종영했던 '누구세요?'란 드라마 제목이 딱인 상황도 진행 중이다. 

세계 대회라는 타이틀에 있어 이 부분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지난 1라운드 아시아예선에서 대만은 중국에 일격을 당해 일본과는 통인사도 못하고 짐을 쌌다. 일전을 대비해 칼만 갈다 그냥 돌아간 것.

2라운드에선 멕시코가 일본과는 붙어보지도 못한 채 보따리를 쌌다. 시스템 상 같은 조의 4팀 중 두 팀은 인연이 전혀 닿질 않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한국과 쿠바의 인연도 제로가 될 수 있다. 내일 한일전서 한국이 승리해 일본이 5차전으로 내려가고, 이 패자부활전서 쿠바를 눌러 기사회생하게되면 한국과 쿠바와의 예상됐던 결전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는다. 만일 1차패배자끼리 만났던 오늘 3차전서 멕시코가 쿠바를 눌렀다면 일찌감치 이 시나리오가 성사될 뻔도 했다. 같은조에 편성됐음에도 만나는 팀은 예선서부터 계속 만나고 못 만나는 팀은 당최 얼굴도 못 보는 기막힌 경우의 수다. 

이처럼 같은 팀을 여러번 외나무 다리서 상대하는 것은 결과가 나와도 깨끗이 승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난 대회서 한국이 일본에 2차례 연거푸 이겼음에도 불구, 준결승서 다시 만나 패배하자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3번씩 만났는데 연승이 쉬운 일이냐'는 국내팬들의 원성이 주최측을 향한 것도 이 때문. 당시 일본의 우승을 바라보며 '죽쒀서 개줬다'는 말까지 나돌았던 터,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 중인 이번 대회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