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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오늘도 치욕적인 날이지말입니다?

[오아시스] 이치로, 오늘도 치욕적인 날이지말입니다?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이치로까지 연결되면 안돼요."

그런가요? 난 솔직히 마지막에 연결 한 번 됐으면 했건만. 

 

52. 이치로, 오늘도 치욕적인 날이지말입니다?

 

투아웃 상황서 9번타자. 대기 중인 이치로를 보며 허구연 해설자와 캐스터가 "이치로까지 연결되면 안돼요",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라 입을 모을 때, 난 "왜요? 한번 막판에 상대해보죠"하며 여유를 부렸다. 3점차 리드에 임창용과 탄탄한 수비를 믿었기 때문일까.

3년 전 한국의 주적이 됐던 이치로. 275에 입치료에... 참 말도 많았다. '30년' 발언이 즉효약(?)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진위는 그게 아니다"는 논란이 새롭게 제기되긴 하던데, 그걸 제하더라도 밉상인게 무엇 때문인가 기억을 환기했더니 아하! 이거다.

3년전 아시아예선서 한국에 패했을 때 이치로는 "치욕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선 2라운드에서 또다시 패배하자 그는 "'정말' 치욕적인 날"로 발언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다른 건 몰라도 영상인터뷰서 "치욕적인 날"이라고 밝혔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렷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 이 사실을 확인시켜줬으니 뭐 별수 있나.

한국에 지면 치욕이라니, 한참 얕잡아봤다는 거 아닌가. 한국 사람들, 알고보면 30년 발언보다 여기서 욱 한게 더 많았을 것이다. 친구, 한국 이기는게 당연한줄로 알았어?

올림픽은 건너뛰고(이 때도 이치로 없어 아쉽다는 말이 많았다), 2회대회서 주장이 되어 다시 참가한 이치로. 3년이 지났는데도 경기가 끝나면 그의 입에 먼저 시선이 갔다.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라며 은근히 기대를 모으는 걸 보니 이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한국 입장에선 충격이었던 1차전의 콜드게임패.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일본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난 이치로였고 해서 그를 제대로 눌러주길 바랬던 국내 팬들은 상당히 낙심했다. 일본의 대서특필 신문을 들고서 '건방지다'고 화를 내던 허구연 해설자 역시 이치로가 화면에 잡히면 그 때마다 꼭 한번씩 언급. 또 허 해설자의 밥이 되게 생겼다.(--;)

'의사 봉중근'이 뜨면서 2차전에선 3땅볼로 묶였다.(막판에 1안타로 체면치레는 했다) 팀은 완봉패. 그의 낙심한 얼굴. 엘지의 티셔츠 한정판매가 '이치로 히로부미'를 놓고 "상대팀 선수에 너무했다"는 비난에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시시비비를 떠나 확실한건 그만큼 이치로에 대한 국내 반감이 컸다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아직 1승1패다'며 성에 차지 않은 한국팬들, 은근히 오늘 경기를 기다렸고, 한국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기에 실린 경중도, 1승1패 전적에 한발 더 딛는 순차에서도 무게감이 한층 달랐던 '준결승진출 1호팀 선별전'이었다. 4대1. 이만 하면 30년 빨랐던 일본에겐 충분히 입맛 쓴 결과겠지. 메이저가 주목하는 다르빗슈를 비롯 일본이 자랑하는 6명의 투수가 나왔어도 고의사구에 밀어내기 포볼로 점수 헌납, 게다가 타력은 1점으로 묶였지.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대결을 이치로로 매듭짓고 싶었는지 모른다. 연패에 "더는 할말 없다!"가 나올지, 혹 "진짜진짜 치욕적이다"란 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쪽도 저쪽도 그럼 더 군말 없이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스포츠만화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있지. 처음엔 콧대가 에베레스트 정상서 얼어붙던 강자가 두세번 연거푸 싸운 후엔 얕봤던 주인공에게 다가가 손 내미는 장면.

일본이 쿠바를 꺾으면 다시 한두번 더 만날 수도 있다. 이치로에게 이 같은 변화를 볼 수 있을지 한번 기대해볼까. "오늘도 치욕적이었다"란 말만 안 나온다면 기대해볼법도 한데 말야.

아 깜박했다. 마운드에 태극기가 꽂히고 외신 카메라맨이 달려와 찍는 장면... 이만하면 충분히 감동의 신작 '영광의 한국 마운드 - The Movie'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