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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흑신' 박성우, "내 종착역은 한국이다" (하)

[인터뷰]"일본은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 종착역은 한국이다"(하) 
한미일 3개국 동시 방영 화제작 '흑신'의 원작자 박성우 화백 

 [인터뷰]"일본은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 종착역은 한국이다"(하) 
-한미일 3개국 동시 방영 화제작 '흑신'의 원작자 박성우 화백

     
 


     
  
박성우에 있어 애니메이션판 흑신이란?

인터뷰 2시간 경과. 그러나 아직도 잔여 질문이 여럿. 늦은 밤의 인터뷰가 계속된다.

"네티즌 질문 중에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 "박성우에게 흑신 애니판이란?" - 루리웹 유저 마일드일곱 님

 

"회가 거듭될때마다 계속 체크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과정, 매번 회의 내용 등을 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애니판의 캐릭터는 또 제가 따로 그려서 저 쪽에 보내고 있고요. 케이타와 쿠로 등 원판 캐릭터는 물론 야쿠모나 리오나 등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제가 그린 겁니다. 코바야시(츠네오) 감독과도 긴밀히 연락 중입니다."

"애니메이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계시군요."

"어떤 분들은 원판과 애니메이션에서 스토리의 갭을 두고 진행하는 것에 우려하시는데요. 전 이거 괜찮다고 봐요. 오리지널리티를 고수하면서도 또 원판의 것을 잘 살리는 고바야시 감독의 능력을 믿고 있기도 하고요.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을 전 솔직히 재미없게 봤어요. 너무 원판 만화와 똑같이 그려내니까 도리어 반갑질 않더라고요.. 완전히 같을 거면 굳이 또 한번 만들어 보여줄 필요 있을까, 원판 분위기를 살리면서 조금은 다르게 나가는게 좋다 싶은게 제 생각이죠. 흑신은 그래서 '더 애니메이션'이란 부제를 달고 있어요. 원판과는 독자적 노선이 있음을 알린 겁니다."

"현 시점에서 10화까지 방영됐죠."

"일단은 24화 예정인데, 13화부터는 애니메이션의 독자적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주제는 분명 원작과 같아요.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박성우가 말하는 흑신 원판과 애니메이션의 차이

"글쎄 뭘까요... 우선은 어디에 강조 악센트가 달렸느냐는 거."

박 화백은 "원판은 액션에 치중한 반면 애니메이션은 드라마를 강조 중"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내용은 고연령, 액션은 저연령에 어필하고 있죠. 네티즌 팬들 중 '우오오옷 쿠로!'(루리웹 유저 우에다 카나, 마일드일곱, 아이엠유얼파더 님 등)를 외치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는데(웃음) 아마 이 때문이지 싶네요."

"또 다른게 있다면?"

"스토리의 무게를 어디다 뒀느냐가 있습니다. 원판은 쿠로의 이야기를 중앙에 배치했거든요?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케이타의 성장기를 드라마 중심에 위치시켰어요."

"케이타가 원판에 비해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어른스럽더군요."

"저도 애니메이션에서의 저 성격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고바야시 감독을 나는 좋아한다

"고바야시 감독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 분이 작품을 오리지널까지 섞어서 아주 드라마틱하게 잘 만들어요. 그런데 똑같이 안만들면서도 원판을 또 잘 살리거든요."

"이 양반 작품이라면?"

"십이국기, 미도리의 나날, 엠마... 모두 참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만."

"십이국기에서 처음 오리지널을 도입했을땐 원작 소설 팬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결과물이 워낙 좋으니 나중엔 만족들 하더라고요. 미도리의 나날은 정말 드라마를 잘 살렸어요. 해서 처음 이 분이 감독에 선정됐을 때 기뻤죠."
  
 

    
 
박성우는 맨발 페티시즘? ...어 정말?

"왜 여자캐릭이 주로 맨발인가연" - 디시인사이드 만화갤러리 마러 님

"발페티시 있다는게 트루릴리전인가요" - 디시인사이드 스탠필드 님

 

"네티즌 질문 중 짖궂은 질문이 세개 있었어요. 하나가 이해불명의 '우오오옷 쿠로!'고,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천량열전 때부터 쿠로까지 이어지는 여주인공의 맨발이죠."

"아무래도 그 이야기 최근 어느 작가분한테 들었습니다. '너 아무래도 좀 발 페티시즘인 거 같애'라고요. 실은 진짜로 좋아해요."

"에에?"

"첫번째 이유가, 미끈한 다리의 아름다움을 살리고자 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이유는 이거죠."

그가 밝히는 맨발 캐릭터의 역사는 사실 오래됐다.

"제가 어릴 적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힘들었던게 신발 그리는 거였어요. 어렵더군요. 해서 맨발 캐릭터를 그때부터 그렸는데 이게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이뤄졌네요."

"요즘도 어려우신 건 아니죠?"

"물론 아닌데, 그 때의 습관이 이어졌다고 봐야죠. 그리고 맨발을 그리는게 확실히 좋긴 하고요."

박성우 화백은 발페티시까진 아니고, 맨발을 그리는걸 좋아할 뿐이었다.

 8용신전설 플러스 부활은?

"8용신전설 플러스는 언제쯤 다시 나올런지" -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 snapple 님

 

"솔직히 어렵습니다. 원고 3권분량이 분실됐어요. (연재중 출판사가 부도처리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됐다) 다시 그려야 되는데 이것도 일이죠. 게다가 그 때 그림체로 다시 그려야 한다는 것도 우습고요."

"그림체가 지금은 많이 달라지셨군요."(디시인사이드 만화갤러리 고향의맛, PMA 님 등이 그림체변화에 대해 질문. 대화 도중 절로 나온 이유는 세월에 따른 변화였다.)

"네. 그림체도 달라졌죠. 게다가 다시 연재재개하려면 출판을 제 돈으로 투자해야하는데... 한 10만부씩 나가면 모를까, 현재 제 사정으로는 시도하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넷 반응 보면 기다리는 분이 많긴 한데, 이것이 그대로 판매반응으로 나올지도 미지수고요."

임달영 작가와의 수년

"짖궂은 네티즌 질문 중 마지막은 이거예요. 임달영 작가와의 팀에서 곤란했던 점 없느냐는..."

"그런 거 없습니다.(단호히) 벌써 인연 맺은지가 7년 전인가 그래요. 이번 흑신의 경우는 스퀘어에닉스 쪽에서 연락이 왔을 때 마침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없는 터라 제가 먼저 '스토리작가 한명 더 승선시키겠다'고 나섰던 거고요. 처음 공동작업 했을 때 임달영 씨가 가진 것 중 '저건 나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가졌으니까요. 다만 제가 가진 성향과는 좀 안 맞는다, 뭐 그런 점은 있죠." 

그림만 그리면 작가 아냐... 나도 스토리에 참여한다

"글 임달영, 그림 박성우... 그렇다고 제가 콘티 주는대로 그림만 주구장창 그리는 사람은 아녜요."

그림 뿐 아니라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대답은 '물론'이었다.

"전 그림만 그리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일 주는대로 그림만 그리면 그건 또 어떤 의미로 위대한 거죠. 글에 '기린이 100마리가 나온다'고 해서 100마리 다 그려내면 그야말로 만화의 신이지 뭡니까.(웃음) 주로 액션 쪽에선 제가 많이 참견을 합니다."

"스토리 맥락에서 중요한 부분을 바꿔놓으신 부분을 소개해주신다면?"

"으음, 이게 엔딩과 연관되는 부분이라서요. 해서 이부분은 말씀 못 드리겠네요."

"중요한 부분은 맞는거죠?"

"그렇습니다. 중요합니다."

향후 다른 작품의 애니메이션 계획은?

- "흑신 외에 작품 애니화 계획은요?"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 Zain 님

 

"국내, 해외 할 거 없이 지금으로선 받은 제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렸듯 한국에서 제의가 온다면 틀림없이 고려할 겁니다."

흑신, 만화책으로 해외에서 더 잘 되니 씁쓸하다

"아까 애니메이션 방영에 발맞춰 원판 판매부수가 급증했다고 하셨는데요, 어디 현황이 제일 좋은가요?"

"솔직히 한국이 제일 반응이 안 나와요. 씁쓸하네요. 확실히 개혁기의 한국만화계입니다."

그는 해외에 출간 중인 흑신을 여럿 꺼내보였다. 덧붙여 애니메이션은 한, 미, 일 3개국 방영이지만 한발 앞서 원판 흑신은 이 밖에도 프랑스 등 유럽으로까지 진출, 공략 국가수가 더 많다.

 

      
  위의 것이 일본판, 앞의 왼편이 불어판, 오른편이 영문판이다.   

 
그는 "해외에서 더 잘 되니 그 자체의 기쁨에 앞서 섭섭하기부터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경태와 검둥이' 아닌 '케이타와 쿠로'로 히트한 것에 대한 본인의 아쉬움

"이건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물론 한국인의 작품이 이처럼 본고장서 인기를 얻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인과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 것에 아쉬워 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있습니다. 케이타가 아닌, '철수'의 이야기라면 어땠을까 하는건데요. 이 좋은 아이템을 한국이 아닌 일본을 배경으로 만들어낸 사정, 원작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내가 가장 아쉬웠죠. 처음엔 저도 거절했습니다. 분명 '일본을 배경으로 그린다'는 것에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올 것도 짐작했고요. 그러다 몇달 뒤엔 결국 설득당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박성우가 일본에서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그린다고 할텐데, 천만에요."

그는 흑신 중 쿠로와 아카네가 일본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그리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일본 애들은 어떤 걸 마트에서 살까, 또 거긴 어떤 풍경일까. 한국과는 뭐가 다를까... 한국 시장이라면야 금방 그려내죠. 일본 현황 수집하려니 한참 걸렸습니다. 일본 쪽 배경으로 하자니 그리는 작업 자체는 훨씬 더 어렵습니다."

아울러 그는 '경태와 검둥이' 이야기를 꺼냈다.

"케이타의 한국식 이름은 경태죠. 쿠로는 개 이름에서나 주로 쓰인다던데, 한국식으로 하면 '검둥이'가 되고.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경태와 검둥이의 이야기가 됐을려나요. 이를 돌이켜보자니, 결국은 한국 출판물시장이 또 한번 아쉽습니다."

그래도 해외시장서 '한국 작품' 강조되는 거 보면 기뻐

그렇지만 자신의 작품이 해외시장서 인기를 끌며 한국 작품임이 알려지는 걸 보면 기쁜 모양이다. 그는 해외판 흑신의 뒷 커버를 보여줬다.      

  
     
"'코리아'가 크게 부각됐더라고요. 보람 있는 거죠."

애니메이션 흑신에 만족, 한국과 일본판 모두 보고 있다

박성우 화백에게 한국판 애니메이션도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판은 미처 못 구했지만 한국과 일본판은 다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시디를 보내오고요, 한국에선 인터넷을 통해 파일로 제공하더군요. 둘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품의 질에 만족하고요."

양국의 성우 더빙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이 역시 양 쪽 다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두 곳 다 캐릭터 느낌을 잘 살려서 만족스럽습니다. 한국 녹음실 쪽 이야기를 들었는데, 분위기도 좋더군요. 저는 몰랐는데 다른 수입작들은 한번에 세편씩도 녹음을 한다고요. 그러나 이번 작품은 일주일에 한편씩만 녹음을 하니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어 좋다며 성우분들이 만족한다고 전해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방영이다보니 일본 쪽에 끌려다닐 거 없이 본인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점도 흡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세계최초 한미일 3개국 동시방영, 국내최초 한국원작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의 감회

"최초 타이틀에 대한 소감은요?"

"의외로 덤덤한 거 있죠.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박성우의 향후 계획, 한국 시장의 새 개척로를 찾는다

길었던 인터뷰도 마무리할 때가 왔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까 말했지요. 뼈를 묻을 곳은 한국이라고. 지금 저는 한국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라 한국시장의 새로운 개척로를 연구하는 중입니다. 출판 쪽이 어렵다면 웹툰이나,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새 시장을 찾아내야 겠지요. 기존 출판시장이 흔들려도 한국 만화는 계속 살아있을 거니까요. 좀 더 기다려 주시면 회답을 드릴 겁니다. 그간 국내 팬들이 정상적으로 (만화책, 잡지 등) 팔아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지금의 제 여정, 잠시 머물고 있는 일본 시장을 떠나게되면 종착역은 '다시' 한국입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