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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흑신' 박성우 "내 종착역은 한국이다" (중)

[인터뷰]"일본은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 종착역은 한국이다"(중) 
한미일 3개국 동시 방영 화제작 '흑신'의 원작자 박성우 화백 

 
 [인터뷰] "일본은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 종착역은 한국이다" (중)

- 한미일 3개국 동시 방영 화제작 '흑신'의 원작자 박성우 화백
     
 

 


일본은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 종착역은 한국이다

- "앞으로 국내에서 다시 활동하실 생각이 없는건지 궁금하네요"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 알터 님

 

"아까도 말씀하셨는데, 한국에 안 계신걸로 아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게요. 뭐, 그래도 어쨌건 지금 일본 진출작에 전념하는 건 사실이니까..."

박 화백은 "지난해 6월부터 일본에 전념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난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고 있다"를 다시 재언급했다.

"아까 '매국노'이야기 하면서... 물론 이런 이야기하는 건 몇몇 어린 친구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일본 쪽 일만 전념한 건 정말 1년도 안 됐어요. 그런데 완전히 일본에서 눌러사는 것처럼 소문이 나오는 게 참 당혹스럽더라고요. 그럼 지난 수년동안 한국 작품으로 활동할 때는 왜 관심도 갖지 않았는지 도리어 묻고 싶을 정도예요."

그는 "내가 결국 돌아올 곳은 여기다"라고 강조한다.

"일본은 제 여정에서 잠깐 스쳐가는 플랫폼이죠. 결국 종착역은 한국입니다. 박성우는 한국에서 뼈를 묻을 한국 만화가입니다."

흑신을 통한 일본 진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란 생각으로 집필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일본 진출에 대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선수"란 비유로 설명했다.

"왜 야구선수라면 한번쯤, 메이저리그를 꿈꾸잖아요? 지금의 일본 진출도 같은 거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애니박스 인터뷰에서도 그런 말씀 하시더라고요."(현재 애니박스에선 틈틈이 박 화백과 임달영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다)

"네. 하지만 결국 그것도 한 때죠. 선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마무리하잖아요. 아! 그렇다고 제가 만화가생활 마무리할때 되서야 온다는 건 아니고."(웃음)

그는 "스퀘어에닉스 쪽에서 먼저 제의가 왔기에 흑신의 일본 연재가 성사됐던 것"이라며 일본진출이 본인의 자의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렸다.

"그리고 말이죠, 저 쪽에서 제의가 왔는데, 안 할 이유는 또 없잖아요. 국내든 국외든 일거리가 왔는데 만화가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한국 실정에 떠밀려 일본 갔다? 그것도 아닙니다

"한국 만화팬들에 솔직한 심정을 토로해 줬으면" - 슈퍼로봇대전 지휘통제실 즈마 님

 

"그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한국 만화팬들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거 아니냐는..."

"그건 아닙니다."

박성우 화백은 "일본에 간 건 앞서 밝힌 것을 비롯해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라며 떠밀렸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건 있죠. 분명히 여건이 갈 수록 어려워진다는 거. 만화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거. 그건 맞아요. 대여점, 불법다운. 책을 안 팔아주니까... 하지만 어쨌거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 외 일본 진출에 말 못했던 이야기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계속 있기 곤란한 점이 여럿 있긴 했습니다. 연재할 지면이 부족해지면서 제가 여기 자리잡으면 신인들의 자리가 두, 세개씩 사라지더라고요. 이건 이거대로 못할 짓이죠."

한편 고료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사실 제가 한국선 그래도 고료가 좀 셉니다. 그리고 배팅을 안 해요. 돈 적어서 못하겠다는 말은 안 합니다. 그런데 이게 후배들에 있어 또 폐가 된다네요. 출판사 쪽이 '박성우도 저거밖에 안 받는데 너희가 얼마나 받겠다는 거냐'고 나서니까, 어느 선을 요구해야 한다는거죠. 이래저래 불편했어요. 그런데 일본에선 제가 막내입니다. 맘이 편하죠."

대우 등도 일본 쪽이 좋은 건 사실이라고.

"한국에서 그림 그리면, 달마다 120페이지 정도 그려내야 화실 운영이 가능했거든요. '노가다' 수준이었어요. 헌데 일본에 보낼 원고만 전념하는 지금은 80페이지 정도만 잡아내도 예전만큼의 수입이 가능합니다. 매력적인건 사실이죠. 또 한국에선 어음 결제다 보니 서너달이 걸려서 돈이 들어오는데 일본은 곧바로 결제되니 이게 또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한국 만화는 지금 태풍전야와도 같은 격동기

한국만화의 현실에 대해 그는 "과거 축이었던 잡지 지면 연재와 출판이 무너지고 있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지금 국내 잡지라고 하면 월간 2개 비롯해 5개가 전부예요. 아아, 저와 무관한 순정 쪽은 일단 빼고요. 여기다 일본 작품도 한 자리 차지하죠. 이러다 보니 국내 잡지 지면이 소화할 한국 작품은 50개 정도가 전부입니다. 단행본도 당연히 어려워졌죠. 제 데뷔작 8용신전설이 당시 6만부 정도 팔리면서 '그럭저럭 잘 했네' 소리 들었거든요? 초판만 말하는겁니다. 당시엔 히트작의 기본 단위가 10만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길 들어보니 잘 나가는 작품이 2~3만부 정도라는군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수입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팬들은 요새 작품들이 연재가 너무 느리다고 불평하는데, 잡지 사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 안하죠. 잡지가 몇개월씩 휴간되는 상황이니 당연한겁니다."

그는 "일본 쪽도 하락세라지만 한일 양국 실정을 구멍난 배로 비유하자면 저들은 타이타닉이고 우린 돛단배라 체감 시간차가 크다"고 밝혔다.  

"흔히 매니아들, '오덕'이라 부르죠? 전 이들에 부정적으로 생각치 않아요. 왜냐면 저들은 소비해 주니까. 일본 쪽은 저들을 위해 제품이 고급스러워 지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 친구들이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제품은 잘 나와주지도 않고, 책 값만 오르죠."

팬들이 정상적으로 팔아줘야 한국만화의 숨통 트인다

박 화백은 만화책 소비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요새 만화책 단행본이 4200원? 물가지수 생각하더라도 분명 많이 올랐어요. 하지만 그래도 만화 역시 책값인데..."

"지금 잘 몰라서 그렇지 태풍전야와도 같은 격동기"라 밝히는 박성우 화백. "하향세의 격동기라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한국 만화의 르네상스는 90년대 초반. 상향세의 격동기였죠. 전 운 좋게 그때 데뷔했고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책대여점 나오면서 줄었죠. 아이엠에프의 희생양이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선 불법 스캔 나왔죠. 2연타. 팍 줄면서 이렇게 된겁니다. 이젠 하향세의 격동기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찬스, 한국 만화의 기회이기도 한 중요시점이다

"하지만 한국 만화가 이대로 사라질 거라곤 생각 안해요. 격동기란 말 그대로 '변혁기', 새로운 시스템을 찾는 시기인거죠."

박 화백은 지금의 위기를 어쩜 다른 나라보다 한발 빨리 찾아온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시야를 내보였다.

"어느 작가가 그런 말을 해요. 세상에서 종이는 사라질지언정 만화는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저 그 말 좋아합니다. 잡지, 출판 시스템은 수명을 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만화가 이대로 멈춘다곤 생각 안 해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해 나가고 갈아타는 시기란 거죠. 대체할 모델의 예가 바로 웹툰이고요. 사실 웹툰의 노하우는 한국이 세계 최강입니다. 스크롤을 이용한 시간차 감동은 정말 대단한 기법입니다."

나 역시 한국 만화의 새 돌파구를 찾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든 변모해서 살아날 거라 믿어요.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변모하며 기선을 잡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웹툰이 100만클릭에도 정작 돈은 그만큼 되지 않는게 현실이라 안타깝긴 합니다. 웹툰 말고도 다른 뭔가를 찾아야 겠죠. 그리고 저도 이걸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서의 활동 재개 여쭤보셨죠? 지금 그걸 위해서 새로운 뭔가를 찾고 있어요."

만화의 생명력, 대중을 아우르는 진정한 예술의 매력이다

위기를 말하면서도 만화의 생명은 영원할 것을 말하는 그의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그는 만화가 진정한 예술의 덕목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제가 대학시절 회화를 공부하면서 비로소 피카소 작품의 위대함을 알았습니다. 갤러리에 전시되면 안목 있는 사람은 다 감동받죠. 그러나 갤러리가 빠진 후 청소하러 들어온 아주머니가 이를 보면서 '그냥 낙서조각이구만 뭘...' 하는 시추에이션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누구인가를 막론하고 이해를 못하면 그렇죠. 그런데 진정한 예술은 아는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다 느껴야 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만화는 가능해요. 그림 보면서 글만 읽을 줄 알면 되잖아요. 정말 접근하기 쉽고, 대중적인 예술입니다."

팬레터 언제쯤 다시 받아볼까요

한편, 그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팬레터의 부재다.

"7년간 한 통도 못 받은 것 같네요. 이메일은 제외합니다. 전자편지와 우편은 분명 다르니까요. 다른 작가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라네요."

"옛날에 받으실 땐 어느 정도?"

"달마다 100통씩도 받아봤어요. 답장이 불가능했죠. 지금은 오면 꼭 해 줄텐데.(웃음) 그런데 뜻밖에도 일본에선 가끔씩 오더라고요."

만화판 흑신 100만권 판매 돌파,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고공상승

간만에 다시 흑신 이야기롤 돌아왔다. 현재 애니메이션 방영과 더불어 반동 효과가 어떤지 물었더니 역시나, 일본 쪽에서 반응이 두드러진다.

"9권기준으로, 100만권 돌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00만돌파는 처음이라서, 뜻깊죠. 애니메이션 나오면서 3배 가량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 자체로 수입이 크게 들어오거나 하진 않는다고.

"누가 '박성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도 나오고 돈 많이 벌었겠네'라 하던데 책이나 팔아 주고 그런 말 하는지.(웃음) 애니메이션 자체만의 소득이라면 저작료로 총제작비의 1%가량을 받는게 전부입니다. 사실 얼마 안돼요. 다만, 홍보효과로 원판 판매에 도움을 주는 건 크죠."

(계속)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