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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명인에게 받은선물] 박성우 만화가의 '흑신' 희귀아이템

[명인에게 받은 선물] 1. 박성우 화백의 친필사인 희귀우편엽서 
4년만에 이뤄진 꿈, 레어아이템  

 

  
앞면을 장식한 드림 매치. 왼편은 스모모모모모모의 '스모모'.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인기작이다. 오른편이 흑신의 '쿠로'. 박 화백의 대표 캐릭터로 남게 됐다.  
 
 

"야 이거 고이 간직해야 겠는데? 몇년 뒤 희귀 아이템으로 프리미엄 엄청 붙을지 모르잖아."

"글게."

꿈만 먹고 살아도 배가 부른 두 남자놈들의 대화. 그게 2005년 여름이었구나.

고교 동창생이 하나 있다. 꿈 하나만 쫓아 천리 한양으로, 또 옆의 일산으로 상경한 것이 꼭 닮은 꼴이다. 학창시절에도 만화를 노트에 꼬박꼬박 그려넣던 친구는 국내 최정상 젊은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어시스턴트로 한 발 앞서 출발한 녀석이 마냥 부럽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하고 서울로 스며든 나(그땐 기자도 뭣도 아닌 낭인이었다)는 그의 직장에 처음으로 놀러갔었다.

"그거 아냐? 이번에 연재 하나 새로 시작했거든. 이제 2권 나온다. 이거."

"오, 멋진데."

"일본 진출작이다. 요새 눈코 뜰새없이 바빠."

나는 일본 진출작이란 말에 "일본 제작사 눈에 띄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고 했고 녀석은 "글쎄"라고 웃었다. 녀석은 떠나기 전 우편 엽서 하나를 선물로 건넸고 나는 말로만 듣던 만화가 선생님께 여기다 사인을 부탁했다. 프리미엄 레어아이템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야, 몇년 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그 때 나도 도와줄게. 그 때까지 꼭..."

"그래라."

그 만화가는 90년대초 '힙합' 김수용, '어쩐지...' 이명진 등과 함께 차세대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박성우 화백이었고 그 작품 이름은 '흑신'이었다.

     
 


  뒷면에 받은 친필사인. 내가 명인에게 얻은 최초 아이템이기도 하다.  
 


4년이 지난 오늘날, 애니메이션의 꿈은 정말로 이뤄졌다. 세계최초 '한미일 3개국 동시 방영 프로젝트'란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현실이 된 것. 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이 쪽이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도와 줄 순 있겠지 하며 다시 찾아간 것이 어제.

중고참 어시스턴트가 된 녀석 덕에 박성우 화백과의 인터뷰가 성사됐다. 선생님을 기다리며 녀석과 이야길 나누다 그 때 엽서 이야기가 나왔다.

"갖고 오진 않았는데 기억하냐? 그... 스모모하고 쿠로하고 대결하는..."

"야, 그거 이제 나름 레어아이템이다. 잘 간직해라."

늦은 밤까지 이뤄졌던, 조금은 길어질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 전. 저 아이템을 들고서 잠깐 센티멘털해지는 여유. 개인적으로는 최초로 받은 명인의 선물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만. 인터뷰 기사를 작성해 보실까.(관련 기사 참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